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통큰 노트북? - 레노버 G575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 오래 가는 사용시간. 넷북이 지난 1~2년간 나름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는 이유를 꼽자면 대충 이 정도일 듯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가격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노트북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넷북이 가질 수 있던 최고의 강점이었다(물론 성능도 파격적으로 낮긴 하지만). 이처럼 휴대성이 높지만 성능은 일반 노트북에 훨씬 못미침에도 넷북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가격’인 것이다.
일반 노트북 가격이 넷북처럼 저렴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파란을 일으킨 바 있는 ‘통큰 넷북’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레노버의 새 노트북, G575가 그러하다. 15.6인치의 일반 노트북 크기이지만, 가격은 넷북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기준으로 인터넷 최저가 47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넷북 가격과 유사하거나 저렴할 수 있다.
무난한 외형 디자인
노트북 상판은 요즘 노트북으로는 흔하디 흔한 투명 하이그로시 코팅이 배제되어 지문이 묻지 않는다. 가로로 미세하게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플라스틱 재질이라 많이 만져도 때가 타지 않는다(아니 정확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색상도 검은색이라 더더욱 그러하다. 어디에 놓아도 크게 튀지 않는, 한눈에 봐도 ‘이건 노트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난한 디자인이다.
15.6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G575의 디스플레이는 16:9 비율의 15.6인치 크기이며, LED 백라이트가 적용되어 있다. 요즘 출시되는 15인치형 노트북과 비슷한 사양이다. 디스플레이 크기에서 알 수 있듯이 G575는 휴대용 노트북은 아니다. 크기뿐 아니라 무게도 꽤 나가는 편이다. 배터리 포함 2.3Kg이고 여기에 어댑터를 포함하면 약 2.6kg에 육박한다.
최대 해상도는 15인치 노트북의 보편적인 수치인 1,366 x 768이다. 40만 원대 노트북으로는 결코 부족함 없는 해상도다. 인터넷 페이지를 두 개 정도 가로로 띄워 놓으면 각 페이지 좌우로 잘리긴 하지만 나름대로 사용할 만하다.
숫자 패드가 포함된 풀사이즈 키보드
15인치 크기답게 키보드 크기는 풀사이즈이다. 키 캡 형태 역시 흔하디 흔한 아이솔레이트(각 키가 독립적으로 구성) 형태이며, 우측에 숫자 패드도 마련되어 있다. 데스크탑 키보드와 비슷한 키 크기와 널찍한 배열 덕에 타이핑 작업은 예상대로 한결 수월하다. 다만 오른쪽 시프트 키가 다소 짧아 사용자에 따라 쌍자음 입력 시 오타를 유발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손가락이 얇아 타이핑하면서 오타가 그다지 많이 발생하진 않았다. 오른쪽 시프트 키 옆으로 위 화살표 키가 인접해 있어 간혹 두 키가 함께 눌리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물론 이 키 배열에 역시 익숙해지면 그만이겠지만.
측면에 배치된 각종 포트와 ODD
노트북 우측면에는 마이크/헤드셋 단자가 있고, DVD 슈퍼 멀티(듀얼 레이어) ODD와 USB 2.0 포트, 전원 어댑터가 위치해 있다. 요즘 노트북에는 무게와 크기를 고려하여 ODD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G575는 어차피 휴대용이 아닌 고정형 노트북이기에 아무래도 ODD가 여러 모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ODD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예 본체에서 분리하여 무게도 줄이고 배터리 소모도 낮출 수 있게 했다. 본체 바닥의 나사 하나를 풀면 ODD를 바로 뺄 수 있으며, ODD가 빠진 빈 공간에는 먼지나 이물을 유입을 막는 빈 베이를 끼우면 된다(이는 제품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
좌측면에는 USB 2.0 포트 2개, e-SATA 겸용 USB 포트, 유선 랜포트(RJ-45, 10/100Mbps), D-SUB 포트가 있다. 이 중 e-SATA는 빠른 전송속도의 인터페이스 규격이다. 이론적으로 e-SATA는 USB 2.0보다 약 7~8배 빠르지만(USB 2.0: 최대 480Mbps, e-SATA: 최대 3Gbps), 실제로는 2~3배 정도 빠른 것으로 측정된다. 외장 하드디스크 등 e-SATA를 지원하는 주변기기를 연결할 경우 USB 2.0보다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전면에는 멀티카드 리더기와 무선랜 On/Off 버튼, 전원/충전/하드디스크/무선랜 LED이 나란히 달려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HDMI 단자가 없다는 것. 영상/음성을 외부 기기(디지털 TV 등)로 출력할 때 하나의 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어 간편한데 애석하게도 G575에는 HDMI 단자가 빠져 있다. 아쉽다가도 40만 원대 노트북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그나마 인정할 만하다.
