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에릭슨, 지금까지의 엑스페리아는 잊어라. 아크 출시
2011년 3월 28일, 소니에릭슨(지사장 한연희, http://www.sonyericsson.com)은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3버전(진저브레드)을 탑재한 엑스페리아 아크(XPERIA arc, 이하 아크)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크는 지난 24일 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출시된 바 있으며, 국내에는 오는 4월 중순 경 SKT를 통해 출시된다. 특히 아크는 소니에릭슨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꺼내든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소니에릭슨이 스마트폰 경쟁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한 발 뒤처져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전에 출시한 엑스페리아 X10, X10 미니, X10 미니 프로의 성적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크는 이전 제품과 달리 제품 출시 때부터 관계자 및 소비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아크'라고 이름 지어진 이유
아크의 화면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 추세에 맞춘 4.2인치 크기이며, 리얼리티 디스플레이(Reality Display)를 탑재해 자연스럽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여기에 두께가 8.7mm, 무게는 117g에 불과해 CES 2011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후면 중앙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곡선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이 때문에 아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인체 공학적 설계로 4인치가 넘는 큰 화면 크기의 스마트폰이지만 그립감이 좋다). 색상은 미드나이트 블루와 미스티 실버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2.3버전 진저브래드 탑재
소니에릭슨 박상태 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크의 기본 사양과 주요 특징에 대해서 소개했다. 그는 “아크는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S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가장 처음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 탑재 스마트폰이다”라며, “진저브레드가 제공하는 기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소니만의 색깔을 입혔다. 퀵 위젯 검색 기능,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정렬 스타일 세팅, 인터렉티브 미디어 위젯 등 소니에릭슨만의 기능은 사용자가 더욱 쉽게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스마트폰에서 탑재된 운영체제 UI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폰이 스마트폰 강자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iOS의 미려한 UI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편리한 사용법, 기기와의 최적화, 터치감이 여기에 모두 포함된다). 이에 아크는 다른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몇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안드로이드폰에서는 불가능했던 어플 정렬 기능(가나다순, 설치 날짜 순, 사용 빈도 순, 사용자 설정 순 등)이나 홈 화면에서 두 손가락을 터치해 모으면 설치된 위젯을 한꺼번에 모아주는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 통화 목록이나 문자는 물론 이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 월드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저장된 사진 및 음악 검색까지 사용자의 모든 스마트폰 사용 기록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주는 타임스케이프(Timescape)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즉,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도 아크는 뭔가 다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아크에 담긴 소니의 TV 영상 기술
아크에는 소니 브라비아(BRAVIA) TV 영상 기술의 스마트폰 버전인 모바일 브라비아 엔진이 탑재돼 선명한 화면을 자랑한다. 모바일 브라비아 엔진은 노이즈 현상을 제거해 주며, 명암도, 선명도, 색 재현력 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현장에는 소니 브라비아 TV를 담당하는 직원이 참석해 “아몰레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때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일반 텍스트를 볼 때는 불편하다. 반면에 일반 스마트폰 화면으로 텍스트를 볼 때 피로감이 적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 선명한 느낌은 부족하다. 모바일 브라비아 엔진을 탑재한 아크는 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잡았다. 동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와 텍스트를 볼 때 각각의 상황에 맞춰 최적화된다”라며, “아크의 화질은 스마트폰과의 경쟁이 아니라 TV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마트폰 아크가 아니라 손 안의 브라비아 TV라고 감히 칭하고 싶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후면 810만 화소 카메라에 담긴 기술
아크의 후면 카메라에는 810만 화소 카메라를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810만 화소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크에는 소니 카메라에 탑재되는 야간촬영 센서의 스마트폰용인 모바일 엑스모어 R(Exmor R) 센서와 최대 개방 조리개 f/2.4 렌즈가 탑재되어 있다. 즉, 어두운 곳에서 더 밝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당 30프레임으로 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소니 사이버샷 핸디캠 담당의 오동균 팀장은 “아크에는 렌즈를 통해 입사되는 사물의 정보가 최대한 원본에 가깝도록 정보의 손실이나 노이즈 현상을 최소화하는 기능이 있다. 자체 테스트 결과 약 9배 이상 노이즈가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다”라며, “어두운 야간 촬영을 할 때도 2배 이상 더 밝게 촬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현장에 마련된 무대 한 켠에는 간이 암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에 직접 참가한 기자 중 한 명이 올라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작은 구멍이 뚫린 암실 내부를 촬영하고, 같은 암실에서 아크로 똑같이 촬영해 성능을 비교하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기자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암실 내부는 어둡게만 나온 반면, 아크로 촬영한 암실 내부는 밝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밝게 찍히긴 찍히더라.
똑 같은 HDMI 미러링 기술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박 차장이 다시 무대에 올라 아크의 HDMI 미러링 기술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스마트폰이 HDMI 케이블로 디지털 TV와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장점으로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장점일까? 40인치 이상 큰 화면의 디지털 TV와 연결해 길어야 2~3m 정도의 HDMI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라며, “아크의 경우, HDMI-CEC를 지원하는 디지털 TV에 연결시 리모컨을 사용해 무선으로 조절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크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큰 화면에서 보고 싶을 때, HDMI 케이블로 디지털 TV 등과 연결하고 사용자는 멀리서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별도의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필요한 기능일까?’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아크와 디지털 TV를 연결해 인터넷 검색과 유투브 동영상 등을 시연하는 것을 보며 구글 TV를 내장한 브라비아 TV를 떠올린 것은 왜일까? 알다시피 구글 TV를 내장한 스마트 TV는 별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현장에서 아크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하면서 ‘생각보다 쓸 만하다’라고 느꼈다. 처음 CES 2011에서 공개될 당시 퀄컴 스냅드래곤 MSM8255 1GHz CPU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아크는 듀얼 코어 CPU로 성능을 강화한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 성능이 낮지 않을까 우려됐다. 하지만 그 걱정은 단지 기우였다.
현장에서 박 차장이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3.0버전(허니콤)은 듀얼 코어 CPU를 지원하지만, 진저브레드는 듀얼 코어 CPU에 최적화된 운영체제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다른 오픈 마켓에 등록된 안드로이드폰용 어플도 듀얼 코어 CPU에 최적화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좀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양한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어플이 늘어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크의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자체 UI의 진저브레드가 나름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나눠 준 진저브레드 모양의 쿠키처럼 아크도 잘 만들어진 진저브레드 스마트폰이길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