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넓은 전원주택에 입주하세요 - WD 2TB 캐비어 그린 하드디스크
누구나 자신의 집을 장만하는 꿈을 꾼다. 평수는 좁지만 도시 한 가운데 있는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축구장만한 마당이나 침실 보다 큰 드레스룸, 벽면 전체가 책으로 빼곡한 서재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전자가 다소 비싼 프리미엄급 아파트라면 후자는 평당 가격은 싸면서 부지가 넓은 지방에 위치한 전원주택에 가깝다. 우리 주변에는 화려한 프리미엄급 아파트에 비해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PC의 하드디스크도 집과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과 다양한 기능을 갖췄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적은 모델이 있고, ‘하드디스크는 일단 넓어야지!’하는 사람의 말처럼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용량이 큰 모델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WD 캐비어 그린(WD20EARX)은 큰 용량을 잡으면서 저렴한 가격대를 놓치지 않은 제품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드디스크 제조업체 웨스턴 디지털 제품이라는 네임밸류도 갖췄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하드디스크계의 ‘저렴하고 넓은 전원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색깔로 구분하는 WD 하드디스크의 라인업
웨스턴 디지털은 자사의 하드디스크를 색깔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컴퓨터 용어 대신에 안정성이 뛰어난 블루, 경제성이 좋은 그린, PC 전문가들을 위한 블랙 3가지 라인업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색깔 구분법은 사용자가 보다 쉽게 하드디스크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웨스턴 디지털의 색깔 라인업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블루는 문서작업이나 웹서핑과 같은 일반적인 컴퓨터 작업에 좋다. 그린 제품은 저소음, 저발열 설계로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블랙은 3D 게임이나 대용량 작업이 많이 하는 전문가들이 쓰기 적합하다.
WD 2TB 캐비어 그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린에 속하는 모델이다. 그린이 가지는 이미지처럼 친환경 기술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 이 제품은 저발열, 저소음 설계를 내세워 친환경적인 제품이지만 블랙 모델에 비해 성능적으로는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PC 속에 설치되는 하드디스크의 발열을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다. 본 리뷰어는 테스트를 위해 며칠 동안 PC 전원을 켜놓기도 하고 벤치마크 프로그램 테스트나 여러 파일을 복사하면서 사용했던 WD 2TB 캐비어 그린을 다시 분리할 때 약간의 온기만 느꼈다.
무더운 한 여름 밤, 하드디스크 발열과 소음은?
PC는 온도와 밀접하다. 대부분의 IT 기기가 그렇듯 모든 부품들은 작동과 동시에 열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열이 제대로 통풍되지 않거나, 심한 열이 날 때는 제품 성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요즘처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에는 PC 관리에 소홀하면 고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드디스크 소음 역시 소리에 민감한 사용자에게는 골치덩어리다. 대부분의 PC 작업은 하드디스크 안에 기록된 데이터를 읽고 쓰는데, 소음 부분이 좋지 않은 하드디스크는 이 때마다 긁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WD 2TB 캐비어 그린은 저발열, 저소음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그래서 실제 테스트를 통해 발열 수준과 소음 수준을 보다 더 자세하게 측정해보기로 했다.
테스트 조건은 인텔 i7 980x, 3GB RAM, Intel QuickPath Architecture I/O Hub to ESI Port 메인보드 등 동일한 조건에서 하드디스크만 바꿨다. 평소 본 리뷰어가 사용하는 S사의 하드디스크를 비교 대상으로 정했는데, 용량은 320GB, 분당 회전율은 7,200RPM, 버퍼메모리는 16MB으로 WD 2TB 캐비어 그린에 비해서는 성능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발열 테스트
발열 테스트는 우선 하드디스크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고클린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PC를 거의 하루 종일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24시간 동안 전원을 끄지 않고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보다 일반적인 사무 용도로 평상시처럼 사용했다.
WD 2TB 캐비어 그린은 평균 35도를 기록했다. 반면 본 리뷰어가 사용하는 하드디스크는 평균 38도로 약간 높은 수치였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월등한 발열 성능을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0~50도 사이는 적정온도, 51~60도는 약간 높은 상태, 60도 이상은 하드디스크 백업을 권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음 테스트
하드디스크의 소음을 측정하기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일단 완전 방음이 가능한 공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하드디스크 외 다른 PC 부품들의 소음이 있을 경우 테스트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대한 다른 PC 부품들의 쿨러 소음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외부로 노출시킨 후 측정했다.