업그레이드 편의성
노트북은 데스크탑 PC와 달리 확장성이 낮다. CPU나 그래픽 칩셋처럼 주요 부품을 업그레이드 또는 교체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고, 메모리(RAM)나 하드디스크 정도를 추가 또는 증설하는 수준이다. G575 역시 아래 사진처럼 뒷면 커버를 열어 하드디스크, 메모리, 무선 랜 카드 등을 업그레이드, 교체할 수 있다.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
물론 40만 원대 노트북에 고성능을 바라는 건 과욕에 가깝지만, 그래도 명색이 ‘노트북’이니 인정할 만한 최소한 성능은 보여줘야 할 것이다. 새로 사서 전원 켰는데 부팅되는 시간만 5분이 넘고, 웹 브라우저 하나 실행하는 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면 참으로 허무할 것 아니겠는가.
AMD가 제안하는 새로운 플랫폼, APU
G575는 AMD의 새로운 시스템 플랫폼인 ‘APU가’ 탑재되어 있다. APU는 기존 PC의 CPU와 GPU를 하나로 합친 통합 프로세서다. 이렇게 CPU와 GPU를 하나로 엮는 추세는 AMD뿐 아니라 인텔에서도 따르고 있다(참고 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4149/). CPU와 GPU를 통합되면 여러 가지 장점을 얻는다. 우선 노트북의 경우, 전체 크기가 줄어들 수 있고, 사용 전력이 줄어들어 노트북 사용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제조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노트북의 최종 출시 가격도 저렴해지는 효과도 있다. G575의 가격이 일반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넷북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된 이유도 APU에 있다.
다만 아직 AMD가 출시한 APU 제품군이 고성능 제품은 아닌지라, 넷북 수준(코드명 온타리오)과 그보다 약간 높은 중저사양 제품(자카테) 가운데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G575에 탑재된 APU는 중저사양의 듀얼 코어 E-350(동작속도: 1.6GHz, L2 캐시 메모리: 1MB) 프로세서다. 동작 클럭이 다소 낮지만, GPU와 같이 연동하여 전반적인 성능을 보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작업은 큰 무리없이 처리 가능하다.
탑재된 그래픽 칩셋은 AMD 라데온 HD6310M이며, 2GB의 1066MHz DDR3 메모리, 320GB SATA 하드디스크 등이 채택됐다. (다행히도) 무선 랜 규격은 802.11n이며 블루투스 2.1을 지원한다. 운영체제는 MS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64비트가 설치되어 있다.
퍼포먼스 테스트 7.0
간단하게 노트북 전체의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퍼포먼스 테스트 7.0’을 실행해 보았다. 퍼포먼스 테스트 7.0은 공개용 프로그램으로 개발사 홈페이지(www.passmark.com)나 포털 사이트 공개 자료실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iT 동아는 그 동안 다양한 제품을 이 프로그램으로 측정해 비교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약 10여 번 정도의 테스트 결과 약 360~410점 정도를 기록했다. 넷북에 들어가는 인텔의 아톰 CPU가 탑재되는 넷북이 대략 200~300점, 인텔의 울트라씬 계열 코어 i3/i5 CPU가 탑재되는 노트북이 400~500점으로 측정된 바 G575는 넷북과 울트라씬 제품의 중간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정확한 듯하다.
