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보는 메모리 선별법 - 1부

이문규 munch@itdonga.com

컴퓨터 지식이 많지 않은 사용자도 '내 컴퓨터는 메모리가 부족해' 내지는 '아무래도 메모리를 늘려야 할 것 같아' 등 컴퓨터 메모리에 대해 곧잘 얘기하곤 한다. 물론 메모리는 컴퓨터 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넉넉한 용량을 꽂는 것이 좋다. 최근 여러 요인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많이 상승했지만,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다른 컴퓨터 부품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쉽게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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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무작정 아무 제품이나 사서 장착할 수는 없다. 컴퓨터의 규격에 따라 지원하는 메모리 형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메모리 분야는 전문용어나 기술정의가 많은 터라 일반 사용자에게 올바른 메모리 구매는 예상보다 어렵다. 메모리 구매 후 자신의 컴퓨터 규격에 맞지 않아 낭패를 겪는 경우도 제법 있다. 지금부터 자신의 컴퓨터 메모리 사양을 파악하고 적절한 메모리를 사는 방법을 알아보자.

1. 메모리의 정의와 역할

먼저 컴퓨터에 있어 과연 메모리라는 부품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겠다. 메모리(Memory)의 사전적 의미는 '기억, 회상, 추억'이며, 컴퓨터에서는 '기억 장치'로 통용된다. 즉, CPU가 데이터를 순서에 맞게 처리할 수 있도록 그 데이터를 임시 기억(보관)하는 장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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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는 ‘보조 기억 장치’이다

그렇다. 메모리는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으로 데이터를 기억할 수 없다. 즉, 컴퓨터가 꺼지면 그 안에 담겨 있던 데이터는 모두 알콜처럼 증발해 버린다. 따라서 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하드디스크와 같은 '보조 저장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에서 메모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바로 롬(ROM)과 램(RAM)이 그것인데, 롬은 읽기만 가능한 메모리(Read Only Memory)이고, 램은 읽고 쓰기가 모두 가능한 메모리(Random Access Memory)이다. 컴퓨터 CD-ROM(또는 DVD-ROM)이 대표적인 ‘롬’ 장치인데, 잘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CD-ROM은 데이터 읽기만 가능하다(구울 수 있는 CD/DVD 드라이브는 CD/DVD-RW라고 한다). 롬은 읽기만 가능하지만 컴퓨터가 꺼져도 데이터는 그대로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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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CD-ROM(또는 DVD-ROM)이 대표적인 ‘롬’ 장치다

그리고 컴퓨터 메모리가 대표적인 ‘램’의 형태다. 그래서 메모리를 흔히 램이라고 부른다. 램은 롬과 달리 읽기와 쓰기 모두 가능하지만, 앞서 말했듯 컴퓨터가 꺼지면 데이터가 모두 유실된다. 컴퓨터 사용자가 문서 작업 등을 하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꺼지면 작성하던 데이터가 모두 없어져 버리는 것이 한 예이다. 따라서 중요한 문서 등은 작업 중 미리미리 저장해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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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메모리가 대표적인 ‘램’의 형태다

앞서 말한 대로 컴퓨터에서 메모리의 역할은, CPU가 데이터를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데이터 대기실'로 이해하면 쉽다. CPU와 하드디스크 중간에서 다음 처리할 데이터는 CPU에게, 처리된 데이터는 하드디스크로 보내 저장된다. 대기실이 크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질서 있게 기다릴 수 있는 것처럼, 메모리도 공간이 크면 그만큼 CPU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유연해진다. 따라서 512MB보다는 1GB가, 1GB보다는 2GB가 컴퓨터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럼 USB 메모리는 롬인가, 램인가? USB 메모리는 읽고 쓰기가 모두 가능하지만(램의 특징), 컴퓨터 전원이 꺼져도 이미 저장된 데이터는 유실되지 않는다(롬의 특징).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지만, USB 메모리는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라는 정식 명칭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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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래시 메모리는 읽고 쓰기가 가능하며, 일반 램과는 달리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항상 저장할 수 있다. USB 메모리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 PMP, PDA 등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카드가 바로 이 플래시 메모리이다. 다만, 플래시 메모리는 이처럼 램의 단점을 극복했지만,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메모리(램)보다는 속도가 느리다.

