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하는 스마트TV,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TV 띄우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인에게는 스마트TV라는 단어 조차도 너무나 생소하다. 개중에는 작년 한 해가 원년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3D 영화 아바타 이후 이슈가 된 3D TV와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래저래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이 서러울 뿐이다.
스마트TV가 대체 뭐야?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똑똑한 휴대 전화기’를 뜻한다. 여러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해 PC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의 일부를 휴대폰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마트폰이 곧 ‘내 손안의 컴퓨터’인 셈이다. 스마트TV도 그 연장선에 서 있다. 스마트 TV도 ‘똑똑한 TV’라고 말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운영체제를 탑재해 PC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의 일부를 TV에서 할 수 있다. TV 본연의 기능에 PC에서 할 수 있었던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 이하 어플) 실행, 동영상 재생 등을 탑재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스마트TV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케이블 TV, IP 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TV)와 크게 차이점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완벽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먼저 기존 TV와 스마트TV와의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기존 TV와의 차이점
위 표는 각 TV들의 차이점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우선 예전 일반 TV는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쏘는 전파를 안테나를 통해 수신하는 단방향 방식이었다. TV를 보는 시청자는 오로지 방송국이 보내는 영상을 시청하고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등장한 케이블/IP TV(Qook TV, LG U+ TV, B TV 등)는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TV다. 기존 일반 TV와의 차이점이라면 각 가정마다 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회선이 들어가게 되면서 전달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또한 해당 사업자가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나 간단한 게임, 뉴스/날씨 등의 소식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TV는 케이블/IP TV가 더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케이블/IP TV는 해당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인터넷 상에 있는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유투브, 넷플릭스 등)를 이용할 수 있고, 웹 브라우저를 실행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어플을 실행할 수도 있다. 즉, 스마트폰의 큰 경쟁력 중 하나인 웹 검색과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를 TV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이외에 스마트TV와 다른 기기간의 N스크린 기능도 강조되곤 한다. 관련기사: http://it.donga.com/openstudy/3078/).
스마트TV, 어디까지 왔는가
먼저 구글의 구글TV가 있다. 구글 TV는 소니, 로지텍 등과 같은 기존 하드웨어 제조 업체와 손을 잡고 TV에 내장하거나 셋톱박스(TV와 연결하는 별도의 장치) 형식으로 출시되었다. 구글 TV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어플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었으며,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애플 TV를 스마트TV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TV가 아니기에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관련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3091/).
하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우선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어플은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맞춰 개발된 것이 많아 스마트TV 사용 환경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TV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키보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지금까지 TV용 리모콘을 사용해 온 사람들은 왜 TV를 보면서 키보드로 입력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니 구글 TV가 출시해 선보이긴 했지만 역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구글TV가 주춤한 사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목소리로 올해가 ‘스마트TV의 원년’이라고 선포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TV 사업은 삼성과 LG가 처음부터 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3분기 이후부터 스마트 3D LED TV를 선보였고, LG전자 역시 인피니아 스마트TV를 출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스마트TV와 관련된 채널 사업자 협력과 어플 확보를 늘리며 그 시기를 조율해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삼성전자 파브 스마트TV
스마트TV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장점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어플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미 작년 8월 31일 관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TV 어플 개발자회의를 개최했으며, 오는 3월부터는 스마트TV용 어플 개발 프로그램(SDK)를 일반 개발자에게 공개하기로 하는 등 기초 공사를 탄탄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어플 공모전 등에서 한시적으로만 공개했었던 SDK를 완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어플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 앱스(Apps)라는 독자 스마트TV용 마켓을 운용하고 있으며 120여 개국에 총 380여 개의 스마트TV 전용 어플을 제공 중이다.
그리고 방송,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드림웍스, SBS, 연합 뉴스, 구글, 싸이월드,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국내외 콘텐츠 업체와 협약을 맺었으며, 지난 CES 2011에서는 미국 케이블 업계 1, 2위인 컴캐스트, 타임워너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 훌루, 플래시 개발사인 어도비 등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스마트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 기능도 점점 늘려 나가고 있다. 자사 카메라, 캠코더, 스마트폰, PC 등의 제품과 무선으로 연결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 홈씨어터, 셋톱 박스 등의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통합 터치 리모콘 제공, 자사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이용해 입력하는 기능, 시청 중인 방송의 키워드를 자동 검색해 해당 프로그램의 연관 정보를 찾아 주는 기능 등이다.
LG전자 인피니아 스마트TV
LG전자가 출시한 인피니아 스마트TV의 장점은 자체 운영체제인 ‘넷캐스트 2.0’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있다.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원클릭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요점이다. 최근 시작한 TV 광고에서는 모델로 등장하는 원빈이 리모컨을 이용해 원클릭으로 빠르게 해당 메뉴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
특히 모션 컨트롤러를 내장한 ‘매직모션 리모컨’은 기존 리모컨처럼 방향 버튼을 눌러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리모컨 자체를 움직이는 방식이라 편리하다. 예를 들면 닌텐도 Wii의 모션 컨트롤러 ‘Wii리모컨’, 플레이스테이션의 모션 컨트롤러 ‘무브’와 비슷하다. LG전자 TV 부문 강신익 사장은 “더 재미있는 콘텐츠와 PC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시청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스마트TV, 소비자가 필요성을 따져야
스마트TV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과연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기기인가?’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 완벽하게 구축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스마트TV가 출시되었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스마트TV 제조사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가 확보되고, 관련 어플 생태계가 자리잡아 가는 중간 단계쯤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스마트TV가 국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케이블/IP TV 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충된 만큼 스마트TV 서비스와 견줄 정도의 케이블/IP TV 시장이 아직 건재하다.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스마트TV에 대해 기존 케이블/IP TV 업체의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볼 수 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향후 TV 트렌드는 결국 스마트TV가 차지할 것은 분명하다. 스마트TV가 가지는 장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2014년이면 전체 TV 판매량에서 스마트TV가 5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스마트TV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