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 만큼이나 빠른 스마트폰, ‘스카이 베가 X’
오락실이 한창 흥하던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2’에 나오는 캐릭터인 ‘베가(Vega)’를 기억할 것이다(일본 원작에서는 발록이었지만, 해외판에서는 베가로 바뀌었다). 얼굴에는 가면을, 손에는 갈퀴를 달고 화면을 누비던 베가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그를 처음 상대하는 플레이어라면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고 패배를 당하곤 했다. 그래서 본래 베가라는 이름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을 의미하는 것이건만, 상당수 사람들은 그보다는 게임 캐릭터의 이름, 그리고 그가 보여주던 날쌘 스피드를 기억하곤 한다.
팬택의 스카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급형 스마트폰에 붙어있는 베가라는 이름은 당연히 게임 캐릭터가 아닌 직녀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 팬택의 마케팅은 왠지 ‘그’ 베가를 떠올리게 한다. 왜냐하면 베가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베가 익스프레스(Vega Xpress, 이하 베가 X)’를 출시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피드’ 기 때문이다.
과연 베가 X가 그 이름만큼이나 빠르고 매력적인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참고로 베가 X는 KT용인 ‘IM-A710K’ 모델과 LG U+용인 ‘IM-A720L’의 2가지로 판매 중인데, 이 두 모델은 내부 사양 및 외부 디자인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KT용 베가 X가 CPU 및 램(RAM)의 사양이 더 높다는 점을 알아두자. 이번에 리뷰한 제품은 KT용이다.
4인치 화면을 갖춘 깔끔한 디자인의 스마트폰
2011년 1월 현재 판매 중인 베가 X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모델이지만, 조만간 핑크와 골드브라운 컬러의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잘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 사용한 모델은 화이트 컬러로, 깔끔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여성이나 청소년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베가 X의 두께는 10.9mm이며, 화면 크기는 4인치다. 화면 해상도는 480 x 800으로 이전 모델과 같지만 화면의 크기가 0.3인치 더 커졌다.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와 비교한다면 두께가 1mm 정도 더 두껍고 화면 크기는 같으니 손에 잡는 전반적인 느낌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전 모델인 베가나 갤럭시 S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OLED 규격의 화면을 탑재한 것에 비해, 베가 X는 일반 LCD를 탑재하고 있다. 요즘은 일반 LCD도 많이 개량되어서 상당히 우수한 화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AMOLED에 비하면 아무래도 시야각이나 명암비 면에서는 다소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신 베가 X는 이전 모델에 비해 물량이 풍부한 편이고 제조사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대리점의 지정 요금제로 가입해 구매하면 고성능의 신형 스마트폰으로서는 상당히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사실 이전 베가의 경우 판매량을 더 늘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MOLED의 생산량이 충분치 못해 원하는 만큼의 제품 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화질은 약간 낮추면서도 화면의 크기는 더 키우고 물량이나 가격 면에서 더 이점을 가지게 되었다면 제조사로서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는 뻔하다.
제품의 전면 하단을 살펴보면 왼쪽부터 차례로 ‘메뉴’ 키와 ‘홈’ 키, 그리고 ‘이전’ 키가 달려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검색’ 키는 우측 면에 위치하고 있다. 검색 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는 구글사에서 적극적으로 탑재할 것을 제조사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다지 많이 쓰이는 편이 아니라서 검색 키가 전면에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간혹 실수로 이를 눌러서 갑자기 검색 창이 뜨는 일이 많아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하곤 한다. 베가 X의 검색 키가 측면에 위치한 이유는 구글의 권장 사항을 지키면서도 사용자들의 편의도 함께 살리고자 한 목적인 듯 하다.