2. 복잡한 메모리 규격, 이것만 확인하자

컴퓨터에 사용되는 메모리는 램의 일종이고, 정확히는 D램(DRAM)으로 구분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몇 메가 D램을 개발했다’는 소리를 뉴스에서 들어봤을 텐데, 여기서 말하는 것이 바로 이 D램이다. 이는 'Dynamic 램'의 약자로 번역하자면 '동적 램'을 의미하는데, 램 내부 부품(캐퍼시터, capacitor)에 주기적으로 전류를 보냄으로써 데이터를 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리에서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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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컴퓨터 메모리라도 노트북용은 크기가 작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D램은 컴퓨터의 동작 클럭에 동기화하는 방식의 SDRAM(Synchronous DRAM-동기화 D램)이다. 이 SDRAM도 컴퓨터 부품이 한 단계, 두 단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요즘 사용되는 SDRAM은 이름 앞에 DDR이라는 용어가 하나 더 붙어 있다. DDR은 'Double-Data Rate'의 약자로 데이터를 '2배'로 전송한다는 의미이다. 아직은 DDR2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DDR3 지원 제품이 늘어나고 있어 DDR3로 점점 넘어가는 추세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D램 → SD램 → DDR SD램 → DDR2 SD램 → DDR3 SD램
DDR, DDR2, DDR3는 그 뿌리를 SDRAM에 두고 전송 속도가 개선된 것이지만, 아래 그림처럼 컴퓨터 메인보드의 메모리 슬롯에 꽂는 형태가 각각 달라 서로 혼용이 되지 않는다. 그림에서 보듯 초기 SD 램은 168핀, DDR 램은 184핀, DDR2 램과 DDR3 램은 240핀이다. DDR2 램과 DDR3 램의 핀 개수는 같지만 그림과 같이 중간의 홈 위치가 달라 서로 혼용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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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간 홈이 있어도 슬롯에 맞추어 억지로 누르고 메모리 슬롯 양쪽 가이드를 채우면 끼워지긴 한다. 하지만, 만약 이 상태에서 컴퓨터를 켰다간 당연히 고장 난다. 따라서 메모리를 장착하기 전에 메모리 홈과 메인보드 메모리 슬롯의 모양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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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용 메모리 규격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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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용 메모리 사양 구분

위 표를 보면 메모리 모듈 규격의 숫자와 메모리 칩 규격의 숫자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모리 칩의 버스 클럭 수치에 8배를 한 결과가 메모리 모듈 규격 수치인 것이다. 예를 들면, DDR2-800 규격의 메모리는 800 x 8=6,400이므로 PC2-6400으로 규정된다. 이때의 800은 버스 클럭, 즉 800MHz(400MHz x2)를 나타내는 수치다(사실 표를 천천히 살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얘기다).

다만, 위의 메모리 규격은 일반적인 데스크탑 컴퓨터에 장착되는 메모리에 대한 것이다. 노트북용 메모리는 작동 방식이나 규격이 데스크탑용 메모리와 마찬가지지만, 메모리의 크기와 장착되는 슬롯의 전체적인 크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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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노트북용, 오른쪽이 데스크탑용 DDR 램

여기서 메모리 관련 용어 하나만 더 짚어보자. 아직까지 일반 사용자가 말하는 컴퓨터에 장착하는 램, 메모리는 정확히 말하자면 '메모리 모듈'이라 해야 한다. 메모리 칩과 각종 부품이 부착된 회로판을 '메모리 모듈'이라 하는데 영문 약자로는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로, 통상적으로 '딤'으로 읽는다. 하지만 메모리를 메모리 모듈로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그냥 '메모리'라고 불러도 그 의미는 상통하겠지만, 원래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DIMM'에도 일반 DIMM과 SO-DIMM, Micro-DIMM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데스크탑에는 DIMM이, 노트북에는 SO-DIMM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노트북 메모리를 증설할 계획이라면 이 규격과 핀 개수를 확인해야 하겠다. 참고로 SO-DIMM의 경우 72핀, 100핀, 144핀, 200핀 메모리가 사용된다.

- 2부에서 계속 -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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