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영상 모니터, 어디까지 왔나 - 잘만테크 ZM-MV240W
잘만테크 3D 모니터, ZM-MV240W로 체험한 책상 위의 3D 입체영상
2009년 말 개봉되어 사상 초유의 흥행기록을 달성한 영화 '아바타(Avatar)'는 대중에게 3D 입체영상이라는 새로운 비주얼을 선사했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3D TV, 3D 컴퓨터 등의 입체영상 기기가 각광을 받으며 침체된 시장에 새 기운을 불어 넣었다. 이제 영상/음향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도 안방에서 3D 입체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전세계를 뒤흔든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그늘에 가려 3D 입체영상 기술의 뜨거웠던 열기가 차츰 식어가는 분위기다. 실례로 아바타 이후에도 3D 입체영상 영화가 꾸준히 개봉되고 있지만 관객들은 더 이상 신기해 하지 않는다. 또한 한때 최고의 혼수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3D TV 역시 2010남아공월드컵 때 집중 노출된 TV 광고를 끝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더구나 3D TV 등을 통해 실제로 3D 입체영상을 접한 사용자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최근에는 컴퓨터 분야에서도 3D 입체영상을 지원하는 데스크탑 모니터와 노트북 등이 출시되어 '빤짝'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젠 컴퓨터로도 영화나 게임을 3D 입체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긴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나 그래도 차세대 영상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아이템이니 이즈음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IT동아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3D 입체영상 모니터를 통해, 2011년 1월 현재의 입체영상 기술이 어디까지 근접해 왔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그 대상은 잘만테크의 24인치 3D 모니터, ZM-MV240W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잘만테크는 컴퓨터용 쿨러(냉각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국산 기업이다. 쿨러나 컴퓨터 케이스 같은 부품으로 유명한 그들이 만든 3D 모니터라...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단 컴퓨터 모니터 본연의 기능과 구성 등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컴퓨터로 보는 3D 입체영상의 느낌과 품질,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논하려 한다.
일반 모니터로도 제법 쓸 만한 사양과 구성
우선 ZM-MV240W는 24인치(대각선 길이 61cm)의 16:9 비율 와이드 LCD 모니터다. MS 윈도우 사용 시 최대 해상도는 1,920 x 1,080(높을수록 좋음)이며, 화면 응답속도는 5ms(밀리초, 낮을수록 좋음), (동적)명암비는 10,000:1(높을수록 좋음), 밝기는 최대 300cd(칸델라)/m2(높을수록 좋음) 등의 사양으로, 24인치 유사 제품과 거의 비슷하다. 즉 모니터 기본 사양에 있어서는 딱히 내세울 부분이 없는 평범한 수준이다.
제품 디자인도 그다지 수려하다고 볼 수 없다. 하단 스피커를 둘러싼 빨간색 프레임 테두리만 눈에 띌 뿐,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이다. 또한 두께도 비교적 두툼해 얇은 두께의 슬림한 형태를 유지하는 요즘 모니터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본체 우측면에는 각종 조작 버튼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버튼 역시 최신 제품치고는 상당히 순박한(?) 모습이다.
모니터 높이는 조절할 수 없으며, 정면에서 보는 각도(틸트)만 조절할 수 있다. 좌우 회전(스위블)도 안된다. 대신 벽면에 설치할 때 사용하는 VESA 마운트 구멍은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면 하단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는데, 모니터 내장 스피커치고는 꽤 괜찮은 음량과 음질을 들려 준다. 슬림하지 않은 몸집 덕에 큰 구경의 스피커를 양 쪽에 집어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겠다. 이 정도 음량과 음질이면 PC용 저가 스피커는 당장 치워도 될 만하다. 이외에 리모콘을 제공하므로 PC나 TV 등의 외부 기기와 연결하여 사용할 때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양이나 디자인 등에 있어서는 다른 제품에 비해 그리 내세울 게 없지만, ZM-MV240W가 (3D 입체영상을 제외하고) 갖는 남다른 특징은 다양한 입출력 단자다. 대부분의 모니터가 전원 단자 하나, 영상 입력 단자 1~3개(D-sub, DVI, HDMI 등) 정도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ZM-MV240W는 컴퓨터를 비롯해 여러 가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입출력 단자를 제공한다.
