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이 자유로워지는 이 순간, 스틸시리즈 WOW 대격변 MMO 게이밍 마우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World of Warcraft, 이하 와우)의 인스턴트 던전. 한 무리의 정예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나니 어느새 마나는 바닥이 났고 정신은 혼미상태에 빠질 것만 같다. 지금은 동료들 모두가 휴식을 취하며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시간. 키보드에서 한 손을 놓고 커피 한 모금을 들이마신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또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또 다시 시작되는 정신 없는 전투에 종이컵을 입에 문 채 두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아차 하는 순간 바지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커피. 급하게 수습을 해 보지만 이미 동료들은 차디찬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 힐러님 뭐하세요?”

“죄송합니다. 커피를 쏟아서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놓았어요. ㅠ_ㅠ”

퀘스트를 하기 위해 필드로 나섰다. 몬스터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힌 순간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빠각!’

은신해 있던 상대 진영 도적의 급습이다.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지는 이 시간, 머리로는 대응방법이 번개처럼 스치지만 오늘따라 손이 생각만큼 빨리 움직여주질 않는다. 결국 키보드에서 단축키를 찾는 사이 내 캐릭터는 시체가 되어 상대방에게 명예점수를 헌납하고 말았다.

‘좀 더 빨리 대응했더라면 반격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

와우를 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들이다.

스틸시리즈(SteelSeries)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대격변 MMO 게이밍 마우스(이하 와우 마우스)’는 이럴 때 꼭 필요한 물건이다. 지난 2008년 스틸시리즈가 선보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MMO 게이밍 마우스’의 후속작으로, 와우의 새 확장팩에 맞게 강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와우 전용 마우스다. 단순히 감도만 높은 일반 게임용 마우스와는 달리, 무려 14개의 버튼이 달려 있어 한 손으로 와우를 즐기거나 쉽고 빠르게 스킬을 시전하기 용이한 제품이다.

와우를 지금보다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와우 하드코어 유저들의 로망인 스틸 와우 마우스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외관 - 손 큰 사람은 만세, 손 작은 사람은 글쎄

스틸시리즈에 따르면, 이 마우스는 와우 확장팩의 핵심 캐릭터인 ‘데스윙(Deathwing)’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광택 나는 검붉은 금속성 느낌의 마우스 표면은 마치 불에 그을린 갑주를 연상케 하며, 하단부의 V라인 패턴은 전작에 비해 곡선을 강조해 세련미를 더했다.

또한 양쪽 측면에는 엄지와 약지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고무 재질을 덧대어 그립감을 높였다. 이 고무재질 때문에 전작에 비해 덩치가 커졌는데, 전작도 크기가 큰 편이었지만 이제는 한 손에 다 들어가기 버거울 정도다. 대형 마우스의 꽉 차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손이 작은 사람들은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다.

광택 처리가 된 표면은 흠집이 나기 쉬워 보인다. 전작의 경우에는 오래 사용하면 검지와 중지가 닿는 부분이 벗겨지는 사례가 많았다(사진 참고). 이번 제품은 전작보다 도장 상태가 더 매끄럽고 마감이 잘 됐지만, 장기간 사용했을 때 전작과 같이 칠이 벗겨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버튼도 전작과 많이 달라졌다. 전작에는 상단부에 7개의 버튼, 좌측면에 6개의 버튼(싱글 버튼 2개와 4방향 D패드 버튼 1개), 우측면에 2개의 버튼(토글 버튼 1개) 등 총 15개의 버튼이 달려 있었지만, 이번 마우스에는 상단부 8개 버튼, 좌측면 5개 버튼, 우측면 1개 버튼 등 총 14개의 버튼이 달려 있다.

전체 버튼 수는 줄었지만 14개 버튼 모두 싱글 버튼이라 외관상 보이는 버튼은 오히려 더 많아 보인다. 이는 전작의 D패드 버튼과 토글 버튼이 정확하게 누르기 불편하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가운 변화는 우측 버튼이다. 전작에서는 토글 버튼이 우측 옆면에 달려 있어 약지로 누르려면 의식적으로 힘을 주어야 했지만, 이번 마우스에서는 싱글 버튼이 우측 하단에 달려 한결 누르기가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버튼을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특히 좌측면 버튼 2개와 상단부 버튼 1개에는 아예 손가락이 닿지 않는다(전작에서도 좌측면 D패드 버튼에 손가락이 닿지 않았다). ‘모든 버튼에 손가락이 잘 닿는다’는 북미 유저들의 반응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큰 북미쪽 사용자들에게 맞춘 느낌이 든다.

더욱이 본 기자의 경우 손이 작은 편이고 엄지손가락이 우렁손톱(손톱이 가로로 길쭉한 모양)이라 사용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닿지 않는 버튼을 억지로 사용하려다가는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 결국 버튼 몇 개는 사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우스를 잡아 본 다른 기자들 중 일부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으니, 자신의 손 크기가 비교적 큰 편이라면 그리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 본다.

