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를 위한 명품 엔터테인먼트 노트북, HP 파빌리온 dv6-4004tx
HP는 세계적으로 십수 년간 PC 판매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초국적 컴퓨터 기업이다. 이에 걸맞게 HP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자랑하는데, 노트북만 하더라도 고성능을 강조한 엔비(ENVY) 시리즈, 다용도로 쓰일 수 있는 파빌리온(Pavilion) 시리즈, 휴대성을 극대화한 미니(MINI) 시리즈 등 각각의 특징과 특성 별로 나뉜다(관련 기사: http://it.donga.com/plan/3405/).
이 중 파빌리온 시리즈는 무난한 성능과 일반적인 구성으로 가정용, 업무용으로 애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데스크노트(데스크탑을 대체할만한 노트북)를 표방하며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dv6, dv7시리즈가 있는데, 이번 리뷰에서 소개할 제품은 보급형임에도 장안의 화제(?)인 인텔 샌디 브릿지 코어 i7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등 프리미엄급의 포스를 풍기는 HP 파빌리온 dv6-4004tx(이하 4004tx)이다.
은빛의 단아한 귀족
처음 4004tx를 본 순간 마치 귀족과 같은 격조 높은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은색바탕에 하얀색의 상감기법이 가미되어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모습이면서도 결코 단조롭지 않은, HP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노트북이 켜지면 들어오는 상판 HP로고의 은은한 불빛이 아름답다. 노트북을 열면 팜레스트(손목받침대) 부분까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체 크기는 16인치 LCD를 채택하여 37.8cm(너비) x 24.5cm(길이) x 3.08cm(최소 높이) / 3.6cm(최대 높이) 정도로 제법 큰 편이다. 애초에 데스크탑을 대체할 용도로 기획됐으니 화면과 성능을 고려할 때 이 정도 크기는 되야 한다.
크기만큼 무게도 꽤나 묵직하다. 배터리 포함 2.51kg로 전원어댑터까지 넣으니 대략 3.3kg에 육박한다. 노트북의 휴대성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1.5~2kg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 정도 무게라면 이동은 가능하나 사실상 상시 휴대는 어려울 것이다. 시험 삼아 가방에 넣어 다녀보았는데 30분 정도만 들고 다녀도 상당히 어깨가 뻐근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꼭 가지고 다녀야겠다면 백팩을 추천한다.
키보드는 독립형(키보드도 여러 종류가 있다. 관련기사 : http://it.donga.com/openstudy/111/)으로 키 간격이나 배열이 데스크탑 키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아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키감도 노트북치고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고, 팜레스트 부분이 넓어서 손을 올려놓고 편한 자세로 타이핑할 수 있다. 특이한 건 특수용 단축키가 맨 좌측에 나열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esc 키 밑으로 메일, 멀티미디어 메뉴, 인터넷, 인쇄, 계산기 순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기능키(F1, F2 등)와 노트북 동작키(Fn키, 노트북 화면이나 음량 등을 조절하는 키) 조작이 다른 노트북과는 다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F1키(도움말 열기)를 누르는 효과를 적용하라면 Fn키를 누르고 F1키를 눌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페이지를 새로고침(F5)하려 할 때도 Fn키와 F5키를 같이 눌러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노트북 사용자들이 기능키보다 노트북 동작키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통계를 기초로 한 설정인 듯하다. 참고로 이러한 기능키/동작키 구성이 영 불편하다면 시스템 부팅 시 바이오스 설정(CMOS)에서 일반적인 설정으로 변경할 수 있다.
키보드 밑에는 큼지막한 터치패드가 있다. 패드와 버튼이 일체형 구성이라 분리형 터치패드를 쓰던 사람들은 아마 적지 않은 불편을 겪을 것이다. 버튼 누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익숙해지니 어려움 없이 쓸만했다.
