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언제부터인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조금 과장을 보태 삼척동자도 다 쓰는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위룰(Werule), 팜빌(FarmVile) 등의 SNG(Social Network Game)가 급부상했고,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가 새로운 온라인쇼핑 코드로 떠올랐다(SNG는 SNS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즐기는 게임이고, 소셜커머스는 SNS 입소문을 바탕으로 공동구매하는 소셜쇼핑의 일종이다). 바야흐로 소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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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이번엔 소셜데이팅(Social Dating)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가 남녀간의 정분에까지 마수(?)를 뻗친 것이다. 국내 소셜데이팅 산업은 이제 태동기에 들어선 수준이지만, ‘소셜’과 ‘데이트’라는 두 가지 핫이슈가 합쳐진 만큼 그 화제성은 앞서 주목 받았던 SNG, 소셜커머스 못지 않다. 대체 소셜데이팅은 어떤 시스템일까.

소셜데이팅이란?

소셜데이팅이 이제 막 등장한 시점에서 정의를 논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SNG, 소셜커머스의 구조를 떠올려본다면 소셜데이팅도 비슷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SNS로 구축한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짝을 찾는 서비스가 바로 소셜데이팅일 것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Are You Interested?(이하 AYI)’를 꼽을 수 있겠다. AYI는 전 세계 약 2,000만 명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대형 소셜데이팅 서비스다. 대표적인 글로벌 SNS인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과 연동하는 웹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통해 온라인 데이트를 주선하는 시스템이다.

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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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I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AYI의 회원 가입 절차를 밟는다. 생년월일, 성별, 거주지를 입력하고 나면 간단한 자기 소개와 프로필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좋아하는 노래, 영화, 연예인을 기입하고 가입 절차를 마치면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에서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검색할 수 있다(물론 해당 SNS에도 가입을 한 후 두 계정을 동기화해야 한다).

화면에는 상대방이 등록한 프로필과 함께 ‘Yes’와 ‘Skip’ 두 종류의 아이콘이 표시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Skip을 눌러 다음 사람을 볼 수 있으며, 마음에 들 경우 Yes를 누르면 상대방의 ‘Likes Me’ 항목에 자신이 저장된다. 이후 상대방이 로그인해서 마찬가지로 Yes를 누르면 서로의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포인트를 소모해 메시지나 선물을 보내 호감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플 중 하나로 꼽히는 AYI 어플의 설치 횟수는 1,900만 건에 달하며, AYI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중 유료 회원의 수도 상당수에 이른다(AYI의 모든 기능을 100% 활용하려면 매달 10~20달러를 지불하고 유료 회원이 되어야 한다). AYI의 2010년 3분기 매출액은 약 179만 달러(한화 약 20억 원)로, 전분기 대비 37% 상승했다.

이렇게 AYI가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은 역시 전세계 가입자 5억 명을 자랑하는 공룡 SNS 페이스북 때문이다. 바꿔 말해 AYI가 별도의 사이트로 존재했다면 매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SNS 사용자들이 인맥 관리를 위해 자신의 SNS를 자주 방문한다는 점을 노려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어플을 개발한 게 주효한 것이다. 다른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들어왔다가도 잠깐씩 생각날 때 AYI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연결되고 나면 서로를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하고, 지속적으로 인맥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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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셜데이팅, 대체 소셜은 어디에?

국내에도 소셜데이팅을 표방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음소시어스(이하 이음, www.i-um.net)와 이츄(www.echu.co.kr)가 그들이다. 이 업체들은 지난 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AYI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참신한 점은 있지만 소셜데이팅 서비스로서는 불합격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대체 무엇이 ‘소셜’인지 알 수가 없다. 소셜데이팅에 소셜이 없다니, 아무리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먼저 이음을 살펴보자. 가입절차는 AYI와 유사하게 프로필 사진과 자신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를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다르다. 이음은 남녀의 성비를 1대1에 가깝게 맞추기 때문에 남성의 가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음측은 프로필과 키워드를 성실하게 기재한 사람 우선으로 일일이 수동으로 가입 승인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불건전한 사진을 넣거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은 가입이 무한 연기된다. 물론 AYI에도 비슷한 시스템은 있다. 자신의 누드 사진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은 사용자들의 신고를 통해 걸러진다. AYI와 이음의 가입절차는 ‘선가입 후탈퇴’냐 ‘선승인 후가입’이냐의 차이점이 있는 셈이다.

