컴팩트 디카 기술의 집대성 - 소니 사이버샷 WX7
본 리뷰어도 리뷰어이기 앞서 한 명의 ‘사용자’다. 그래서 수 없이 많은 기기를 스치듯 접하면서도 정작 나와 내 가족에게 필요한 기기를 구매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다. 어느 것이 더 괜찮은지(어차피 고만고만한 차이인데), 더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정작 사용하지도 않을 기능이면서), 더 저렴한지(무조건 싼 것 보다는 좋은 것을 산다는 생각이라도)를 비교, 판단하게 된다.
웬만한 IT 기기들은 대게 구매자들의 평가나 후기 등에 참고하여 괜찮은 제품을 어렵지 않게 선별할 수 있지만, 몇몇 기기는 제품 종류도 많고 가격, 사양, 기능, 성능 등도 비슷비슷해서 갈등과 고민을 유발한다.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카메라나 사진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우리 같은 일반 사용자에겐 더욱 그러하다.
본 리뷰어는 개인적으로 조만간 컴팩트 디카를 구매할 계획이다. 이에 선택/구매 조건을 몇 개 선정했다. 이 조건에 견주어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디카를 골라 내고자 한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이 조건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려한 것이므로 공식 기준은 될 수 없어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예비구매자에게 참고 정보는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 가족용 디카이기에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2) 조작/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기계치인 아내와 7살 아이가 주로 사용한다.
3) 최신 제품이면 좋다. 화소, 줌(광학), 촬영 기술(손떨림 방지 등) 등최신 사양에 욕심 내본다.
4)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면 좋다(720p~1080p급 수준).
5) 예산은 20 만원 대로 책정했다.
6) 믿을 만한 제조사 제품이어야 한다.
며칠간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과 포털 사이트 쇼핑 카테고리를 뒤지며 위 조건에 맞는 몇 개 제품을 추려냈다. 쟁쟁한 경쟁 제품을 물리치고 현재로서 최종 선택이 유력한 이 디카, 소니 사이버샷 WX7(이하 WX7)이다.
구매 조건에 가장 이상적인 컴팩트 디카
마치 위 구매 조건을 WX7을 염두하고 정한 것처럼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우선 크기는 놀라울 정도로 작다. 디카가 아니라 차라리 휴대폰이다. 가로x세로의 면적은 일반 신용카드보다 약간 크고(가로로 약 5mm 정도), 명함과는 거의 똑같다. 두께는 약 2cm다. 어쩜 이리 작을 수 있나. 본 리뷰어의 손바닥에 완전히 들어오며 웃옷, 바지의 어떤 주머니라도 넣고 다닐 만 하다. 무게는 약 120g 정도. 사용 중인 4인치 스마트폰(118g)과 비슷하다. 스크랩 고리에 있으니 목에 걸고 다녀도 큰 부담 없겠다. 다른 제품의 크기를 모두 비교해 본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그 어느 것과 비교해 단연 우월하리라 본다.
컴팩트 디카는 무조건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을 WX7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작동 버튼은 많지만 디카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뭐 하는 버튼인지 알 수 있다. 아울러 WX7에는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 그 외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한 ‘이지 모드(Easy mode)’라는 게 들어 있다. 말 그대로 쉬운 사용 모드다. 이지 모드로 설정하면 줌 당기고 밀고(줌 조절 레버) 사진/동영상 찍고(셔터 버튼), 보는(재생 버튼) 기본적인 기능 이외는 동작하지 않는다. 즉 어르신께서 조작하시다 자칫 다른 버튼을 누름으로 인한 불편,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한 배려다. LCD 화면 표시도 간단하다. 배터리 잔량과 남은 사진 수 등만 ‘큰 글씨’로 표시된다.
실제로 이지 모드로 설정한 후 칠순의 노인과 일곱 살 아이에게 각각 쥐어주니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WX7을 사용했다. 줌 당기고 찍고 보고… 가정형/사용자 지향형 디카는 이 정도면 된다. 7살 아이는 일반 모드에서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에게 WX7은 진정 ‘토이 카메라’였다.
2011년 7월 기준, 소니 사이버샷 WX7의 인터넷 최저가는 약 25만원 선이다. 그러면서 25~30만원 대의 타사 제품을 ‘올킬(All Kill)’할 정도로 막강한 사양과 기능으로 무장했다. 1,620만 화소에 광학 5배줌(디지털 20배), 풀HD 동영상(1,920 x 1,080/50프레임) 촬영, 초당 10매 연사, 조리개 값 F2.6(수치가 낮을수록 밝음), 손떨림방지 기능, 3D/파노라마 촬영 기능, 장면/얼굴인식 기능, 눈깜빡임 감지 기능, 스마일 셔터 기능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최신 사양으로 꽉 들어차 있다. 그 것도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 소니 고유의 ‘엑스모어(Exmor) R’ 센서도 역시 적용됐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엑스모어 R 센서는 타 카메라에서는 흉내 내지 못할 수준의 밝은 촬영을 가능케 한다.