터치패드 좌측 상단에는 작은 LED가 하나 있는데 이를 더블 터치하면 터치패드 기능을 활성/비활성 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 밖에도 터치패드는 멀티터치를 지원하여 패드를 두 손가락으로 터치해 화면을 스크롤하거나 확대/축소할 수 있고, 사진 보기 프로그램 등에서는 사진 회전도 가능하다. 곰플레이어 같은 미디어 재생기에서는 볼륨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터치패드는 표면이 오염되면 오작동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끔씩은 깨끗이 닦아주는 게 좋다.
터치패드 옆에는 보안용 지문인식기가 있다. 원래는 윈도우 로그인 시 비밀번호 대신 지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4004tx는 윈도우 이외에 특정 웹 사이트에서도 지문 입력을 통해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 삼아 사용해 봤는데 은근히 신기하고도 편리해서 리뷰 내내 이 기능을 애용했다.
LCD는 15.6인치(대각선 길이: 39.6cm) 크기의 LED 브라이트뷰(bright view)를 채택했다. 단 거의 16인치에 가까운 크기에 해상도가 1,366 x 768밖에 지원되지 않는다는 건 약간 의외다. 물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사용자였다면 처음부터 노트북을 고려하지도 않을 것이기에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별다른 불편 없을 것이다. 화면 상단에는 HP 트루 비전 웹캠이 달려있고 그 양 옆으로 마이크가 있다.
측면에는 일반 노트북처럼 여러 입출력 단자들이 있는데, USB 3.0을 지원하지 않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데스크탑 대체용이니 DVD-콤보 드라이브도 당연히 달려 있다. 본체 앞 양쪽에 스피커 구멍이 있는데, 유명한 AV 업체인 ‘알텍랜싱’ 스피커가 적용됐다. 스피커 크기가 작으니 웅장한 사운드까지는 들려주지 못하지만, 소리 구분이 비교적 정확하고 고음에 묻힐 수 있는 작은 소리도 잡아내고 있었다. 사실 고도의 청각을 지닌 음원 마니아가 아니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외양에 걸맞는 뛰어난 성능
하드웨어 사양과 성능에 있어 4004tx는 나무랄 데가 없다. CPU는 인텔 코어 i7를 채택했고, 그래픽 칩셋 역시 보급형 노트북 계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위메모리는 무려 8GB(4GB DDR3 두 개)에 하드디스크마저 1TB(5,400rpm)를 기본 내장했다. 노트북으로서는 가히 ‘귀족’에 가까운 사양이다. 사실 이 정도라면 그래픽/동영상 편집 작업은 물론 대부분의 고사양 3D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 등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에 윈도우 7의 체험지수를 시작으로 4004tx의 기본 성능을 하나씩 측정해 보았다.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노트북 하드디스크는 대부분 5400rpm수준이기 때문에 딱히 떨어지는 성능은 아니다).
좀 더 객관적인 성능 테스트를 위해 '퍼포먼스 테스트(Performance test) 7.0'으로 벤치마크 테스트를 해보았다.
나무랄 데가 없는 훌륭한 성능이다. 일반적인 보급형 노트북이 800점대를 기록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나온 1699.7점은 매우 높은 점수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대부분 성능이 좋으면 게임도 잘 돌아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게임을 몇 가지 돌려 보았다.
아바(AVA)라는 잘 알려진 FPS게임이다. 그다지 고사양을 요하는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최고 사양으로 맞추고 게임을 해보았다. 최고 사양인데도 전혀 끊기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대격변으로 다시 돌아온 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다. 오크종족의 대도시인 오그리마와 사냥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사냥터에서 프레임을 측정해 보았다. 최고 사양에서 20-30프레임, 중간 사양에서 60-70프레임으로 원만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전략시뮬레이션 중 대중적이면서도 화려한 그래픽의 스타크래프트2를 구동해 보았다. 금속도시 맵에서 6명으로 플레이한 결과 20분 정도 했을 때 최고 사양은 20-30 프레임, 중간 사양은 60프레임 정도로 게임을 즐기는데 별다른 장애는 느껴지지 않았다.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구동한 게임의 그래픽 사양을 최대로 올려도 문제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끊기거나 느려지는 상황도 거의 없었다. 훌륭한 성능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혹은 패키지 게임을 거뜬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보자를 위한 엔터테이너
4004tx는 ‘엔터테인먼트’ 노트북답게 갖가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들어있다. 이들 프로그램 중 유용한 몇 가지만 간단히 살펴 보도록 하자.