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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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이 완료되면 키워드를 바탕으로 매치가 이루어지고, 이음측에서 서로가 어울릴만한 상대방을 하루에 한 명씩 소개시켜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PASS’, 마음에 들면 ‘OK’를 택하고, 양 쪽 모두 OK를 선택하면 연락처를 포함한 추가 정보가 공개된다. 언뜻 AYI와 비슷하지만 어디에도 SNS의 활용은 없다. 사용자는 오직 이음측에서 제공해주는 프로필을 하루에 하나씩 받아볼 수 있을 뿐이다.

언뜻보면, 하루에 한 가지 50%의 파격 할인가에 공동구매를 실시하는 소셜커머스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의 ‘하루에 한 가지 상품’ 방식은 ‘커머스’에 해당하지 ‘소셜’과 관련있는 사항이 아니다. 소셜커머스가 ‘소셜’인 이유는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음은 소셜커머스의 커머스 부분과 닮아 있을 뿐이다.

물론 소셜데이팅에서 반드시 SNS를 이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불특정 익명의 누군가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방식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음처럼 사용자의 선택권이 극도로 제한된 방식은 그저 기존에 있었던 온라인 소개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음은 이츄를 살펴보자. 이츄는 이음에 비해 소셜데이팅에 훨씬 근접했다. 가입 방식과 만남의 방식이 AYI와 비슷하며,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서재 영역’(페이스북과 비슷)과 짤막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단문 영역(트위터와 비슷)’ 등의 SNS 플랫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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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츄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SNS 플랫폼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이츄 가입자들끼리만 서로 인맥을 쌓을 수 있을 뿐, 외부 사용자들과의 접촉은 불가능하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서재 영역은 대부분 프로필 사진 한 장만 달랑 있을 뿐,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이츄의 서재 영역이 근본적으로 이츄의 만남을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서재 영역을 정성스럽게 꾸미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은 서재 영역 대신 싸이월드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SNS를 병행해서 사용한다. 즉 이츄의 SNS는 만남용으로만 쓰고, 다른 SNS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쓰는 것이다.

이츄에서 만남부터 SNS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츄의 가입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되고, 이츄 내 SNS가 활성화 됐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만일 이츄가 조금 욕심을 버리고 대중적으로 성공한 다른 SNS와 연동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현재 SNG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자체 플랫폼 대신 트위터, 미투데이 등과의 연동을 기반으로 한 이유가 플랫폼을 개발할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온라인 만남의 단점은 해결 못해

낯선 사람과의 어색한 만남. 긴 정적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프로필 사진과 많이 다르신데요. ‘천호동조인성’이라더니 대체 어디가… 발바닥이 닮으셨나 봐요.”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담아두었던 말이 턱 끝까지 올라온다.

‘너도 다르거든? ‘콜라병몸매’라며! 니가 말한 콜라병이 1.5리터 페트병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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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 붕어 없고, 소셜데이팅에 소셜 없다? (6)

사실 소셜데이팅이 맞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의 정보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소셜데이팅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특별한 검증 과정 없이 자신이 직접 입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이 당사자인지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고, 성격, 취미, 학교, 직업 등의 정보는 증명서라도 떼어오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힘들다.

결국 신뢰도는 기존에 성행하던 온라인 즉석만남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온라인 채팅은 무료지만, 소셜데이팅은 유료다.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에 하듯이 소셜데이팅 업체에 따질 수도 없다. 소셜데이팅 업체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짓 정보를 입력한 회원을 탈퇴시키는 게 고작이다.

물론 기존 SNS와 연동한다고 해도 이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짜 프로필 사진 한 장과 거짓으로 기재한 몇 가지 항목보다 자신이 늘 쓰는 SNS 전체를 거짓으로 채우는 일은 훨씬 수고스러운 일이다. 결국 현재의 소셜데이팅 이용자들은 상대방이 제공한 정보의 진위를 끊임 없이 의심해야 하며, 잘못됐을 때의 대가를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내의 소셜데이팅은 미완성이다. 아직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국내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소셜데이팅 자체가 먼저 자리를 잡는 일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결코 온라인 소개팅이 실제 지인이 소개시켜 주는 소개팅을 완전히 대체하지도 못할 것이다. 현재 국내 소셜데이팅은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현재의 단점을 보완한 진짜 소셜데이팅이 등장하길 ‘싱글’의 한 사람으로 절실히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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