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한계를 극복한 무선 인쇄, ‘e프린트’ 기술을 기대하며
IT동아는 그 동안 HP의 가정용, 사무실 프린터 몇 종을 리뷰하면서, 프린터 자체 기능과 품질보다는 새로운 프린팅 환경인 'e프린트(ePrint)'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됐다. 지금까지 프린터라 하면, '컴퓨터+프린터'라는 조합이 절대 진리로 굳어졌지만, e프린트 기술을 이용하면 컴퓨터나 노트북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도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프린터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적 한계도 극복함으로써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인쇄 명령을 보낼 수 있다. '특정 장소--컴퓨터--프린터'로 국한되던 인쇄 범위를 보다 넓게 확장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본문 및 첨부 파일을 사무실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다. 비단 HP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프린터 제조업체도 e프린트 기술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쇄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어떤 방식으로 e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복잡하고 대단한 지식이 요구되거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다. 단지 그와 관련된 정보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모바일 프린팅 환경, ‘e프린트’를 위한 준비물
- 유무선 랜 및 e프린트 기능 지원 프린터(또는 복합기)
인터넷을 통해 인쇄할 수 있어야 하므로 프린터가 유무선 랜 포트를 제공해야 한다. 유선 랜이든 무선 랜이든 상관 없지만, 안정적인 인쇄 환경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유선 랜 연결이 유리하다. 다만 일반적인 인쇄 작업은 용량이 그리 크지는 않으므로, 유선 랜과 무선 랜의 속도 차이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유무선 랜이 지원된다 해서 모든 제품이 e프린트 기능을 지원하는 건 아니니 프린터 구매 시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외에 메모리카드 리더 제공 여부나 부가기능도 살피는 게 좋다.
유무선 랜 지원 프린터의 가격은 일반 프린터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 않다. 저렴하게는 15만원 대부터 기능과 옵션에 따라 가격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이미 리뷰에도 소개된 바 있는 HP 오피스젯 6500A e복합기의 경우 컬러 잉크젯 복합기(프린터/스캐너/복사기/팩스)로 유선 랜과 e프린트 기능을 제공하지만 가격은 23만원 내외다(잉크 포함, 2010년 12월 기준). 소규모 사무실에 도입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대라 할 수 있다.
- 무선 인쇄 작업을 위한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 및 스위치
집이든 사무실이든 프린터가 설치된 반경에서 무선 인터넷으로 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이하 공유기)가 필요하다. 여러 사용자가 프린터 한 대를 네트워크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같은 공유기에 연결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공유기는 유선 랜이 4포트만 제공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컴퓨터를 유선 랜으로 연결하려면 네트워크 스위치도 필요하다. 스위치는 필요한 연결 수에 따라 8포트, 16포트, 24포트, 48포트 등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모바일 인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하면 거의 대부분 ‘초고속’을 강조했다. 100Mbps네, 광인터넷이네 하며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저 업로드, 다운로드가 빠를 것이라 이해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이 시작된 작년 말부터 걸어 다니는 ‘이동형 인터넷’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더 빠른가’ 보다는 ‘어디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인터넷(무선 랜, 와이파이)과 이동 인터넷(3G통신)이 대표적이다. 이는 프린터 환경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무선 인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 공유기를 사용하면, 여러 대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프린터 등을 유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 등은 무선 랜으로 연결되어, (케이블의 제약 없이) 공유기 반경 내 어느 곳에서나 인쇄할 수 있기에 그 활용 가치는 더욱 배가된다.
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바로 인쇄
요즘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카메라가 달려 있다. 그것도 화소가 500만급 이상의 고화질 카메라다. 물론 일반 디지털 카메라의 동급 화소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열세지만, 일상의 모습을 담기에는 크게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e프린트를 지원하는 프린터가 있으면,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처럼 스마트폰으로 찍어 그 자리에서 인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이 필요하다. 현재 프린터(복합기 포함) 주요 제조사인 HP나 캐논, 브라더, 엡손, 렉스마크 등이 ‘iPrint’ 또는 ‘ePrint’ 등의 이름으로 무료 어플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에 맞는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한 후 프린터의 IP 설정 등에 맞게 어플을 설정하면 된다(애플 아이온 계열, 구글 안드로이드폰 계열 동일).