밑바닥에는 3개의 다리(feet)가 붙어 있다. 마우스 전체 크기는 커졌지만 다리의 면적은 오히려 줄어들어 한결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사용하는데 있어서 크게 마찰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서퍼(고급마우스의 다리가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붙이는 제품)를 사용해도 좋다. 물론 제동력은 마우스뿐 아니라 마우스 패드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적절한 패드를 구비하는 것이 우선이다(고급 마우스를 사용하려거든 고급 패드까지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5미터에 달하는 케이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군화끈처럼 생겼다. 일반적으로 피복 케이블에 비해 꼬임이 적어, 가방 등에 대충 우겨 넣어 다녀도 복잡하게 얽히거나 꼬이는 경우가 적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고급 마우스라면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는 케이블 형태다.

기능 및 성능 - 사용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설정 변경

와우 마우스는 기존 스틸시리즈 마우스 제품 중 많은 호평을 받은 ‘자이(Xai)’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800~5,000 정도의 높은 CPI를 지원한다. CPI는 1인치 당 마우스가 표현할 수 있는 해상도를 나타내는 말로, 높을수록 마우스의 감도가 높다. 일반적인 모니터에서는 800 CPI면 충분하지만, 24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에서 정밀한 컨트롤을 하려면 높은 CPI가 요구된다. 사실 정교한 컨트롤을 요하는 FPS게임(1인칭 슈팅 게임)에 비해, MMORPG(다중역할수행게임)인 와우에서는 CPI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만약 스틸 와우 마우스로 다른 FPS게임이나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CPI 수치를 높이면 된다.

14개의 버튼에는 기본적으로 와우의 주요 단축키가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4번 버튼에는 ‘대상 지원(키보드 단축키 F)’이, 5번 버튼에는 ‘가방 열기(키보드 단축키 B)’가 등록되어 있다. 이 설정을 그대로 이용해도 좋지만, 사용자 취향에 맞게 바꾸어서 사용해도 된다. 일반 단축키 지정뿐 아니라, 개인이 사용하는 매크로도 저장할 수 있어 편리하다. 총 10개의 캐릭터까지 단축키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이 설정은 마우스 자체의 메모리 모듈에 저장된다. 이 기능은 특히 PC를 옮겨가며 게임을 할 때 유용하다. 버튼을 설정하는 방법은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스틸 와우 마우스의 또 한가지 특징은 본체 조명이다. 기본적으로 주황색 조명이 주기적으로 점멸하는데, 이 조명의 색깔, 밝기, 점멸 주기를 사용자 임의대로 바꿀 수 있다. 바꿀 수 있는 색깔은 이론상 1,600만 종류이며, 밝기와 점멸 주기는 4단계까지 나뉜다. 또 필요 없다면 조명을 꺼버릴 수도 있다. 이 조명을 바꾸려면 아래 설명을 참고하자(여담이지만, 본체 조명은 순전히 ‘멋’이다).

사용 방법

스틸 와우 마우스를 사용하려면 먼저 마우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이 소프트웨어가 없어도 마우스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10개의 프로필별로 다른 단축키를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스틸시리즈 홈페이지(www.steelseries.com/downloads)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제품 패키지에 설치CD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려 받아야 한다).

스틸 와우 마우스 패키지 안에는 43페이지에 달하는 사용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그러나 4페이지에 불과한 영문 설명서를 불어, 독어, 중국어, 한국어 등으로 반복해서 번역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설명서를 보고 사용법을 익히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대신 소프트웨어 도움말 항목을 클릭하면 자세한 설명서가 나온다(물론 영문이다).

먼저 프로필을 선택한다. 프로그램 상단의 프로필 바에서 숫자를 클릭하면 해당 프로필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다음은 캐릭터 정보를 설정한다. 캐릭터가 그려진 영역을 클릭하면 지역, 서버, 캐릭터 이름을 넣는 창이 뜨는데, 와우 전투정보실과 동일한 서버와 이름을 입력하면 자신의 캐릭터 정보가 자동 등록된다(2010년 12월 현재 와우 전투정보실 정보 이전 문제로 인해 해당 캐릭터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스틸시리즈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몇 주가 지나면 정상적으로 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단축키를 변경하면 된다. 14개의 버튼 영역을 클릭하면 프로그램 우측에 변경 가능한 목록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게임 명령어뿐 아니라 CPI 변경, 프로필 변경, 사용자 설정 매크로도 지정할 수 있다. 메뉴에서 원하는 단축키로 바꾼 후 ‘적용’을 누르면 완료된다. 본 기자는 주로 쓰는 버튼인 2번, 5번, 13번, 14번에 행동 단축키(가장 기본적인 스킬창) 4개를 등록했고, 6번에는 매크로를 등록했다.