뒷면 좌측(사진 참고)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콤포넌트(TV 등 영상 출력), SPDIF(디지털 음성 출력), 헤드폰 출력, 스피커 출력, 콤포지트 단자(TV 등 영상/음성 출력), S-Video(영상 출력), RGB(컴퓨터 모니터), DVI(컴퓨터 모니터), HDMI(고해상도 영상/음성 출력), USB 단자(USB 메모리 데이터 입력), 전원 단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분명히 일반 모니터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한 입출력 단자 구성이다. 위에서 지적했던 냉소적인 평가를 모조리 불식하는 구성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로써 컴퓨터는 물론, TV, 오디오, 디빅스(Divx) 플레이어, 비디오 콘솔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AV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단 제품 패키지에 D-sub, DVI 케이블 외에 다른 케이블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ZM-MV240W에는 편광 방식의 3D 안경 두 개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안경 착용자를 위한 클립형, 하나는 일반형 안경이다. 참고로 편광 방식은 극장에서 3D 영화 볼 때 쓰는 방식과 동일하다(관련기사 : http://it.donga.com/newsbookmark/150/)
3D 입체영상의 특징을 제외하고 일반 모니터로서의 평가는 나쁘지 않는 편이다. 특히 모니터 내장 스피커로는 썩 괜찮은 음질과 풍부한 입출력 단자를 갖춰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응하는 모니터로서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여담으로 덧붙이면, 일반 모니터로서의 화질과 품질도 다른 유사 모니터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 주어 딱히 흠 잡을 부분은 없었다. 디스플레이 부분에 3D 입체영상 출력을 위한 투명 특수 패널이 덧붙여져 있는데, 그로 인해 화면이 더욱 또렷하고 맑아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나 3D답게 보여주는가
다른 건 관심 대상이 아니다. 이 모니터는 '3D 입체영상'을 특징으로 하고 있고, 또 그만큼 유사 사양의 모니터보다 (거의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모니터, ZM-MV240W의 최대 관건은 3D 입체영상을 얼마나 사실감 있게 표현하느냐와 즐길 콘텐츠가 무엇이 있느냐라 하겠다. 이로써 본 제품은 물론 현재 '3D 입체영상'을 표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3D TV 등)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연 ZM-MV240W는 '살 만' 하고, '볼 만' 한가?
1) 3D 영화를 보면?
결정적으로 3D 입체영상이 적용된 영화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타이틀도 그다지 많지 않다(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3D 타이틀은 애니메이션인 '몬스터 대 에일리언 3D'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3D', '아바타 3D' 정도가 고작이다. 물론 '아바타' 이후로 개봉된 3D 영화가 더러 있으니 이들 영화가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된다면 몇 종이 더 추가될 수는 있겠다. 국산영화로는 이성재 주연의 '나탈리'가 우리나라 최초의 3D 영화로 눈길을 끌었지만 관객의 발길은 끌지 못했으며, 타이틀도 언제 출시될지 알려진 바 없다.
일단 인터넷 등에서 구할 수 있는 3D 입체영상 샘플 파일(영화 예고편)로 재생한 바로는 '제법 볼만 한 수준'이라 판단했다. ZM- MV240W로 3D 영상을 시청하는 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3D 재생 전용 플레이어(Stereoscopic Player, CD에 포함) 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좌측 촬영 영상 파일과 우측 촬영 영상 파일을 각각 지정하여 재생하는 방법이다.
편광 안경을 쓰면 3D 영화 상영관에서 보던 수준의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다. 물론 화질은 상영관보다 선명하고 또렷하다(아무래도 화면이 작으니). 참고로 본문 내 사진은 빛 반사를 고려해 측면으로 촬영했으며, 사진으로는 3D 입체영상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음을 밝힌다.
