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에릭슨 ‘아크’에 대해 못다한 이야기
소니에릭슨의 감각적인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아크(이하 아크)를 약 2개월간 사용하고 있다. 체험 리뷰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충실히 사용하고 꼼꼼하게 기록했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쳐 언급하지 못했던 사항들을 속속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넘어가자니 리뷰어로서 ‘직무유기’라 판단되어 체험형 아크 리뷰 종결편을 공개하려 한다.
지난 1, 2부 리뷰(http://it.donga.com/review/5654/, http://it.donga.com/review/5724/)에서 언급한 대로, 아크는 소니에릭슨이 그 간 출시했던 몇 종의 스마트폰을 통해 얻었던 경험과 피드백을 반영한 매력적인 디자인의 스마트폰이다. 천편일률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과 탁월한 멀티미디어 기능(사진/동영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크 만의 특징인 ‘잘록한 허리 라인’이 젊은 여성 사용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다시 보니 괜찮네
- 세로로 길쭉한 4.2인치 디스플레이
아크는 4.2인치 디스플레이를 내장했지만 얼핏 봐서는 4인치 혹은 3.8인치급 스마트폰에 비해 그다지 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화면의 가로 길이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하고 세로 길이만 길어서 그렇다. 따라서 가로 모드로 영화를 보거나 세로 모드로 인터넷 서핑을 할 때 표시되는 영역이 넓어 제법 유용하다.
- 숨어 있는 핸드폰 줄 고리
한 동안 이게 있는 줄 몰랐다. 마이크 등과 같은 음성입력부 인줄 로만 알았는데 핸드폰 줄을 걸 수 있는 고리였다. 대부분의 휴대폰/스마트폰의 정면 좌우면 또는 윗면에 있는 고리가 아크에서는 아래면에 달려 있다. 손목에 거는 줄을 연결했을 경우 아크 사용 시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만큼 장식용 줄보다는 손목에 거는 스트랩을 사용하는 게 불의의 낙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
- 요긴하게 활용되는 전화벨 음소거
진동 모드로 바꿔야 하는 극장 등지에서 전화벨이 울리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때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전화 받기를 거부하거나(통화 버튼을 왼쪽으로 밈) 전원을 끄곤 한다. 물론 최근에는 본체를 뒤집으면 전화벨이 줄어들거나 진동 모드로 바뀌는 스마트폰이나 어플리케이션이 있긴 하지만, 아크는 전화벨이 울릴 때 우측면에 있는 볼륨 조절 버튼을 누르면 즉시 벨소리 음소거가 된다. 전화 받기를 거부하기 곤란한 경우라면 더욱 요긴하다.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며 외부 스피커를 손가락으로 틀어 막아 본 경험이 있다면 제법 쓸만한 기능이 될 것이다.
- 잘 활용하면 도움 될 ‘PC 컴패니언’ 프로그램
아크와 컴퓨터를 USB로 연결하면 아크 화면에 ‘PC 컴패니언(Companion)’ 소프트웨어 설치 창이 나타난다. 설치하지 않아도 아크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 없지만, 일단 사용해 보면 나름대로 쓸 만하다. PC 컴패니언 설치를 선택하면 ‘휴대용 장치’로 등록되고, 새로운 가상 CD-ROM 드라이브가 생긴다. 여기에 설치 파일이 들어 있는데 이를 통해 PC 컴패니언을 설치하면 된다(나머지 설치 파일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는다).
PC 컴패니언은 컴퓨터에서 아크에 저장되어 있는 미디어 파일이나 연락처 정보 등을 관리하거나 펌웨어 업그레이드, 일정 동기화, 파일 복사/이동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 앱스(apps)를 연동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즉 캘린더(일정)나 메모, 연락처 등을 소니에릭슨 웹 페이지와 동기화하는 것이다. ‘Sync Zone’ 유틸리티를 사용하면 MS 아웃룩과도 동기화할 수 있다.
다만 PC 컴패니언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초보자가 접근해 설정, 사용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어떠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유용하고 다채로운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건 분명하다.