쇼핑몰 사이트에서 가격대를 정해 직접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WX7은 25만원 대 컴팩트 디카치고는 대단히 공격적인 사양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사는 소니다. 전세계 10대 이상의 현대인들 중에 과연 ‘소니’ 브랜드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P’ 외에 소니는 오래 전부터 AV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비디오 카메라는 그야말로 ‘레전드’다. 방송국 촬영 기자재가 대부분 소니 기기임을 보면 그들의 영상 기술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디카다, WX7은.
그러나 본 리뷰어가 WX7에 강하게 끌리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셔터 속도? 조리개? 역광?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
그렇다. 컴팩트 디카 사용자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되는 대로 셔터를 누른다. 그러면 카메라가 주변 환경과 광량을 파악해서 알아서 조절한다. WX7도 그렇고 다른 디카도 그렇다. 그런데 WX7에는 남다른 재주가 몇 개 더 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엑스모어 R’ 센서와 ‘프리미엄 자동 촬영’ 기술을 먼저 소개해야겠다. 쉽게 말해 어두운 곳에서 보다 밝게, 그리고 보다 사진답게 촬영하는 기술이다. 더 이상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다. 직접 찍어 본다.
이 두 기술이 위력을 발휘하는 환경은 야간이나 실내다. 특히 야간에는 광량이 적어 흔히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곤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얼굴만 빛을 받아 훤하고 주변 배경은 더욱 어둡게 나온다. 만약 훌륭한 야경이 뒤에 있다면 아쉽기만 하다. WX7은 야간이라도 플래시 터트릴 일이 거의 없다. 어두운 실내라도 마찬가지다. 찍어 보니 신기할 정도다. 눈으로 보기에도 어두운데 어쩜 이리 밝게 나오는지...
소니의 엑스모어 R 센서는 야간 촬영 시 감도(밝기)는 높이면서 그에 따른 노이즈는 1/4 수준으로 낮춰 플래시 없이도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어두운 실내, 야간 촬영 시 일반 디카와 엑스모어 R 센서가 적용된 WX7의 촬영 결과는 현저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떠한 촬영 기술, 카메라 조작 없이 그냥 셔터만 누르면 WX7이 알아서 최적의 상태를 찾아준다.
일반 디카는 거의 시커멓게 나오는데, WX7은 놀랍도록 밝게 찍힌다. 물론 대낮의 풍부한 광량에서 찍을 때보다는 화질이 약간 떨어지지만 다른 디카보다는 월등한 결과다. 야간에 촬영한 사진 몇 장을 더 공개한다. ‘자동모드(iAuto)’에서 그저 셔터만 누른 결과다.
‘프리미엄 자동’ 촬영 기술은 엑스모어 R 센서를 통해 보다 다이나믹한 야경 사진을 연출한다. 이를 테면, 건물이나 가로등 등의 불빛은 그대로 살리면서 주변의 어둠과 적절히 배합한다. 분위기 있는 야경을 찍기에 좋다. 특이한 건 셔터를 한번 눌러도 여러 컷을 찍어(주변 광량에 따라 2컷~6컷 정도 연사) 이들 사진을 조합해 적절한 밝기와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진을 한 컷 ‘찍는다’기 보다는 여러 컷을 조합하여 한 장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예상보다 결과는 꽤 만족스럽다. 마치 고급 D-SLR 카메라로 조리개를 조절해 의도적으로 찍은 듯 묘연하고 독특한 느낌이다. 손떨림 방지 기능은 기본으로 지원되니 흔들림도 거의 없다. 고가의 D-SLR에 ‘사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기능적’으로 커버하는 셈이다. 그 동안 다양한 컴팩트 디카를 접해봤지만 이런 놈은 정말 처음이다. 독특하고 신기하다.
이 밖에 WX7에는 다양한 촬영 모드가 제공되는데, ‘배경 초점 흐르기’ 모드가 눈에 띈다. 이른 바 ‘아웃포커싱’ 효과를 내는 기능이다. 피사체(인물) 뒤의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여 피사체를 부각시키는, 사진 좀 찍는다 하는 분들이 구사하는 고급 촬영 기술이다. WX7은 이 역시 사양적 한계를 기능적 효과로 대신한다. 프리미엄 자동 모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한 장은 피사체를 선명하게, 한 장은 배경을 흐리게 찍어 두 사진을 겹침으로써 아웃 포커싱 효과를 연출한다. 유치하지만 참으로 기발하다. 사진 결과는 제법 그럴싸한데, 컴퓨터로 자세히 보면 어색한 감도 없지 않다. 그리고 피사체와의 거리를 30cm 정도로 유지해야 초점 흐리기가 적용된다. 하지만 ‘똑딱이 디카’로 이게 어딘가.