아울러 두 대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한 화면에 좌우 또는 상하로 배치한 파일 하나를 재생해도 유사한 입체영상이 구현된다. 다만 전자의 경우(좌우 각각의 파일 재생)가 더욱 선명하고 확실한 입체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다(물론 샘플 동영상 파일 자체의 품질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당연하겠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해당 동영상을 3D 모니터가 아닌 일반 모니터에서 보면 당연히 입체영상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ZM-MV240W 모니터는 분명 3D 입체영상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테스트한 동영상이 3D 영화 전편이 아닌 2~3분 내외의 짤막한 샘플이지만, 3D 입체영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건 아니다. 가장 먼저, 3D 입체영상의 시야각을 지적할 수 있는데, ZM-MV240W로 테스트한 바로는, 3D 적용 시 화면을 정면에서 바라봐야만 제대로 된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즉 상하좌우로 시야각이 벌어지면 눈이 아플 정도로 화면이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인다. 이것이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의 공통적인 단점인지, 아니면 ZM-MV240W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정면 이외에는 정상적인 관람이 불가능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정면이라 해도 역시 장시간 시청에는 사람마다 어지러움을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리뷰어 역시 수십 분 이상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눈을 혹사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좌우단간 올해에 3D 영화 타이틀이 좀 쏟아져 준다면 ZM-MV240W의 입지가 지금보다는 다소 격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적어도 3D 입체영상 효과 면에서는 썩 괜찮은 품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단 수석은 아니더라도 합격점은 줄수 있다.
2) 2D(일반) 영화를 3D로 전환하면?
일반 2D 평면 영화를 3D 입체영상으로도 볼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3D 입체영상으로 변환해야 하지만, ZM-MV240W만으로도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현재 일반 영화를 3D 입체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3D 영상전문 업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걸림돌이다).
일반 동영상 파일을 곰플레이어 등의 재생 프로그램으로 실행한 뒤 리모컨의 '2D->3D' 버튼을 누른다. 그럼 3D 입체영상을 맨 눈으로 보는 것처럼 두 겹의 영상으로 출력된다. 이 영상을 편광 안경을 쓰고 보면 얼핏 입체영상 효과가 나타나는 듯하다. 물론 앞서 본 3D 전용 파일의 경우에 비하면 극히 미약한 수준이긴 하다. 확실한 건 영상 내 자막 만은은 앞으로 돌출되어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점.
아울러 리모컨의 'FRONT/BACK(영상 전후방 조절)' 버튼과 'DEPTH(영상 깊이 조절)' 버튼을 눌러 입체 영상의 상태를 조정할 수 있지만, 현저한 입체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눈만 어지러워 진다. 역시 일반 2D 영화에 3D 입체영상 효과를 입히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동영상 파일에 따라 입체 효과가 더 도드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3D로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물론 굳이 그렇게 봐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3) 3D 게임을 즐기면?
3D 입체영상 콘텐츠 중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게임 콘텐츠가 영화보다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컴퓨터용 게임은 물론이고 플레이스테이션(소니)이나 Xbox(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비디오 콘솔 게임용 타이틀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서는 NC소프트의 '아이온'이 대표적인 3D 입체 게임 중 하나다. 과연 ZM-MV240W는 이들 게임 콘텐츠를 3D 입체영상으로 제대로 출력할 수 있을까?
가) 패키지 게임 - 아바타(Avatar, The Game)
역시 3D 영상의 개척자답게 컴퓨터 게임에서도 3D 입체영상의 진수를 유감 없이 발휘했고, ZM-MV240W도 이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D 영화로 보던 '판도라' 행성의 신비함을 공간적으로 잘 표현했고, 입체적 원근감도 상당히 정확했다. 이 정도면 3D 모니터로
충분히 만족한다.
위 사진에서 보듯 게임 내 3D 옵션을 활성화하면 양쪽으로 동일한 두 개의 화면이 출력되고, 이 상태에서 리모컨의 '3D ON' 버튼을 누르면 두 영상이 하나로 겹쳐지며 입체영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분명 신기하고 화려하긴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우선 공간적인 원근감 덕에 오히려 총기 조준이 쉽지 않았다(물론 이는 본 리뷰어의 게임 패턴에 국한된다). 평면적인 환경에 익숙해서인지 3D 배경을 종횡무진하는 목표물을 정확히 가격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오히려 게임 몰입도가 저하되기도 했다.