윈도우 체험 지수
윈도우 자체 평가 기능인 윈도우 체험 지수도 확인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평균 점수가 5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래 스크린샷처럼 G575는 프로세서 점수가 3.8점, 그래픽 점수가 4.0으로 (평균 수치보다) 낮게 측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수치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넷북과 울트라씬의 중간 수준이라 판단하기에 적절한 정도다.
동영상 재생과 멀티 작업 성능
처음 제품을 받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이 점이었다. 동영상 재생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되냐는 것. 간혹 넷북 등에서 1080p급의 풀HD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며 성능을 강조하는 제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넷북과 노트북 성능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1080p급 동영상 재생 능력이다.
기본적으로 AMD의 새로운 APU 플랫폼을 장착한 제품은 거의 대부분 1080p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G575도 마찬가지다. 아래 스크린샷은 1080p 동영상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재생하며, 플래시 효과가 가득 차 있는 홈쇼핑 홈페이지를 4~5개 정도 열고 CPU 사용율을 측정한 것이다. 처음 웹 페이지를 열 때는 70~80%까지 육박했지만, 페이지 로딩이 끝난 후에는 다시 20~30%로 떨어져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보다 높은 성능의 제품이라면 더 원활하게 실행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40만 원대 노트북으로 1080p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 실행은 어느 정도?
G575는 아이온, 테라와 같은 고사양 온라인 게임은 원활하게 실행하기 어렵다(굳이 실행해 보지 않아도 된다). 비교컨대, 울트라씬급 노트북과 유사한 수준이기에 그에 맞게 중저급 사양의 게임을 위주로 실행해 보았다. 테스트해 본 게임은 일반적인 내장 그래픽 칩셋으로도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한 스포츠게임인 ‘프리스타일’과 ‘카트라이더’다. 게임 실행 시 초당 프레임을 표시해 주는 프로그램인 ‘프랩스(Fraps)’를 설치해 측정했다. 일반적으로 프레임 수치가 초당 30프레임 이상이면 게임을 즐기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 수준이고, 60프레임 정도면 부드럽고 세세한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일반적으로 동영상이나 영화가 평균 24프레임으로 재생된다).
온라인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
예상 외로 실행이 잘 되어 놀랐다. 게임이 실행되는 속도는 약간 느린 감이 있었지만, 막상 전체 로딩이 완료되고 난 후 게임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프레임 수치도 줄곧 60프레임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원활했다. 참고로 일반적인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노트북으로 프리스타일을 실행하면 약 30프레임 정도가 유지되는 수준이다.
다만 한 게임이 끝나고 난 후 대기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다시 대기실에서 방으로 입장하는 중간 단계 등 로딩 과정이 필요한 지점에서는 약간의 끊김현상이 발견되었다.
국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의 요구 사양도 프리스타일과 비슷한 수준이라 실제로 게임을 실행해 보니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다만 프레임 수치가 40~50 정도로 프리스타일보다는 약간 낮았고, 마찬가지로 게임을 처음 실행했을 때나 게임 내 대기실과 게임을 할 때의 중간 로딩 과정에서 약간의 끊김현상이 있었다. 노트북이라는 특성 상 CPU, 그래픽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으니, 메모리 정도나 추가 증설하면 보다 나은 성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통큰 노트북으로 불러도 손색 없을 G575
최근 15인치급 크기의 노트북 성능이 데스크탑 PC를 따라잡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사실이다. 하지만 고성능을 탑재한 노트북은 그 가격이 만만찮다. 200~3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구매가 힘들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게 고성능이 아니라 단순한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 간단한 캐주얼 게임 실행 등에 국한되어 있다면 레노버 G575가 아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G575는 현재 인터넷 최저가가 47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성능은 그리 내세울 게 없고, 기가비트(1000Mbps) 유선 랜도 지원하지 않으며, 게임 로딩 시 약간 지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격이면 얼마든지 용서가 된다. 적어도 평범한 성능이면 족하고 기가비트 랜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고, 게임은 거의 즐기지 않는 사용자에게 G575는 ‘통큰 노트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