이 어플리케이션들은 윈도우처럼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를 알려 주며 F1키(HELP)를 누르면 바로 HP 서포트 어시스턴트(HP Support Assistant, 이하 어시스턴트, 사용설명서와 기타 설명서는 PDF로 지원된다. 만약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HP 홈페이지로 가서 바로 내려 받을 수 있다)가 화면에 나타난다. 유지 관리, 문제 해결, 학습, 지원 받기 이렇게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진 이 어플리케이션은, 초보자도 노트북을 겁내지 않고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리커버리 센터(Recovery center, 이하 리커버리)’는 프로그램 및 드라이버 재설치, 시스템 복구, 복원, 시스템 점검 등의 기능을 실행한다. 백업을 실행하면 D드라이브에 백업이 되고, 그 파티션을 바탕으로 복구가 이루어진다. 어시스턴트와 리커버리를 적절하게 쓴다면 물리적인 손상이 없는 한 별도의 A/S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Fences’는 바탕화면을 정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더블클릭으로 바탕화면의 모든 아이콘을 숨길 수 있고, 영역을 지정하여 깔끔한 바탕화면을 만들거나, 자주 쓰는 아이콘을 정리하여 빠르게 사용할 수도 있다.
HP MediaSmart 메뉴는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을 버튼 하나로 구현한다. 그 중에서도 웹캠은 단연 발군이다. 얼굴인식을 지원하여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으며,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촬영한 영상을 바로 올릴 수 있다(그 밖에 'DVD 플레이어', 'MP3/음악 감상', 'TV/영화플레이어', '홈비디오 제작기', '사진 편집/업로드기'도 꽤 쓸만하다).
HP 게임 실행 버튼을 누르면 HP 게임 사이트로 접속된다. 금액만 지불한다면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 여러 가지 게임을 내려 받을 수 있다(무료 게임도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유용한 기능이 될 것이다.
하나의 제품으로 DVD플레이어, TV, 미니컴포넌트, 게임기, 사진기 등 복합적인 즐길 거리를 높은 수준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4004tx 하나로 멀티패키지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전시장
고성능이라고 해서 모두 기능이 편리한 것은 아니다. 전문성만 강조한 나머지 편리함을 희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와는 다르게 4004tx는 고성능이지만 초보자들을 배려한 제품이다. 노트북을 많이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설명서를 한 번 정도 훑어보고 나면(능숙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제법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특히 넓은 터치패드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조한 동작키가 돋보인다. 작업을 할 때 멀티터치를 사용한다거나, 영화를 감상할 때 디스플레이 장치 연결을 F4키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흥미로운 장점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린이나 어르신들 수준의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위해서는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터치스크린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4004tx는 데스크탑을 쓰고 싶은데 공간이 너무 좁다거나, 주변 환경이 전선으로 복잡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노트북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종합적인 홈 엔터테인먼트를 편리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물건이다.
하지만 탁월한 성능에 걸맞게 비싸기 때문에(2011년 02월 18일 인터넷 최저가 기준 178-185만 원대) 이 노트북을 구매하려면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상태여야 한다. 싼 가격에 성능이 괜찮은 노트북을 찾는다면 다른 노트북을 권하고 싶다.
파빌리온(Pavilion)이라는 단어에는 전시장이라는 뜻이 있다. 이 제품은 성능과 편의성 면에서 전시장으로서 충분히 합격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4004tx 이후로도 더 성능 좋고 편리한 전시장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김민환(kimmh82@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