애초에 게임을 즐기자는 게 아니라 3D 입체영상을 체험하자는 취지였으니, 인내하며 끝까지 플레이할 필요는 없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어쨌든 결과는 Good!
나) 온라인 게임 - 아이온 (Aion)
NC소프트의 아이온은 LG 3D 노트북이 공식적으로 3D 입체영상을 지원하면서 게임 사용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ZM-MV240W 모니터는 아이온 3D 입체영상을 지원하지 않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등에도 관련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3D 입체영상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낮다는 소리다. 본 리뷰어는 일반 사용자의 입장으로, 아이온을 어떻게든
3D 입체영상으로 실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해 봤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 비디오 콘솔 게임 – 그란투리스모 5 (플레이스테이션 3용 게임 타이틀)
비디오 콘솔 게임 역시 아이온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플레이스테이션 3로 '3D Compatible Game'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게임
타이틀 몇 개를 실행했는데, 모두 정상적인 입체영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게임 내 3D 영상 설정 옵션이 있는데, ZM-
MV240W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잘만테크 홈페이지 및 기술지원 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ZM-MV240W는 'Side by
Side' 방식, 즉 좌측/우측 영상을 분리 송출하는 3D 영상 방식만 지원함에 따라, 상층/하측 영상으로 분리하는(Over/Under
방식) 플레이스테이션 3와 호환되지 않는다.
결국 'Side by Side' 방식을 지원하는 게임 타이틀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어야 게임에서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다. 게임 타이틀이 풍부한 플레이스테이션 3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건 3D 모니터로서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물론 HDMI 케이블로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연결할 경우 일반적인 2D 영상으로는 얼마든지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고해상도에 사운드까지 모니터에서 출력되니 간편하긴 하다(이렇게라도 위안하려 한다).
4) 2D(일반) 게임을 3D로 전환하면?
이 역시 리모콘의 '2D->3D' 버튼을 눌러 테스트했다. 어느 정도 그래픽 품질이 높은 게임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여 온라인 FPS 게임인 '아바(A.V.A)'로 확인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결과는 역시 2D 영화를 3D로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경과 엄폐/은폐물 등에 약하게 적용된 입체 효과(원근감 효과) 외에는 딱히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십여 분이 지나니 번득거리는 화면 때문에 눈만 아프고 타겟팅도 부정확했다.
혹시 몰라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도 확인했다.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도 3D로 플레이했다. 이건 3D도 아니고 2D도 아닌 게 애매하다. 역시 본연의 기능과 성능 이상을 강제로 이끌어 내기에는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5) 즐길 수 있는 3D 콘텐츠(영화, 방송, 게임 등)는?
위에서 살펴본 콘텐츠 이외에, ZM-MV240W와 같은 3D 모니터를 구매하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얼마나 될까?
멋진 스포츠카를 뽑았건만 내달릴 고속도로가 없다면 경차만도 못한 법. 일단 3D 영화 타이틀의 경우 2011년 1월 현재까지 정식 루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타이틀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다. 2009년 12월 영화 아바타가 흥행에 성공한 후로 적지 않은 수의 3D 영화가 개봉됐음에도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된 건 대략 5개 정도 밖에 안된다(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5개 이상을 찾지 못했다. 본문에 첨부할 이미지조차 마땅한 게 없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앞서 말한 '아이온(NC소프트)'과 '볼츠앤블립온라인(드래곤플라이)' 정도가 3D 입체영상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단 아이온은 앞서 살펴 봤든 3D 입체영상이 적용되지 않으며, 볼츠앤블립온라인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홀해 내 몇 가지 3D 입체영상 온라인 게임이 더 출시될 것이라 알려져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들리지 않고 있다.
비디오 콘솔 게임기 분야에서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 3D 입체영상 타이틀이 간간히 출시되고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ZM- MV240W와 호환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게임기 본체가 있어야 하니 비디오 게임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용자라면 ZM-MV240W의 의미는 더욱 흐려질 수 밖에 없다.
