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이젠 PC에서 사라진다?

PC에 대해 좀 안다는 이른바 ‘고수’들이 PC 사양을 짤 때 상당히 신경 써서 선택하는 부품 중 하나가 바로 그래픽카드다. 특히 게임을 구동할 때 GPU(그래픽카드의 메인 칩)의 성능이 중요시되므로 게임을 자주 하는 경우라면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고수들에게 있어 가장 터부시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장 GPU 기능이다. CPU(중앙처리장치)나 메인보드(주기판)에 내장된 GPU를 갖춘 PC는 별도의 외장형 그래픽카드 없이도 화면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PC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D 그래픽 성능이 낮아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장 GPU는 처리 속도가 느려서 게임을 할 때 화면이 뚝뚝 끊어지기 마련이고, 다이렉트X 11과 같은 최신의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지 못해 일부 특수 효과를 화면에 제대로 표시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 상당한 성능의 내장 그래픽을 갖춘 CPU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어 그래픽카드 시장이 상당부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첫 번째 포문을 연 것은 세계 최대의 CPU 업체인 인텔이다. 인텔이 지난 1월에 출시한 2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 CPU의 경우, 기존의 제품보다 한 단계 진화한 내장 GPU를 갖춰 외장형 그래픽카드 없이도 ‘서든어택’ 같은 캐주얼 게임은 물론, 그래픽 옵션을 약간 조정하면 ‘아바’, ‘아이온’ 등 제법 고품질 그래픽을 갖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인텔에 이은 2위의 CPU 업체이자, 엔비디아와 함께 GPU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AMD의 움직임은 더 적극적이다. 인텔이 CPU에 ‘쓸만한’ GPU를 내장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는 정도라면, AMD는 아예 CPU와 GPU가 완전히 융합한 제 3의 칩을 만들어냈다고 말하고 있다. AMD에서는 이를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부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주목 받는 것이 바로 지난 6월에 출시한 ‘AMD A시리즈(코드명 라노)’다.

AMD A시리즈 APU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기존의 내장형 GPU 수준을 훌쩍 넘어 아예 외장형 그래픽카드에 버금가는 그래픽 성능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장 GPU 중에 최초로 다이렉트X 11 그래픽 기술을 지원, 캐주얼 게임은 물론 ‘더트 3’나 ‘쇼군 2’와 같은 최신 게임의 화려한 화면 효과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이는 AMD가 본래 ‘라데온’ 시리즈로 대표되는 고성능 GPU를 다수 생산하던 업체였기에 가능한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래픽 성능이 강화된 APU가 많이 팔릴수록 외장형 그래픽카드의 판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AMD의 입장에서 보면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와 GPU의 통합, 그리고 내장 GPU의 고성능화는 피할 수 없는 컴퓨터 시장의 흐름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소한의 여유 공간에서 최대의 성능을 내야 하는 노트북 시장에서 APU와 같은 통합 프로세서는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노트북이 데스크탑을 제치고 PC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통합 프로세서의 부각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당장 그래픽카드 시장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장 GPU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상위 몇%의 게이머를 위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여전히 수십 만원대의 고사양 외장형 그래픽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일반인들을 위한 그래픽카드, 즉 10만원 대 이하의 보급 ~ 중급형 그래픽카드는 시장에서 차츰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예상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