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그래픽으로도 게임 쌩생~! AMD A8-3850 APU - 2부
이전 기사에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AMD A8-3850 APU(코드명: 라노)의 기본적인 그래픽 성능을 측정해봤다. 쿼드 코어 CPU와 라데온 HD 6550D GPU가 융합된 신세대 프로세서인 이 제품은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은 상태에서도 상당한 성능을 냈으며, 10만 원 대 이하의 그래픽카드라면 굳이 살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다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수치적인 성능이 좋다고 해서 실제 사용 중에도 꼭 같은 만족도를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AMD A8-3850와 같은 최신의 하드웨어는 아직 충분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소프트웨어에서 완벽한 성능 발휘를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가지 게임을 구동하며 실질적인 성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테스트 게임은 AMD A8-3850 APU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다이렉트X 11 기술을 지원하는 최신 게임들을 위주로 했으며 여기에 꾸준한 인기를 얻던 기존 게임 몇 가지도 집어넣었다.
이전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AMD A8-3850 APU 단일 시스템외에 여기에 라데온 HD 6670 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은 시스템, 그리고 AMD A8-3850 APU와 라데온 HD 6670를 동시에 구동해 성능을 배가시키는 듀얼 그래픽 모드를 구성한 시스템을 준비했다. 그리고 경쟁사 제품인 지포스 GTS 450 그래픽카드를 꽂은 시스템, 그리고 내장 GPU를 갖춘 CPU인 인텔 코어 i5 2500K 단일 시스템을 각각 준비해 성능을 비교해봤다. 모든 테스트는 해상도 1,680 x 1,050에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높인 상태에서 진행했다.
레이싱 게임 ‘더트 3’ 구동 테스트
첫 번째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 ‘더트 3’다. 이 게임은 특히 다이렉트X 11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며, 덕분에 기존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특수효과가 화면을 수놓는다. 다만, 그만큼 시스템 요구 사양이 높아서 어지간한 성능의 PC, 특히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내장 GPU만을 갖춘 PC에서는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트 3는 게임 내에 성능 측정을 위한 벤치마크 메뉴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AMD A8-3850 APU가 만만치 않은 사양을 요구하는 더트 3에서 생각 이상의 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기존의 내장 GPU(코어 i5 2500K)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했지만, AMD A8-3850는 초당 25프레임 전후를 꾸준히 기록하며 내장 GPU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테스트를 위해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올려 놓긴 했지만, 실제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중간 정도 옵션에서는 초당 40프레임 정도로 플레이가 가능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토탈 워 - 쇼군 2’ 구동 테스트
두 번째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일본 전국 시대를 무대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토탈 워 – 쇼군 2(이하 쇼군 2)’다. 쇼군 2 역시 다이렉트X 11 기술을 지원하는 게임이라서 신형 하드웨어에서 플레이 해야 진정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게임 시작부터 10턴 정도를 진행하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AMD A8-3850 APU는 수십 명 이상의 병사들이 모여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간혹 10프레임 정도의 저하된 성능을 보여주긴 했지만,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맵 장면에서 꾸준히 20프레임 이상을 유지하며 비교적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특히 라데온 HD 6670과 결합된 듀얼 그래픽 모드에서 성능 향상 효율이 매우 높아서, 지포스 GTS 450을 탑재한 시스템 보다 한 수 위의 안정적인 프레임을 기록했다.
실시간 워 게임 ‘스타크래프트 2’ 구동 테스트
다음 테스트는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실시간 워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다. 요즘 게임들이 대부분 GPU에 크게 의존하는데 비해, 스타크래프트 2는 CPU의 성능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프레임 저하가 심하게 발생한다. 이번 테스트로 A8-3850 APU에 내장된 GPU 성능뿐 아니라 CPU로서의 성능까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 도시’ 맵에서 6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대전을 벌이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높인 상태에서 AMD A8-3850 APU는 평균 22 프레임 전후를 기록했다. 최대 프레임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십 대의 유닛이 한데 모여 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20프레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A8-3850 APU내의 CPU와 GPU간의 성능 밸런스가 우수하다는 의미다. 다만, 라데온 HD 6670과의 듀얼 그래픽모드 구성시의 성능 향상 정도는 이전에 테스트한 게임들에 비해 높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2가 다중 GPU 구성을 완전히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만하다.
MMORPG ‘아이온’ 구동 테스트
마지막으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MMORPG인 ‘아이온’이다. 아이온은 나온 지 벌써 3년이 되어가지만 개발사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어지면서 지금 봐도 상당히 그래픽의 품질이 높다. 신작 게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요구 성능이 낮지도 않다는 의미다. MMORPG는 화면에 표시되는 플레이어의 수에 따라 프레임 변화가 상당히 심한 편인 것을 고려하여 이번 테스트는 마을(베르테론 요새)과 필드(베르테론 습지)로 나누어 성능을 측정했다. 당연히 필드보다 마을에서 상대적으로 프레임이 낮게 나온다.
AMD A8-3850 APU는 필드에서는 평균 45프레임, 마을에서는 25프레임 정도를 기록했다.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높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양호하다. 특히 코어 i5 2500K의 내장 GPU에 비하면 몇 수 위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이온이 다중 GPU 기술을 지원하지 않아서 듀얼 그래픽모드 구성 시의 성능 향상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AMD A시리즈 APU 시스템으로 듀얼 그래픽 구성을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다중 GPU를 지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CPU? 아니면 GPU? 고민하지 말고 APU 하나로 뚝딱!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보면 AMD A8-3850 APU의 그래픽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20 ~ 30만 원 대의 고급형 외장 그래픽카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만 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확실히 능가한다. 그리고 APU 하나면 따로 CPU와 그래픽카드(GPU)를 추가로 살 필요가 없으므로 가격대비 성능으로만 보면 10 ~ 20만 원대의 중급형 그래픽카드를 위협할 만 하다. 2011년 7월 현재 AMD A8-3850 APU는 15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데, 이 가격으로 쿼드 코어 CPU와 제법 쓸만한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듀얼 그래픽 모드도 생각 이상으로 쓸만하다. 10만 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라데온 HD 6570나 HD 6670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면, 내장 GPU와의 성능이 연동되어 15만원대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 GPU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 종종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때는 그냥 외장 그래픽카드 전용 모드로 구동하면 그만이다. 이 때는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본전’만큼의 성능은 얻을 수 있다.
AMD가 ATi를 인수한 200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것이 바로 CPU와 GPU의 융합(퓨전) 계획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의 첫 번째 결과물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있다. AMD가 이끌고자 하는 CPU와 GPU의 융합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APU(CPU + GPU)라는 용어가 어느 정도까지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