검색 키 바로 옆에 위치한 커버를 벗기면 베가 X의 충전 및 데이터 전송 케이블, 그리고 스테레오 이어셋 등을 꽂을 수 있는 I/O 포트가 나타난다. 규격 I/O 포트는 20핀 규격으로, 일반 24핀 충전기나 USB 데이터 케이블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패키지에 함께 제공되는 젠더를 사용해야 한다. 참고로, 이 젠더는 포트 모양의 전환 외에도 지상파 DMB용 안테나의 기능을 겸한다. 최근 나오는 스마트폰 중에는 20핀 규격의 I/O포트 보다는 마이크로 USB 규격의 I/O 포트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면 베가 X의 이러한 구성은 다소 의외다.
예전에 나온 스카이 브랜드의 스마트폰 중 일부 모델(시리우스, 이자르 등)은 20핀 I/O 포트 외의 인터페이스가 없어서 반드시 전용 이어폰만 써야 했다. 하지만 베가 X는 상단에 3.5mm 이어폰 포트를 갖추고 있어 이러한 불편은 겪지 않을 듯 하다.
후면에는 카메라와 LED 플래시가 위치하고 있다. 카메라는 최대 500만 화소를 지원하는데, 화소는 높지만 아무래도 폰 카메라의 한계가 있다 보니 일반 디지털카메라에 비하면 선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AF(자동 초점) 기능 덕분에 초점은 잘 맞는 편이고, LED 플래시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베가 X에는 후면뿐 아니라 전면에도 카메라가 있다. 이는 셀프 촬영 및 영상 통화용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동영상 재생은 물론, 인터넷 서핑에서도 거침 없는 ‘스피드’ 느껴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베가 X는 ‘스피드’를 강조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구조는 PC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내장된 CPU 및 램의 사양, 그리고 이들 하드웨어를 관장하는 운영체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번에 리뷰한 KT용 베가 X는 퀄컴의 2세대 스냅드래곤 CPU인 MSM8255 1GHz를 탑재하고 있으며, 고속 메모리인 DDR2 규격의 512MB 램을 갖췄다. 그리고 운영체제는 속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2.2(코드명 프로요)를 탑재하고 있으니 전반적인 사양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LG U+용 베가 X는 2세대 CPU와 DDR2 램이 적용되어 있지 않다).
베가 X로 일단 고화질 동영상(Divx 및 MP4 규격)을 감상해 보았는데, HD급(1280 x 720 해상도)의 동영상은 끊김 없이 원활히 재생되었고, 자막(SMI 파일)도 정상적으로 출력되었다. 다만, 풀 HD급(1920 x 1080 해상도)의 동영상을 재생하려 하자 ‘재생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출력되었다. 재생은 되지 않았지만 미디어 갤러리의 썸네일(단축 아이콘)은 표시되는 것으로 보아, 기능적으로는 재생이 가능하지만 성능적인 문제(프레임 끊어짐 등) 때문에 재생을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성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의 경우, 동영상을 재생하다가 구간을 이동할 때 멈칫거리거나 재생이 잠시 멈추는 현상이 있곤 했지만 베가 X를 사용할 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 서핑 시(Wi-fi 접속)에도 답답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최신 Wi-fi 규격인 802.11n 규격을 지원하며, 전반적으로 웹 브라우저 속도가 빨라진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를 탑재한 덕을 보는 듯 하다. 무엇보다도, HD급 동영상을 재생하던 와중, 혹은 인터넷 서핑을 하던 와중에 홈 화면으로 돌아와도 기기의 속도가 느려지는 일은 없어서 상당히 쾌적한 사용이 가능했다.
게임 성능은 어때?
게임 성능 역시 스마트폰의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의 하나다. 안드로이드 게임 중에서도 제법 높은 사양을 자랑하는 3D 게임인 ‘아스팔트 5(Asphalt 5)’를 직접 플레이 해 보았다. 그리고 객관적인 성능 비교를 위해 같은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중에서도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와 초기형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준비하여 같이 플레이 했다. 그리고 기종 모두 동일한 샌디스크의 8GB 마이크로 SD 카드를 장착했으여 운영체제 역시 안드로이드 2.2로 같다.