WD 2TB 캐비어 그린의 평상시 소음 상태는 약 55~60데시벨 정도가 측정됐다. 테스트를 진행한 사무실은 52~55데시벨 정도로 약간의 생활 소음만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 5데시벨 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데이터를 읽거나 쓸 때는 일명 ‘드륵드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본체 덮개를 닫고 사용한다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참고로, 40데시벨이 도서관, 50데시벨을 조용한 사무실 정도, 70데시벨 이상이면 전화벨 소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러 2TB 꽉꽉 채워 넣기도 어려워
WD 2TB 캐비어 그린의 용량은 2TB이다. 이를 GB(기가바이트)로 환산하면 약 2,000GB정도 된다. 4분 가량하는 MP3 음악 파일을 50만 곡 정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정도 노래를 다 듣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재생하더라도 무려 3년 이상이 걸린다. 10곡 남짓 들어있는 음악 CD를 생각해봐도 5만 장이다.
산술적으로 100편 이상의 고화질 영화를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이기도 하다. 이는 시간당 10GB 정도 하는 풀HD영상(1080p)파일로 계산해 본 것인데, 시간으로 바꿔 말하면 최대 200시간 정도 되는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숫자나 시간으로 보면 어마어마하지만, 오늘날 PC 데이터는 너도나도 수십 GB이다. 특히 고화질, 고음질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자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몇 백 GB 하드디스크는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다.
WD 2TB 캐비어 그린은 용량에 대한 고민을 확실히 해결해 주는 제품 중 하나다. 이론적으로 계산해본 용량도 상당히 컸고, 실제로 뭐라도 채워 넣어 보려 했지만 그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빠른 속도를 덜어내니 가격이 착해지더라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기록하기 위해서는 하드디스크의 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WD 2TB 캐비어 그린의 분당 회전수(RPM, Revolution Per Minute)는 5,400RPM인데, 최근 하드디스크 추세가 7,200RPM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느린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버퍼 메모리가 64MB로 넉넉하다. 버퍼 메모리는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두는 공간이므로 많으면 많을수록 속도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하드디스크 속도가 빠르다면 덩달아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도 빨라진다(하드디스크 외 다른 조건들이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이는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부팅하면서도 체감할 수 있고, 몇몇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작동시키는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물론 RPM이 빠른 제품이 좋겠지만 이는 가격과 직결해 있어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WD 2TB 캐비어 그린과 동등한 성능(2TB 용량, 64MB 버퍼 메모리, SATA3 인터페이스)이지만 7,200RPM의 제품은 2배 가량 비싸다. 1,800RPM 속도 차이가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십만 원까지 몸값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WD 2TB 캐비어 그린은 데이터 저장 및 보관 용도로 쓰는 것이 적합하다. 분당 회전수가 느리기 때문에 운영체제나 게임, 기타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속도 향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자료를 보관하는 용도라면 5,400RPM과 7,200RPM의 큰 차이는 없다.
영화 한 편 ‘보관’할 때 걸리는 시간은?
자료 저장용 드라이브는 어떤 용도로 자주 사용될까 생각해보니 각종 데이터를 복사하는 일이 잦을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따라서 좀 더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WD 2TB 캐비어 그린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ATTO Disk Benchmark를 실행했다. 약 10회 가량 테스트를 진행해서 얻은 WD 2TB 캐비어 그린의 쓰기/읽기 속도 결과는 평균적으로 쓰기속도가 120MB/s, 읽기속도가 125MB/s 정도였다.
Crystal Disk Mark 3.0.1를 통해서도 WD 2TB 캐비어 그린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비슷한 수치인 읽기속도 약 125MB/s, 쓰기 속도 121MB/s가 측정됐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성능을 수치화해서 보여주지만 절대적인 성능 지표는 아니므로 참고 용도로만 이해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직접 파일을 가지고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는 상황을 가정해 2가지 테스트를 더 진행해 보았다.
우선 약 1시간 40분 가량 하는 HD영상 파일 하나(2.35GB)를 복사 그리고 이동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복사는 원본 파일을 다른 드라이브(또는 같은 드라이브의 다른 폴더)에 두고 사본을 만드는 것이고, 이동은 원본 파일 자체를 옮기는 것이다. 측정 결과 단일 파일은 복사 시 125MB/s, 이동 시에는 순간적으로 140MB/s가 기록됐다. 20초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복사보다는 원본 파일을 옮기는 것이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1.7GB 정도하는 낱개의 파일들을 옮기고 복사했다. 복사할 때는 80MB/s, 이동할 때는 100MB/s가 측정됐다. 한 개의 파일을 옮길 때 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수치는 한 개의 파일의 전송 속도를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데이터 수집가들이 탐낼 만한 제품
그간 2TB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는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여러 사람들이 자료를 공유하는 회사나 기업 또는 이미지 작업과 같이 전문 직종에서 탐낼 만한 제품이었다. 실제로 일반 PC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가격이 비싸기도 해 그림의 떡과 같았다.
하지만 WD 2TB 캐비어 그린은 빠른 속도를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대를 선택했다. 영상이나 음악 등의 데이터를 모으기 좋아하는 수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서브 드라이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