대신 패키지 게임(CD 설치) 분야는 다소 희망적이다. 현재 다양한 게임 타이틀이 출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ZM-MV240W가 공식 지원하는 게임 만도 대략 100여 종이 넘는다. '크라이시스'나 '콜오브듀티' 시리즈, '문명4', '어쌔신 크리드', ‘메달오브아너' 시리즈 등 유명 대작 게임 대부분이 3D 입체영상을 지원하고 있다(단 3D를 지원할 뿐이지 100% 완벽하게 입체영상이 구현된다 장담할 순 없다). 사실 국내의 경우 온라인 게임의 확산으로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크게 줄긴 했지만, 3D 입체영상이 대중화되면 게임 타이틀 시장도 그에 따른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순전히 본 리뷰어만의 예측이다).
3D 방송 분야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로 뚝 끊겼다. 당시에는 마치 3D TV가 대세인 듯 가전 양사가 앞다투어 광고하더니 지금은 판매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잠잠하다. 공중파 방송은 현재 전무한 상태고, 일부 케이블 방송사를 통한 제한적 시험 방송이 전부이니 국내 3D 방송 시장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3D 방송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3DTV 방송진흥센터', www.3dtvkorea.or.kr에서 참고할 수 있다.
결국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직 3D 입체영상은 시기상조란 소리다. 물론 유사 사양의 일반 모니터와 가격대가 비슷하다면(적어도 5만원 내외라면) 머지 않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겠지만, 곱절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현재 시점이라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겠다. 물론 3D 입체영상을 제작, 편집하는 사용자에게는 이만한 사양과 성능의 3D 모니터는 흔치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6) 사용자 접근성 및 사용 난이도는?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사용 난이도다. 3D 영화를 한번 접하고 3D 입체영상에 꽂힌 사용자가 대뜸 구매해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ZM-MV240W는 설명서나 가이드가 비교적 부족/부실한 편이라, 관련 지식이 없다면 정상적인 입체영상을 만끽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CD 안에 설명서 파일이 들어 있지만, PDF 문서이며 전문용어 일색이라 본 리뷰어도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다).
각종 게임에서도 3D 영상 설정 옵션이 저마다 다르기도 하거니와 이에 대해 쉽게 설명된 내용을 찾기가 어려워, 사실상 이 분야 정보에 밝은 사용자가 아니면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가격 또한 사용자의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다. 물론 아직 3D 영상 기기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장 환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다. 300만원이 넘는 3D TV도 인기리에 판매됐던 전례를 보면 그래도 긍정적이지 않느냐 하겠지만, 모니터가 TV 기능을 제공할 순 있어도 결코 TV가 될 순 없음을 인지한다면 3D TV와 비교할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ZM-MV240W 모니터를 선택할 사용자의 폭은 상당히 좁아진다. 일단 3D 입체영상을 재생하는 능력과 기능은 부족함 없이 갖추었으니, 3D 콘텐츠(영상, 게임 등) 제작자나 패키지 게임 선호가 등이 될 것이고, 이 중 경제적인 사정이 비교적 괜찮은 사용자 정도가 과감히 접근해 볼 만 하다.
3D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지원이 시급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였다. 수십만 종에 달하는 다양한 어플(어플리케이션)이 있었기에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비슷한 컨셉으로도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3D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성능 좋은 3D 디스플레이 기기가 있어도 디스플레이할 콘텐츠가 없으면 없느니만 못하다.
결국 이 제품뿐 아니라 앞으로 3D 입체영상과 관련된 제품이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나아가 우리나라 영상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고 확실한 콘텐츠 개발 및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잘만의 ZM-MV240W 3D 모니터를 사용해 보니 일단 하드웨어는 (완벽하진 않아도) 준비가 어느 정도 된 듯했다. 이제 올해에 얼마나 3D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느냐, 그리고 기존의 콘텐츠가 3D를 얼마나 지원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고화질, 고음질을 자랑하는 블루레이 디스크가 시판된 지 오래 됐음에도 아직까지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그 근본적인 이유를 관계자들께서 인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