게임을 실행하고 첫 번째 스테이지를 플레이 하기 직전의 로딩 속도를 비교해 보니 가장 사양이 떨어지는 모토로이가 약 35초로 가장 느렸으며, 갤럭시 S는 20초, 베가 X는 28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로딩 속도는 CPU나 램의 성능보다는 디스크를 읽어 들이는 컨트롤러(제어기)의 속도에 많이 좌우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갤럭시 S에 내장된 SD카드 컨트롤러의 성능이 베가 X보다 우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볼 차례다. 모토로이는 전반적으로 프레임이 다른 두 기종보다 낮은 수준이라서 지속적으로 화면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으며, 특히 다른 차량들이 많이 나올 때 프레임 저하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베가 X와 갤럭시 S는 시종일관 부드럽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며, 차량이 많이 나와도 프레임 저하 현상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의 원활함은 두 기종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음에 플레이 해본 게임은 3D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인 ‘호크스(H.W.A.X.)’다. 로딩 시간의 경우, 이번에도 모토로이가 37초로 가장 느렸지만 베가 X와 갤럭시 S는 각각 32초, 30초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 플레이에서는 모토로이가 약간의 끊김이 느껴진 반면, 베가 X와 갤럭시 S는 아스팔트5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플레이가 가능했다.
호크스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폰을 직접 기울이며 전투기를 조작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다른 기종에서는 정상 작동한 반면, 이상하게도 베가 X에서는 가속도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서 전투기를 움직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옵션에서 조작 방법을 중력 센서가 아닌 가상 스틱으로 바꿔 플레이 해야 했다. 이전에 테스트한 아스팔트 5 역시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조작하는 게임인데, 이 때는 베가 X로 플레이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아무래도 호크스와 같은 일부 게임에서 베가 X에 내장된 가속도 센서와 호환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스카이’ 특유의 개성 있는 인터페이스는 여전
피처폰 시절부터 내려오는 스카이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련된 화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이다. 최근 나오는 스마트폰 중에 상당수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어서 사실상 화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기종 별로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베가 X는 스카이 시리즈의 제품답게 경쟁제품과는 사뭇 다른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일단은 메인 화면 아이콘의 크기 및 모양도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다. 크기가 더 클 뿐 아니라 아이콘 주변에 산뜻한 색상의 테두리까지 둘러서 누르기가 편하고 보기에도 산뜻하다. 이와 함께, 홀드 화면이나 다이얼 화면, 메시지 화면 등을 기존 안드로이드 디자인 외에도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다. 이 정도면 안드로이드폰은 개성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지워도 될 것 같다.
베가 X의 개성적인 인터페이스는 단지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능성도 함께 가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화면 상단에서 불러올 수 있는 간편 설정 기능인데, 사운드 설정, 통신 환경, 프로그램 관리 등의 자주 쓰는 기능을 모아두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유용한 위젯 및 각종 아이콘을 적절히 배치해 놓은 일종의 프리셋인 ‘스카이 홈 스크린 모드’는 스마트폰 초보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듯하다. 여기서 제공하는 홈스크린 모드는 스카이(기본), 소셜(통신), 비즈니스(업무), 엔터테인먼트(오락), 트래블(여행), 에듀케이션(교육)등 6가지 이며, 사용자가 직접 위젯 및 아이콘을 편집해 새로운 프리셋을 저장해 두는 것도 가능하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합격점 줄 만
팬택의 스카이 베가 X는 제조사에서 홍보한대로 속도 면에서 상당히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제품의 디자인도 준수한 편이고, 화면 인터페이스나 편의 기능 면에서도 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여 고유의 매력을 살리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베가 X는 구형이나 보급형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고급형 시장에서도 충분히 구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압도적으로 우월한 수준도 아니다. 때문에 얼마 있지 않아 쏟아져 나올 한층 강력한 경쟁자들로부터 성공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방어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