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는 CPU를 싸늘하게 - 써모랩 트리니티 쿨러
컴퓨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명령어의 해석과 자료의 연산, 비교 등의 처리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서, 그 안에는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약 10억 개의 미세한 부품(트랜지스터)이 응집되어 있다. 때문에 많은 양의 전력을 소비하며 그에 따라 배출되는 열의 양도 상당하다. 동작 중인 CPU를 손으로 만지면(그럴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처럼 발열이 심해지면 당연히 CPU 온도도 급상승하게 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CPU가 아예 타거나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CPU는 반드시 쿨러(냉각팬)와 함께 장착되어야 한다.
조립 PC와 같이 CPU를 따로 구매하는 경우에도 기본 쿨러(CPU 패키지에 포함, 순정 쿨러라고도 함)는 함께 제공되는데, 물론 이 쿨러를 사용해도 일반적인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CPU 오버클러킹(over-clocking, 처리 성능을 기준보다 강제로 높이는 편법)이나 내부 튜닝 등을 위해 순정 쿨러가 아닌 '사제' 쿨러를 찾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특히 CPU 오버클러킹의 경우 기본 성능을 강제로 높이는 작업이니만큼 발생하는 열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이때는 순정 쿨러보다 냉각 성능이 월등한 사제 쿨러가 필요하다.
컴퓨터 튜닝 부품 전문업체인 써모랩(www.thermolab.co.kr)의 '트리니티' 쿨러는 전작 '바다2010' 쿨러 발매 후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써모랩에서 중점을 둔 세 가지가 '호환성', '성능', '저소음'인데, 쿨러의 특성상 인텔과 AMD로 양분되어 있는 일반 CPU 규격과 문제 없이 호환해야 하며, 강력한 냉각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발생 소음 감소가 제품 기획의 주된 목표였다고 한다(써모랩 트리니티의 개발 후기 http://thermolab.co.kr/13810#11).
기본 구성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산 제품답게 한글로 된 컬러 설명서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타사 쿨러의 경우 컬러는 고사하고 한글 설명서도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주로 외산이라 그렇다), 트리니티는 초보자라도 설명서를 보며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쉽고 자세하게 쓰여 있다.
주요 부속품은 비닐로 잘 포장되어 있고, 너트 등의 자잘한 부속품은 분실을 대비하여 여분으로 몇 개 더 들어있다.
트리니티의 외관을 보면, 쿨러의 근간(베이스)이 되는 130mm 높이의 커다란 히트싱크(방열판) 한편에 쿨러가 단단하게 고정되어있다. 아래 히트파이프(방열관)는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하여 냉각효과를 더 높였다. 여담이지만, 쿨러 한가운데 각인된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왠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크기에 비해 무게는 730g으로 상당히 가볍다. 메인보드에 장착 시 네 개의 지지대가 쿨러를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요즘 대부분의 컴퓨터가 세워두는(타워형) 형태이기 때문에 쿨러는 지면과 직각으로 매달려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게가 가벼워야 장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트리니티 쿨러와 일반 순정 쿨러를 비교해 보면, 순정 쿨러는 작다 못해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한눈에도 냉각 효과가 순정 쿨러보다 탁월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트리니티는 쿨러 장착 및 날개 회전 방향에 맞추어 CPU 열기가 케이스 후면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되었다.
최근 컴퓨터 케이스 디자인뿐 아니라 내부 구성까지 신경 쓰는 사용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철판 소재가 아닌 투명 아크릴판 커버를 채택하는 경우도 많은데, 트리니티는 냉각 성능과 개성 있는 외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써모랩 트리니티 쿨러의 냉각 성능
CPU가 내뿜고 있는 열을 트리니티가 얼마나 낮춰주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해, 인텔의 최신형 CPU인 코어 i7-2세대 2600K(샌디브릿지)를 이용해 CPU 최대 이용 시 평균 온도를 측정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쿨러가 필요한 사용자는 오버클러킹을 염두에 둘 테니, 이들을 위해 샌디브릿지의 기본 클럭인 3.4GHz, 그리고 오버클러킹 한 클럭인 4.6GHz 환경에서 각각 테스트했다.
한편 CPU 사용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텔 번 테스트(Intel Burn Test)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실시간으로 CPU 사용량을 보여주는 'All CPU METER' 윈도우 가젯, 그리고 메인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온도를 측정, 평균값을 산출했다.
테스트 결과, 트리니티 쿨러는 정품 쿨러 대비 약 10도 정도 낮추고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고작 10도의 온도를 낮추려고 4만 원이 넘는 쿨러를 사용하는가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환경이 아닌 오버클러킹 환경에서 온도 10도는 대단히 의미 있는 결과다. 오버클러킹한 시스템은 온도 1~2도 차이로 안정적이나 불안정적이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항상 고속으로 작동하는 기계/장치는 발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주요 관건이다. 자동차 엔진도 냉각수가 없다면 오버히트(over-heat) 문제로 인해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컴퓨터 CPU는 이보다 더욱 발열에 민감하다. 소비 전력에 따라 CPU 성능이 좌우되고, 그 전력은 고스란히 발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래된 컴퓨터가 자주 다운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CPU 쿨러의 문제인 것만 봐도 CPU에 있어 쿨러가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지 알 수 있다.
다만 트리니티와 같은 고급 쿨러는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 환경에서는 그다지 큰 효율을 발휘하지 못한다. 미관상 왠지 '있어 보이기'만 할 뿐(단지 미관적인 목적만 있다면 휘황찬란한 LED 라이트를 장착한 쿨러를 선택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결국 트리니티는 그보다는 오버클러킹 등과 같은 컴퓨터 성능 튜닝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를 위한 냉각 전문 쿨러라 볼 수 있다. 이 밖에 사용 중인 순정 쿨러에 문제가 생겼거나 다른 이유로 쿨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원인 모를 다운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스트레스 없는 CPU를 위해
중저가형 쿨러의 성능은 거의 평준화됐다고 할 수 있다. 쿨러의 성능은 팬과 히트싱크의 크기 및 모양에서 결정되는데, 이는 곧 제품 생산 원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냉각 성능을 중시하는 사용자는 고가 쿨러로 눈을 돌리고, 그 외 일반 사용자는 흔히 호환성과 외관 등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써모랩의 트리니티 쿨러는 가격 대 성능비와 호환성, 개성 있는 외관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냉각 성능이 우수하다 보니 발생 소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일반적인 동작 환경에서는 소음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CPU 사용률이 증가하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팬의 회전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회전 소음도 순정 쿨러보다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조용한 승용차라도 고속 주행하면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글 / 박진우 (qooz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