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로 승부하는 10만원대 레이저 프린터, 브라더 HL-2240D
한때는 고가 프린터의 대명사였던 레이저 프린터의 가격이 매우 싸졌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리 싼 레이저 프린터라고 최소한 40~50만 원을 줘야 했지만, 지금은 10만 원대의 제품도 많이 나와있다. 물론 이런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는 컬러 인쇄 기능이 없다.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사진 출력 기능을 중시하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레이저 프린터 특유의 빠른 출력 속도 및 낮은 유지 비용은 여전하기 때문에 단순 문서 출력이 잦은 중소기업 환경에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보급형’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품 자체의 사양이 낮은 경우가 많고, 워낙 많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각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검증을 받았는지의 여부도 파악하기 힘들다. 이 때는 무조건 싼 제품, 혹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등의 이른바 ‘묻지마’ 구매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리고 이 중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후회를 한다.
때문에 보급형일지라도 성능 및 기능, 그리고 경제성을 확실하게 비교하며 따져야 한다. 특히 보급형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디자인이나 부가기능은 제외하고서라도, 프린터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서 인쇄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소개할 브라더의 HL-2240D는 2011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7만 원 정도에 팔리는 보급형 제품으로, 잡다한 기능은 모두 제거하고 프린터 본연의 성능에 집중한 제품이다.
무난한 디자인과 기능
브라더 HL-2240D의 크기는 368(너비) x 360(깊이) x 183(높이)로, 웬만한 라면 상자의 절반 정도의 크기다. 개인용 책상 위에 올려놓고 써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모양 또한 모난 곳이 없는 거의 완벽한 직육면체라 어디에 놓아두어도 주변 환경과 무난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무게는 약 7kg 정도로, 보급형 레이저 지고는 약간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이동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제품 전면 하단에 손을 넣고 당기면 표준 용지함이 열린다. 여기에는 최대 250매의 용지를 넣을 수 있어 A4용지를 가득 채우면 한동안 용지 공급에 대한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그리고 HL-2240D은 A4 외에 B5, A5, B6, A6, 봉투 사이즈 등의 용지도 인쇄가 가능하다.
이런 특수 용지는 자주 인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때는 하단의 표준 용지함 보다는 전면 상단의 수동 급지 슬롯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여기에는 한 장씩 원하는 용지를 골라 넣을 수 있는데, 수동 급지 슬롯에 용지를 넣으면 프린터가 자동으로 수동 급지 모드로 전환이 되어 인쇄할 준비가 끝난다.
상단 좌측을 살펴보면 램프 4개에 버튼 1개로 구성된 매우 심플한 제어판이 눈에 들어온다. 각 램프는 토너 보충 경고, 드럼 교체 경고, 용지 걸림이나 부족 등을 나타내는 오류 경고, 그리고 장치의 준비 상태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바로 아래쪽에 있는 Go 버튼은 기기 시동이나 용지 공급, 작업 취소, 재인쇄 등의 다양한 역할을 혼자서 수행한다. 제어판이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지만, 어차피 HL-2240D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기(팩스+스캐너+프린터+복사기)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구조가 직관적이고 간편할 수 있다.
편의성/경제성은 충실, 네트워크 기능 부재는 아쉬워
용지가 출력되는 방향에는 2개의 지지 플랩이 있다. 상당수 프린터들이 1개의 플랩 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점이다. 출력되는 용지의 크기나 양에 따라 적절한 플랩을 사용해 용지가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사소한 기능이지만 이런 작은 배려에 소비자들은 의외로 큰 고마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후면의 데이터 연결 포트는 PC와 접속할 때 쓰는 USB 2.0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유선 랜이나 무선 랜을 이용한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프린터가 일반화되고 있는데, HL-2240D은 이를 지원하지 못하는 점이 매우 아쉽다.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프린터는 특히 사무실에서 여러 PC가 프린터를 공유하고자 할 때 훨씬 간편하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토너 카트리지와 드럼은 전면의 커버를 열고 교환할 수 있다. HL-2240D는 토너 카트리지와 드럼이 분리되기 때문에 토너가 떨어지면 토너 카트리지만 교환하면 된다. 최근 나오는 레이저 프린터 중에는 토너와 드럼이 일체형인 경우도 많다. 이런 제품은 토너가 떨어지면 드럼까지 함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큰데 HL-2240D은 분리형이라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쇄 속도는 합격점, 자동 양면인쇄 기능 눈에 띄어
브라더 HL-2240D을 이용해 실제로 인쇄 작업을 해 봤다. 레이저 프린터는 인쇄를 하기 전에 예열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프린터의 전원을 켠 후에 한참 후에나 인쇄가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HL-2240D의 경우 전원을 켜고 예열이 끝나기까지 20초 정도가 걸렸는데, 이 정도면 유사 사양/가격의 제품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쇄 속도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600dpi 표준 품질 모드 상에서 첫 번째 페이지를 출력하는데 대략 10초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다음 페이지부터는 장당 2~3초 정도의 주기로 용지가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의 평균을 약간 웃도는 정도는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HL-2240D은 HQ1200(2,400 x 600dpi) 품질까지 지원하긴 하지만, 이 경우 글씨가 아주 약간 진해지는 것 외에 표준 품질 모드와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출력 속도 및 토너 소모를 생각한다면 그냥 표준 품질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HL-2240D의 눈에 띄는 특기라면 자동 양면 인쇄 기능이다. 인쇄 시에 옵션에서 양면 인쇄를 선택해 주면 출력 도중에 해당 용지를 다시 빨아들여 반대편까지 인쇄한 후 출력을 끝낸다. 자동 양면 인쇄 기능을 사용할 때 출력 속도가 일반 인쇄 시에 비해 1/4 정도로 느려는 것만 참을 수 있다면 10만 원대 레이저 프린터치고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만 하다.
무난함이 나의 경쟁력?
브라더 HL-2240D은 여러 가지 기능보다는 ‘프린터로서의 기본기’를 중시한 제품이다. 네트워크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인쇄 속도나 품질, 경제성 등이 모두 충실한 편이므로 단순한 인쇄 기능만 원하는 사용자라면 그다지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비슷한 사양과 성능의 보급형 레이저프린터가 워낙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난함과 기본기만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