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배성훈·윤지현 윌로그 “디지털 전환으로 투명한 물류 업계 만든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신선 식품과 의약품, 화학 약품이나 전자 장비 등을 운송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서 관리해야 한다. 운송 중 온습도가 변하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상품이 파손돼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다. 심지어 발화, 폭발 등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관리의 기본은 관찰과 기록이다. 민감한 제품을 운송할 때에는 온습도의 변화와 충격 여부 등 여러 변수들을 관찰,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방지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물류 기업들은 상품 운송 시 상세한 관찰 제도를 운영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 세계 속 많은 물류 기업이 상품을 운송할 때, 이처럼 중요한 변수를 ‘손으로’ 기록한다는 점이다. 상품 적재 후 매 시간별로 온습도나 환경 변수를 조사해 기록해야 하는데, 종이에 펜으로 기록하는 것.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기록은 정확하지 않거나 분실, 훼손되는 일이 잦다. 심지어 일부 악덕 물류 운송 업자는 이 기록을 고의로 조작해 사고 책임을 피하려 한다.
배성훈, 윤지현 공동 대표가 이끄는 물류 스타트업 윌로그(Willog)는 물류 업계의 이러한 악습을 없애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려는 기업이다.
윤지현 대표 : 윌로그는 2017년 신선 식품을 유통하는 스타트업으로 출범했습니다. 당시 유통 업계를 살펴보니 사각지대가 많았어요. 가장 큰 사각지대가 바로 운송이었습니다. 제조사가 좋은 원재료로 우수한 상품을 만들고, 유통사가 이 상품의 품질을 유지할 저온 창고와 당일 배송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가정할게요. 그런데, 정작 이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운송 시스템은 낙후된데다,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 것을 발견했어요.
유튜브에서 ‘타코메타 조작’이라고 검색해보세요. 타코메타는 온도 기록 장치로, 기관이나 학교에 상품을 납품하는 콜드체인 냉장 및 냉동 트럭에는 모두 장착됐습니다. 상품을 싣고 출발할 때 한 번 누르고, 도착했을 때 또 한 번 누르면 냉장 및 냉동칸의 온도와 운행 시간 등을 종이로 출력해줘요. 문제는, 이 타코메타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름 값을 아끼려 냉동칸 온도를 조금 높이거나, 운송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을 때 회송처리 혹은 위약금 부과를 피하려고 이 타코메타를 조작하는 운송 담당자들이 매년 적발됩니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심지어 이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도 있어요.
우리 가족이 먹을 신선 식품, 우리 건강과 생명을 지킬 백신 등 중요한 상품을 다루는 물류를 이렇게 불투명하게 운영하면 안됩니다. 그런데도 소비자나 유통 업계는 낙후된 운송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에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어요.
배성훈 대표 : 신선식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19 백신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운송할 때 더 큰 문제가 생겨요. 이 경우에도 상품 출하 후 도착을 증명하는 것이 수기였어요. 만일 조작이나 분실 문제가 생겨도 이를 증명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서로 신뢰하며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만일 생물학적제제를 잘못 운반해 전부 상해버렸는데, 운반자가 이를 조작해 숨기고 병원에 납품한다면? 상해버린 생물학적제제를 환자에게 투여한다면? 큰 사고가 일어나지요. 실제로 2020년 일어난 코로나19 백신 상온 노출 사태도 이렇게 콜드체인 운송 중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유통의, 물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윌로그의 목표입니다. 물류 운송 과정을 투명하게, 위변조 불가능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만들면 돼요. 그래서 만든 솔루션이 윌로그에요. 운송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맞춤형 물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저희의 주력입니다.
윌로그의 물류 모니터링 시스템은 OTQ(One Time QR code)와 스마트폰 전용 앱, 관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OTQ는 성냥갑 두 개를 합친 것과 부피가 비슷한 소형 센서 기구다. 상품 운반 시 OTQ를 상품 혹은 케이스, 컨테이너 등에 부탁하면 온도와 습도, 충격과 조도(옵션으로 추가 가능) 등 변수 데이터를 측정해 디지털 QR 코드로 만든다.
운송 담당자가 QR 코드를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스캔하면,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이 데이터를 관제 소프트웨어로 관리하면 물류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 운송 현황과 운송 상태를 모두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배성훈 대표 : QR 코드로 운송 변수 데이터를 기록하면 다양한 장점을 얻습니다. 먼저 디지털 기반이나 위조나 변조할 수 없습니다. QR 코드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나 스캐너 등으로 읽을 수 있으니 간편합니다. 굳이 스캐너나 인식 기기를 추가로 구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관제 소프트웨어도 좋아요. 물류 데이터를 시각화해 담당자가 간편히, 한 눈에 확인하도록 돕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솔루션이라 시공간 제약도 없어요. 우리나라 사무실 책상 위에서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는 물류의 상태와 도착 시간 등을 제어 가능한 것이지요.