예를 들어, HP의 ‘iPrint Photo’ 어플의 경우 ‘설정’ 화면에 들어가면, 같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HP 프린터를 탐색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인쇄할 사진을 선택하면 무선 랜을 통해 즉시 인쇄하게 된다. 물론 프린터가 여러 대 있더라도 그 중 하나를 선택해 인쇄 작업을 보낼 수 있다. 단 HP iPrint Photo를 비롯하여 주요 프린터 브랜드의 전용 어플은 대개 사진만 인쇄할 수 있다. 만일 인터넷 웹 페이지나 문서 등을 인쇄하려면 범용 프린터 어플을 사용해야 한다.
참고로 애플의 iOS 4.2 버전 이상이 적용된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는 에어프린트(Air Print) 기능을 이용해 별도의 어플이 없어도 기기에서 곧바로 네트워크 공유 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다. 단 2010년 말 현재까지 이를 지원하는 프린터가 그리 많지 않으니 프린터 구매 시 에어프린트 지원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 태블릿 PC로 보던 인터넷 페이지 인쇄
인터넷 웹 페이지를 전체 화면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이 큰 태블릿 PC에서도 인쇄할 기회는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회의 중 팀원 모두가 회람할 정보가 있으면 즉시 인쇄하여 공유하거나, 요리 레시피 등의 페이지는 아무래도 종이로 인쇄하여 주방에 붙여 놓는 것이 간편하다.
예를 들어, 9.8인치 태블릿 PC인 애플 아이패드(iOS 4.2 이상)에서는 에어프린트 기능을 사용하거나, 프린터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범용 어플(유료 또는 무료)를 선택, 설치하여 인쇄하면 된다. 프린터가 만약 에어프린트를 지원한다면 사파리 브라우저 페이지에서 메뉴 버튼을 누른 후 ‘프린트’ 버튼만 누르면 된다.
소중한 아이패드를 불과 물이 난무하는 요리 현장에 두기 보다는, 깔끔하게 종이로 인쇄된 레시피를 붙여 놓고 참고하는 것이 여러 모로 간편하고 안전할 것이다.
다) 이메일 발송 만으로 문서 인쇄 끝!
특정 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면 지정된 프린터로 메일 본문과 첨부 문서를 인쇄해 주는 e프린트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프린트 전용 이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면, 그 프린트 계정에 등록된 사무실 프린터로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없어도 업무에 큰 지장 없겠지만, 있으면 충분히 편리할 수 있는 원격 프린트 기술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기능의 효율성이 있다 없다 보다는 프린팅 환경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리뷰에서 살펴 본 HP 오피스젯 복합기 시리즈의 ‘웹 서비스’ 기능이 대표적이다. 복합기를 유선 또는 무선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IP 주소를 부여한 다음, HP 홈 페이지의 안내에 따라 복합기를 등록하면 고유의 이메일 계정을 하나 발급해 준다.
이제 전세계 어디서라도 이 프린트 전용 이메일 계정에 메일을 보내면, 메일 본문과 첨부된 파일이 복합기가 있는 곳에서 그대로 인쇄된다. 굳이 인쇄할 필요가 없는 문서라면 상관 없지만, 복합기가 설치되어 있는 현지에서 누군가가 인쇄할 일이 생긴다면 나름대로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프린터마다 고유의 이메일 계정을 부여하니 각 부서마다 각기 다른 메일을 발송하여 인쇄물을 확인토록 할 수 있다.
- 메모리카드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 없이 바로 인쇄
일반적으로 디지털 카메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메모리카드가 사용된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진 현상소 수준의 사진을 인쇄(인화)할 수 있는 ‘포토 프린터’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데, 개중에는 컴퓨터 없이도 메모리카드를 프린터에 꽂아 곧바로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도 있다.
프린터 자체에 내장된 사진 뷰어를 통해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을 섬네일 형태로 확인하고,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여 직접 인쇄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에 있는 디지털 사진 현상소에서 한번쯤은 접해 봤을 그런 방식과 동일하다. 그래서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다. 프린터에 부착된 메모리 리더에 메모리를 꽂고 LCD 화면으로 표시되는 사진을 보며 꾹꾹 눌러 선택하고 인쇄하면 끝.