매크로는 다른 곳에서 작업한 명령어를 복사해서 붙일 수 있다. 영문으로는 직접 입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글이 들어간 매크로는 메모장 및 워드 프로그램에서 작업 후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복잡한 매크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복잡하다’는 기준은 단순히 글자 수의 많고 적음과는 관계 없다. 여러 매크로를 입력해본 결과, 간단한 매크로라도 두 개 이상의 명령어가 포함되면 작동하지 않았으며, 복잡한 매크로라도 하나의 명령어라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한 매크로에는 단 하나의 명령어만 입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동하지 않는 매크로와 작동하는 매크로의 예는 다음과 같다.

작동되지 않는 매크로

/시전 자연의 신속함
/시전 치유의 손길
(두 가지 마법을 한 번에 시전하는 매크로)

작동되는 매크로

/시전 [swimming] 바다표범 변신; [nocombat, outdoors] 빠른 폭풍까마귀 변신; [outdoors, combat] 치타 변신; [indoor] 표범 변신
(물, 야외, 실내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알아서 변신하는 매크로)

/연속시전 나무 껍질, 생명의 나무(변신), 평온
(매크로를 클릭할 때마다 순서대로 마법을 시전하는 매크로)

위 예를 살펴봤을 때, 아무리 간단한 매크로라도 두 가지 명령어를 한 단축키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며, 복잡해 보이는 매크로라도 명령어가 하나라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축키 변경은 게임 내에서도 할 수 있다. 먼저 와우 게임에 들어가 게임 메뉴 -> 인터페이스 설정에서 마우스 탭을 클릭한다. 하단 부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용 마우스 사용’에 체크하고 ‘확인’을 누른다. 이후 단축키 설정에 들어가 원하는 단축키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존 단축키가 해제되는 경우가 있고 프로필을 바꿀 때마다 다시 손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좌측에서는 마우스의 CPI, 더블 클릭 속도, 스크롤 속도, 포인터 속도, 감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 하단에서는 조명을 설정할 수 있다. 원하는 색상, 효과, 진동을 설정한 후 ‘적용’을 누른다.

모든 설정이 끝났으면 프로필을 저장한다. 프로그램 가운데 ‘Save On-Board’를 클릭하면 마우스 메모리 모듈에 설정이 저장돼 다른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매크로는 저장되지 않는다.

프로필 백업도 가능하다. 프로그램 상단의 ‘프로필’에서 ‘프로필 내보내기’를 선택하면 PC에 저장할 수 있으며, 반대로 ‘프로필 가져오기’로 다른 프로필을 불러올 수 있다. 이를 통해 친구와 프로필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단 프로필을 불러오면 현재의 프로필에 덮어씌워지니 반드시 빈 프로필에서 불러오도록 한다.

이렇게 설정된 프로필을 본 게임에 적용해 보았다. 참고로 와우는 타게팅 방식의 전통적인 MMORPG다(대상을 클릭한 후 스킬을 시전하는 방식으로,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조작성이 강점이다. 반면 일반적인 FPS게임이나 최신 MMORPG는 논타게팅 방식을 많이 채택한다). 따라서 정교한 마우스 컨트롤보다는 빠른 반응속도와 다양한 스킬 조합이 생명이다. 이 때문에 와우 유저들은 ‘피아노를 치는 것과 같이’ 많은 단축키를 써야 하는데, 스틸 와우 마우스가 이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키보드 대신 마우스 단축키를 쓰려니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갑자기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키보드에 올려놓았던 왼손이 한결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본 기자는 ‘WASD’키로 방향을 조작하면서 캐릭터 상태창(단축키 C), 지도(단축키 M), 퀘스트 리스트(단축키 L)를 자주 열어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들을 마우스에 등록하니 왼손의 부담이 한결 덜했다. 또한 게임 속 전문기술인 낚시를 할 때나 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할 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를 것인가, 참을 것인가

스틸 와우 마우스는 와우 플레이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게임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 마우스를 구입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예를 들어 문서 작업시 이 마우스를 사용할 경우 실수로 버튼을 건드리면 오타가 발생하기 쉽다. 와우와 FPS게임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권장할만한 마우스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한국 사용자들에게 맞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다. 마우스 크기가 너무 커서 손이 작은 사람들은 버튼을 100% 활용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에는 한글 지원이 안돼 사용에 번거로움이 따른다. 또한 고급 마우스답게 가격도 상당하다. 현재 아이조아라샵(www.aijoarashop.com)에서 예약 한정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가격은 154,000원이다.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다음 항목을 살펴보길 바란다. 첫째, 와우를 정말 잘 하고 싶거나 편하게 즐기고 싶은가? 둘째, 와우 팬으로서 전용 마우스를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 셋째, 고급 마우스 구입에 아낌없이 투자할 용의가 있는가? 이 세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름신과 함께 하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