WX7의 또 다른 특징이 바로 3D 촬영 기능과 틸팅 플레이백 기능이다. 3D TV가 있다면 WX7로 찍어 3D 입체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다이얼을 돌려 ‘3D 정지 이미지’를 선택하고 찍고 HDMI 케이블로 3D TV와 연결해 3D 안경 쓰고 보면 된다. 다만 아쉽게도 3D TV가 없어 촬영 결과를 3D로 확인하진 못했다(정말 궁금하다, 결과가 어떨지).
3D는 아니더라도 WX7 본체로도 사진 재생에 입체적인 효과를 가미할 수 있다. ‘틸팅 플레이백(Tilting playback)’ 기능 덕이다. ‘3D 스위프 다중 각도’ 촬영 모드나 자동 모드에서 연사(최대 10장)로 촬영한 다음 재생 화면에서 ‘틸팅 플레이백’으로 재생한다. WX7에는 중력 센서가 내장되어, 본체 좌우를 기울이면 사진이 연속 재생됨으로써 공간적으로 출력된다. 이를 접한 지인들 열이면 열 모두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한다. ‘고놈 참...’
이외에도 WX7에는 구석구석 요긴한 기능도 담겨 있다. 촬영 기능 외에 주목할 만한 건 WX7 본체에 내장된 사진 보기/공유 프로그램이다. ‘PMB 포터블’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컴퓨터에 설치할 필요 없이 WX7에서 곧바로 실행하여 사진을 보거나 저장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나 페이스북, 플리커, 피카사 웹앨범 등에 바로 업로드할 수도 있다. 평소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자주 사용한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끝으로 기본적인 사용 설명서도 본체 안에 넣어 뒀다는 점도 인정할 만하다. 인쇄된 설명서를 늘 가지고 다니기가 불가능할 테니 필요할 때마다 신속하게 참고할 수 있어 좋다.
압도적인 동영상 품질, 역시 ‘소니’
애초에 동영상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소니의 영상 기술이야 워낙 정평이 나 있기도 하고, 얼마 전 리뷰했던 소니 핸디캠과 스마트폰(엑스페리아 아크)을 통해서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WX7은 크기가 워낙 작으니 뭔가 허점이 있진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 없이 깨질 정도로 깨끗하고 부드럽게 촬영됐다. 전문 캠코더도 아니고 손바닥보다 작은 기기에서 이 정도 품질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녹화 중 줌도 가능하다.
하나 더, WX7은 동영상 촬영 중에 사진 셔터 버튼을 누르면 그때그때 사진으로도 기록할 수 있다. 동영상과 사진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를 터, 두 영상을 필요에 따라 동시에 찍을 수 있게 한 점도 인정할 만하다(물론 이 기능은 다른 디카에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글로 설명해 봐야 감이 잡히지 않을 테니, 인근 가전 매장으로 나가 소니 디카를 접해 보길 권한다. WX7이 아니라도 좋다. 엑스모어 R 센서와 ‘AVCHD’ 영상 기술이 내장됐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참고로 WX7에는 (미니) HDMI 포트도 달려 있으니 HD TV 등과 연결하기도 편리하다. WX7이 담아내는 1080p 풀HD, 60 프레임(60i) 동영상은 HD TV로 재생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마음껏 비교하라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되어 있는 WX7의 사용자 후기는 고작 70여개다. 그러나 모든 구매자가 WX7에 대해 호의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본 리뷰어도 그 중 하나다(물론 직접 구매한 건 아니지만). 본 리뷰어와 가족, 동료 등이 사용해 본 소감도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작은 크기에 별별 기능이 다 되고 자동 포커스(Auto focus)도 빨라 사진 찍는 게 너무도 쉽고 빠르다. 이에 비하면 휴대폰/스마트폰은 대단히 복잡한 전문 기기인 셈이다.
다만 그럼에도 사용자 후기가 70여개에 불과한 건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일반 디카의 판매 순위, 더구나 20만원 대의 제품 사양을 들여다 보면, 전반적으로 WX7보다 나을 게 거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실례로, 인기 순위 1위인 ‘C’사의 한 제품과 비교하면 WX7이 화소수와 줌 배율, 동영상 프레임 등은 높지만 크기, 무게도 훨씬 작고 가볍다. 아울러 3D 사진/파노라마도 찍을 수 있으면서 가격은 싸다(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기준). 아래 표는 1위 제품과 WX7의 주요 사양 및 기능의 비교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그전에 선택 기준에 대해 면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특히 디카 분야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제품이 너무나 많다.
끝으로, 디카는 더 이상 ‘전문광학기기’가 아닌 ‘생활영상기기’임을 인식하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