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을수록, 빠를수록 좋은 컴퓨터의 기억장치 - 램(RAM)
컴퓨터의 핵심 부품 중, CPU(중앙처리장치)는 연산 작업, 보조기억장치는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보조기억장치로는 하드디스크, CD, DVD, 플로피디스크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지금의 컴퓨터에서는 대개 하드디스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컴퓨터에서 처리되는 대부분의 작업은 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CPU가 이를 연산 처리하여 출력장치(모니터 등)로 그 결과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CPU와 하드디스크만을 가지고도 컴퓨터는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다(물론, 실제로 이렇게 작동하는 컴퓨터는 없다). 다만, CPU에 비해 하드디스크는 동작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CPU의 재료인 반도체와 하드디스크의 재료인 자기디스크는 데이터 처리 속도 면에서 애당초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CPU의 연산 속도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하드디스크에서 보내주는 데이터의 전송 속도가 워낙 느리면 고성능 CPU를 갖췄더라도 전반적인 성능이 휴대용 전자계산기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CPU와 하드디스크 사이에 또 하나의 데이터 기억장치가 필요하다. CPU보다는 느릴지 몰라도 하드디스크보다는 훨씬 빠른, 그래서 양쪽 장치의 속도 차이로 인한 병목 현상을 줄여줄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램(RAM: Random Access Memory)이다. 램은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거나 지울 수 있지만,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모두 지워지는 ‘휘발성 메모리’이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처럼 (반)영구적으로 데이터를 보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CPU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보조를 맞출 수 있을 만큼 빠르다.
CPU와 하드디스크, 그리고 램 사이의 상관 관계
일반적인 컴퓨터 작업의 과정을 살펴보면, 램은 하드디스크로부터 일정량의 데이터를 복사해 임시 저장한 후, 이를 필요 시마다 CPU에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부터는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는 배제하고 빠른 CPU와 램끼리만 데이터를 교환하므로 전반적인 작업을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드디스크가 단순히 데이터를 보관하는 역할에 그치는데 비해, 램은 컴퓨터 전반의 성능에 미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램은 주기억장치, 하드디스크는 보조기억장치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실행할 때 램과 하드디스크의 상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처음 실행할 때, 또는 각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도중에 화면이 정지하며 ‘로딩 중(Now Loading)’, 혹은 ‘기다려 주세요(please wait)’ 등의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로딩(적재)’이라는 것이 하드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읽어 램으로 전송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로딩이 끝나야 비로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에 장착된 램의 용량이 적거나 속도가 느리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데 걸리는 로딩 시간이 길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로딩을 일단 마치더라도 작업 도중에 간간이 로딩 하는 횟수가 잦아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작업 속도가 크게 저하된다.
램의 용량이 적은 구형 컴퓨터에서 고사양 프로그램(최신 게임 등)을 구동할 경우, 로딩을 해야 하는 때가 아닌데도 작업 도중에 갑자기 화면이 느려지거나 정지하면서 하드디스크가 작동하는(컴퓨터 전면 하드디스크 램프가 깜박임)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데이터의 용량에 비해 램 용량이 부족하여, 부득이 CPU가 하드디스크에서 직접 데이터를 불러오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를 스와핑(swapping) 또는 페이징(paging)이라고 하며, 램을 증설하면 상당부분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하드디스크의 일정 공간을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 램의 역할(가상 메모리)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파일을 ‘페이징 파일(paging file)’이라 한다.
램 증설로 컴퓨터 성능을 UP!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등은 대부분 램의 업그레이드(증설)가 가능하게 설계되어있다. PC용 램은 반도체 칩 여러 개를 직사각형의 기판 위에 부착한 모듈(module) 형태로 공급된다. 참고로, 데스크탑용과 노트북용 램 모듈은 크기가 다르니 구입시 주의해야 한다.
램 모듈은 컴퓨터 내부의 메인보드(mainboard 또는 motherboard: 주기판) 상에 위치한 메모리 슬롯에 장착한다. 슬롯의 수는 메인보드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노트북이나 보급형 데스크탑 메인보드의 경우 2개, 중급형 이상의 데스크탑 메인보드라면 4개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출고 시, 대부분 1개나 2개의 램 모듈이 장착되기 때문에 남은 슬롯에 추가로 램 모듈을 장착하여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만약 남은 슬롯이 없다면 기존의 램 모듈을 빼낸 뒤에 용량이 더 큰 램 모듈로 교체 장착해야 한다.
그리고 메인보드의 종류에 따라 최대한으로 장착할 수 있는 램 용량이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인텔 945CG 칩셋 계열 메인보드의 경우 최대 2GB까지 장착 가능하며, 인텔 P55 칩셋 계열의 메인보드는 최대 16GB까지 지원한다. 따라서 램을 증설하고자 한다면 먼저 해당 컴퓨터 및 메인보드의 제조사에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것이 좋다.