- 두 가지 형태의 키보드 입력 방식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여러 가지 키보드 입력 어플이 있다.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편한 키보드 어플을 사용하는데, 아크에는 기본적으로 엑스페리아 한글 키보드, 일본어/중국어 키보드 등의 입력 방법이 제공되며, 한글 키보드에도 쿼티 키보드(일반 키보드 배열)와 SKYII 키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본 리뷰어는 쿼티 키보드 배열이 익숙해 이를 주로 사용하지만, SKYII 키패드도 독특한 입력 방식에 적응만 한다면 어느 정도 효율적인 타이핑이 가능하리라 본다. 특히 손가락이 커서 쿼티 키보드 터치 시 불편하다면 SKYII 키패드를 연습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누름’이 확연한 버튼형 조작 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기본 3개, 혹은 4개의 조작 키를 제공한다. 그 중 홈 키(중앙)는 버튼형이지만 메뉴 키와 취소 키는 터치형이 대부분이다. 홈 키만 버튼형으로 구성한 건 누가 봐도 애플 아이폰(아이팟)을 흉내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아크는 그런 일률적인 키 구성에서 벗어나 3개 키 모두를 버튼으로 처리했다. 버튼 모양도 여타 스마트폰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버튼형 키가 누르는 느낌이 명확해서 조작이 한결 수월하다. 디스플레이는 정전식 터치 방식이 세련되고 편할지 몰라도, 조작 버튼은 아직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이 직관적이고 신속하다.
-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는 디자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은 아이폰 혹은 갤럭시 시리즈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러니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서너 명의 스마트폰을 섞어 놓으면 한번에 제 것 찾기가 어렵다. 지난 두 달간 아크를 사용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 그거 뭐야?(혹은 뭐예요?)’ 였다. 눈 뜨면 수 없이 보는 아이폰, 갤럭시S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아이폰이 왜 좋은지, 갤럭시S의 장점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냥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따라 산 사용자들은 비상한 호기심을 보였다. ‘X나 X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도 썩 괜찮은 느낌을 갖게 했다.
사용해 봐야 알 수 있는 아쉬움
물론 장시간 사용하다 보니 그냥 지나쳤던 아쉬움과 미흡함이 조금씩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여기서 알아둘 점은 지금부터 지적하는 사용 상의 아쉬움은 본 리뷰용 제품에만 국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연락처 초성 검색의 소중함
휴대폰/스마트폰에서 가끔 발견되는 아쉬움이 연락처 초성검색의 부재다. ‘이문규’를 검색하는데 ‘ㅇㅁㄱ'와 같이 자음만 입력하면 그에 해당되는 정보를 보여주는, 현재로서는 아주 일반적인 기능이다. 아크는 애석하게도 이 초성검색 기능이 없다. 심지어는 ‘이문규’ 중에서 ‘문규’를 입력해도 검색이 안된다. 즉 왼쪽 글자부터 순차적으로 입력, 검색해야 한다. 초성검색에 완전히 적응된 상태에서 아크를 사용해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향후 업데이트 때 개선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특정 어플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 마켓 등에 있는 전화걸기(다이얼) 어플을 사용하면 되는데, 본 리뷰어는 일전에 소개한 ‘스마트 다이얼’을 선택했다. 다행히도 연락처 검색에 초성검색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홈 화면 하단에 있던 휴대폰 아이콘을 아예 스마트 다이얼 아이콘으로 교체했다.
참고로 스마트 다이얼 어플을 설치해도 문자 메시지 작성 시 연락처 검색에는 초성검색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 스마트 다이얼은 전화걸기 어플이지 메시지 발송 어플이 아니기 때문이다.
- 카메라 셔터 버튼의 위치가 조금만...
아크는 카메라 기술의 명가인 소니의 작품답게 우수한 품질의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자사 최신 캠코더에 적용되는 엑스모어R(Exmor R) 기술까지 들어가,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러한 촬영이 가능하다는 건 아크 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셔터 버튼까지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위치가 약간 애매한 듯하다. 오른손 한 손으로 아크를 쥐고 셔터 버튼을 누르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잘못하면 떨어뜨릴 수도 있다). 셔터 위치가 우측 중간쯤에 위치했으면 한 손으로 안정적으로 쥐고 셔터를 조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더딘 부팅 속도는 개선 요망
아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3 버전(진저브레드)를 내장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적화도 잘 되어 있는 듯해서 사용 중 성능저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성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팅은 의아할 정도로 더디다. 메인 화면까지 뜨는데(메모리 스캔 작업 완료) 대략 1~2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물론 배터리 교체 이외에 아크를 재부팅할 기회가 거의 없긴 하지만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어야 할 이슈라 판단된다.
스마트폰, 이제 사양/성능보다 사용자 자신의 ‘경험’에 맞춰야
컴퓨터 분야가 그랬듯, 초기에는 사양과 성능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사양/성능보다는 차별화, 독창성 등으로 이동한다. 컴퓨터 분야는 그렇게 되기까지 10년 정도가 걸렸지만, 스마트폰 분야는 만 2년 만에 그러한 트렌드가 정립되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 프로세서가 몇 개 코어인지, 몇 MHz인지, 내장 메모리가 몇 GB인지 등을 따지기 보다는, 이 제품이 얼마나 일상을 윤택하게 할 수 있을지,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지,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야 하겠다.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기기임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