사무용 프린터에서 사진을 인쇄한다는 건 아무래도 잉크 낭비, 종이 낭비겠지만, 포토 프린터에 포토 전용 용지로 인쇄, 아니 인화하면 디지털 현상소 못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디지털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프린터에서 인화할 수 있으니 더욱 유용하다 하겠다.
메모리 리더의 슬롯은 프린터마다 차이가 있으니 주로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의 메모리 유형에 따라 선택해야 하겠다. 어떤 프린터는 USB 메모리 포트까지 갖추고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 언제 어디서든 프린터 관리도 간편
프린터에 IP 주소를 할당하면 여러 모로 편리해 진다. 앞서 살펴 본대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인쇄가 가능하며, 지금부터 설명할 프린터 관리도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레이저나 잉크젯 프린터 관리의 핵심은 잉크 또는 토너 상태 점검이다. 지금까지는 인쇄물 상태가 흐리거나 아예 나오지 않으면 잉크나 토너가 바닥난 것으로 판단하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이를 구매해야 했다. 더군다나 그 제품에 맞는 잉크가 뭔지,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라면 더욱 난감해 할 수 밖에.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프린터 중에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전반적인 프린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이에 따라 별도의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의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프린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프린터의 상태, 잉크 또는 토너의 잔량 확인, 복합기의 경우 스캔 사용이나 팩스 설정, 네트워크 설정 등 프린터/복합기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확인, 설정할 수 있다. 또한 프린터의 정확한 제조사와 모델, 그에 맞는 잉크 및 토너의 명칭 등도 확인할 수 있으니, 빈 카트리지를 내밀며 ‘이거랑 똑 같은 걸로 주세요’라 요청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제품에 따라, 잉크나 토너에 대해 굳이 알 필요 없이, 인터넷 쇼핑몰로 바로 연결되어 해당 잉크 카트리지나 토너를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기도 한다. 관리 웹 페이지가 제품 모델에 맞는 소모품을 알아서 추천해 주는 것이다. 전반적인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정보와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고, 프린터 제조사의 공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라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다(배송도 무료다).
그러니 1~2주일에 한번씩 관리 페이지에 접속하여 잉크 잔량을 확인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추가 주문해 놓으면 되는 것이다. 문서 인쇄가 시급할 때 잉크 부족으로 인해 다른 부서나 인근 문방구의 프린터를 찾아 헤맸던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더 없이 반가울 기능이라 판단된다.
- 스마트폰처럼 프린터에서도 어플을 사용한다?
요즘에는 프린터에서도 어플을 통해 다양한 인쇄물을 얻을 수 있다. 프린터 제조사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단독 제공하는 문서 양식이나 그림 파일, 프리젠테이션 템플릿 양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리뷰에서 살펴본 HP 오피스젯 8500, 6500A e복합기 시리즈는 자체에 ‘Apps’ 메뉴를 두고, ‘디즈니(색칠놀이)’, ‘포트폴리오닷컴(문서양식)’, ‘간편양식(달력, 노트 등)’, ‘스도쿠(게임 양식)’, ‘야후(뉴스 등)’, ‘드림웍스(색칠놀이)’ 등의 어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어플은 HP 프린터 웹 사이트를 통해 추가/제거 구성할 수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아이들을 위한 색칠놀이 인쇄물은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키마우스’나 ‘슈렉’, ‘쿵푸팬더’ 등과 같이 어린이에게 익숙한 캐릭터라면 서점에서 판매되는 시덥지 않은 색칠놀이 그림책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구시대 단순 인쇄기의 멍에를 거두길
그 동안 우리는 컴퓨터가 발전하는 모습을 눈으로 몸으로 보아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했다. 하지만 프린터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고, 관심 조차 없었다. 그저 필요할 때 문서나 문제 없이 인쇄하면 그만이라 여겼을 뿐. 그러는 사이 프린터는 여러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내장하고 인쇄 환경도 개선/확장하면서 자신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 중심에 e프린트 기술이 있다. 올해를 이어 내년에도 모바일 기기가 최대 호황을 누릴 것이 확실시되는 바, 모바일 프린팅 기술이 적재된 프린터나 복합기도 사용자에게 호의적인 반향을 일으키리라 예상된다. e프린트 기술을 몰라서 사용하지 못했다면, 활용할 기회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e프린트의 본격적인 태동은 지금부터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