다만, 메인보드가 대용량의 램을 지원하더라도 32비트 기반의 운영체제는 4GB 이상의 램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XP 32비트 버전에선 4GB 이상의 램을 꽂더라도 3.5GB 혹은 3.25GB 등으로 실제 용량보다 적게 인식된다. 따라서 4GB 이상의 램을 완전히 사용하고 싶다면 64비트 운영체제를 사용해야 한다.
DDR2? DDR3? 무슨 차이가 있지?
컴퓨터용 램은 출시된 시기에 따라 성능이 조금씩 향상되었다. 2000년 이후에 나온 컴퓨터라면 대부분 DDR-SDRAM(Double- Data-Rate Synchronous Dynamic Random Access Memory) 계열의 램을 사용한다. DDR-SDRAM은 이전에 사용하던 SDR-SDRAM에 비해 같은 클럭(clock: 동작속도)에서 2배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DDR-SDRAM 기술도 점차 발전을 거듭했다. 같은 클럭의 초기 DDR-SDRAM(이하 DDR1) 보다 2배의 성능을 내는 DDR2-SDRAM(이하 DDR2)이 2004년부터, 4배의 성능을 낼 수 있는 DDR3-SDRAM(이하 DDR3)은 2007년부터 출시되기 시작하여, 2011년 현재, 컴퓨터 램 시장은 DDR2에서 DDR3로 전환이 거의 끝난 상태다.
DDR3가 성능이 가장 뛰어나지만, 구형 컴퓨터의 경우 DDR3 램을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DDR1과 DDR2, 그리고 DDR3는 같은 DDR 계열의 제품이긴 하지만, 내부적인 기술에 차이가 있고, 모듈의 모양(슬롯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메인보드가 각각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DDR1 전용의 메인보드에 DDR2를, 혹은 DDR2 전용의 메인보드에 DDR3를 꽂을 수 없다.
개중에는 두 종류의 램 슬롯을 모두 제공하는 메인보드도 소수 존재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두 종류의 램을 혼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둘 중 한가지만 선택해서 장착해야 한다. 이런 메인보드는 램 규격이 바뀌는 과도기에 출시된 제품인데, 처음에는 구형 규격의 램을 사용하다가 이후에 구형 램을 제거하고 신형 규격의 램으로 교체할 때 유용하다.
한편 같은 규격의 램이라도 용량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도 다를 수 있다. 이를테면 ‘DDR3 PC-8500 2GB’라는 램이 있다면,, 이는 2GB 용량의 DDR3 규격 램 중에서도 최대 8,500M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이다. 마찬가지로, ‘DDR3 PC-10600 1GB’라는 램이면, 1GB 용량의 DDR3 규격의 램 모듈이며,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600MB/s라는 의미다.
여러 개의 램 모듈을 하나의 컴퓨터(메인보드)에 함께 꽂을 경우, 용량이나 속도는 각각 다르더라도 규격(DDR1, DDR2, DDR3 등)만 같다면 컴퓨터 작동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성능의 램에 전반적인 램 성능이 하향 동기화 된다. 예를 들어 DDR3 PC-8500 2GB 제품과 DDR3 PC-10600 1GB를 함께 꽂을 경우, 컴퓨터는 총 3GB의 PC-8500 DDR3 규격 램이 장착된 것으로 인식한다. 참고로 램 모듈 제조사가 서로 달라도 일반적으로 작동에는 큰 지장 없지만, 가급적이면 동일한 제조사 제품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램을 2개씩 꽂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
아울러 DDR 계열의 램은 2배수에 해당하는 모듈을 장착했을 때 대역폭(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2배로 높일 수 있는 ‘듀얼채널(Dual-channel)’ 기술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1개 또는 3개의 램 모듈을 장착했을 때 보다 2개 또는 4개의 램 모듈을 장착하면 보다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램을 듀얼채널로 장착했다 하여 갑자기 컴퓨터 속도가 2배로 빨라졌음을 체감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용량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처리해야 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듀얼채널은 같은 채널에 해당하는 한 쌍의 슬롯에 램 모듈을 각각 꽂아 구성한다. 메인보드 모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요즘에는 슬롯의 색상으로 채널을 구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2개의 램 모듈을 꽂더라도 각각 다른 채널에 장착할 경우, 컴퓨터는 작동할 수 있지만 듀얼채널의 성능은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듀얼채널 구성 시 하나의 채널에 꽂는 한 쌍의 램 모듈은 가급적 동일 제조사의 동일 속도/용량의 제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일부 메인보드는 듀얼채널 기능을 아예 지원하지 않을 수 있으며, 2008년에 출시된 ‘인텔 코어 i7 900 시리즈’ CPU용 메인보드는 듀얼채널 외에도 3개나 6개의 램 모듈을 꽂을 경우 데이터 대역폭이 3배로 향상되는 ‘트리플채널(Triple-channel)’ 구성을 지원하고 있다.
글/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