윤지현 대표 : 윌로그는 운송할 상품이나 운송 수단, 수량 등 고객사 요청에 따라 맞춤형 설계 가능해요. 운송 환경 특성에 따라 실시간 관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를 다루는 센서를 추가하는 것도 됩니다. 공간도 더 잘 활용합니다. 코로나19 백신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예로 들게요. 지금까지는 생물학적제제를 운송할 때, 포장 안에 보냉제나 완충제를 꽉꽉 채워넣었어요. 자연스레 상품이 들어갈 공간은 작아지지요.
윌로그 OTQ는 부피가 아주 작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적제제의 포장 내부나 외부, 콘테이너나 냉장고 등에 간편하게 부착하거나 넣으면 돼요. 게다가 고급 스마트폰과 대등한 IP67등급 방수 및 방진 기능을 가져 다양한 운송 수간에 대응합니다. 10분 간격으로 QR 코드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배터리 수명도 400일로 길어요.
배성훈 대표 : 윌로그와 유사한 기기가 있기는 했어요. 데이터를 기록한 다음 블루투스나 3G 혹은 LTE 통신망, USB 연결해 그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어요. 블루투스 신호는 트럭이나 콘테이너의 두꺼운 벽을 뚫지 못합니다. 통신망은 항공, 해상 운송 시 쓰기 어렵죠. USB 전송 방식을 쓰려면 반드시 PC가 있어야 합니다.
윌로그의 QR 코드는 이런 면에서 가장 합리적이에요. QR 코드를 스마트폰이나 기존 물류용 스캐너로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하고 보여줍니다.
윤지현 대표 : 마침 윌로그에게 기회도 생겼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운송 중, 온도가 변해 변질된 사건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래서 정부가 백신이나 의약품 등 생물학적제제를 운송할 때, 특수 용기와 함께 운송 기록 보관용 전자 감지 장치를 무조건 사용하고 이 기록을 2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법률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1월 17일부터 시행되는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윌로그입니다.
성냥갑 두 개 크기의 정보통신기기와 전용 앱, 관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윌로그는 이미 숱한 물류 의뢰를 성공리에 이끌었다.
배성훈 대표 : 물류 운송로와 운송 수단은 육로/트럭, 해상/선박, 하늘/비행기 등 세 가지입니다. 윌로그는 모든 물류 운송로와 수단에 적용 가능해요. 한번은 세계 규모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정밀 부품의 운반을 의뢰했습니다. 저희는 윌로그 OTQ를 대형 콘테이너 곳곳에 장착해 내부 온습도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했고, 정밀 부품의 품질을 지킨 채 운송에 성공했습니다. 고객사의 만족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이지요.
윤지현 대표 : 원래는 윌로그를 신선식품 전용 서비스로 운영할 계획이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면서 물류 수요가 폭증했는데, 곰곰히 따져보니 신선식품 외에 다른 물류 배송 시에도 윌로그를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고가의 정밀 자동차 부품, 생물학적제제 외에도 다루기 어려운 화학 약품, 배터리나 반도체 정밀 소재 등 배송하기 까다로운 상품을 운반할 때 윌로그가 제격입니다.
배성훈 대표 : 윌로그 OTQ는 자체 생산해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합니다. 고객사 요구에 따라 센서나 기능을 넣고 빼는 맞춤형 설계도 가능해요. 맞춤형 설계 후에는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만에 하나 오류나 비상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객사와 함께 철저히 검증하고 컨설팅까지 제공합니다.
윤지현 대표 : 남미 고객사의 사례도 기억에 남네요. 온습도에 민감한 과일을 운송하는 의뢰였는데, 과일의 가치를 잘 지켜줘 고맙다고 하더군요. 물론, 윌로그는 우리나라 농가가 피땀흘려 기른 농작물과 수산물, 축산물의 가치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할 역량도 가졌습니다. 농가에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소비자에게는 믿고 먹을 신선식품을, 유통사와 생산사에게는 신뢰와 강품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셈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안팎의 물류, 제약 회사들이 윌로그를 주목하고 있다. 사업 제휴 문의도 오가고 있다고 한다. 제약사와 의료 기관, 컨테이너나 화물차 기업, 정밀 기계를 다루는 생산 공장과 콜드체인 유통 기업 모두가 윌로그의 잠재 파트너다.
배성훈·윤지현 대표는 물류의 투명성을 확보, 소비자와 업계의 신뢰를 얻으려 한다. 이를 위한 물류 디지털 전환 가속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배성훈 대표 : 윌로그를 이끌 때 두 가지 기조를 반드시 유지할 것입니다. 신뢰를 얻는 일과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일입니다. 소비자에게 신뢰 받도록 물류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술을 활용해 물류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불필요한, 비효율적인 업무를 바꿀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오늘날 물류 업계에서 활약 중인, 정말 훌륭한 기업들과 함께 물류업의 양상을 바꾸고자 합니다.
윤지현 대표 : 디지털 전환은 어렵지 않아요. 자본이 많고 규모가 큰 대기업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윌로그처럼 작은 기기 하나만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 있습니다. 물류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나아가 물류 프로세스 전체를 개선하는 쉽고 간편한 방법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