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번거로운 전기 자동차 충전, 주차해 두면 알아서 한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갈수록 짙어지는 ‘탄소발자국’
작년부터 시작한 코로나19는 결국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퍼졌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코로나19 발생 이후 오히려 ‘공기가 깨끗해졌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2020년은 2015년부터 국내 초미세 먼지를 관측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농도가 낮은 해였습니다.
작년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는 이전과 비교해 비, 바람 등 기상 조건이 좋았고, 정부가 미세 먼지 대책으로 추진한 ‘미세 먼지 계절 관리제’ 영향도 있었다는데요. 무엇보다 코로나19와 중국의 미세 먼지 개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동량이 크게 줄었다는 거죠. 에너지 소비량, 선박 입출항 수, 항공 운항 편수 감소 등으로 미세 먼지가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의 활동량도 줄었고요. 중국도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미세 먼지 대책을 추진했죠.
여러 요인 작용으로 공기는 깨끗해졌지만, 사실 탄소 배출 측면에서 보면 지구 환경은 그다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탄소를 가장 많이 뿜어낸 주범은 상업과 산업 부분, 특히 교통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했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초반에 이동은 줄었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다시 석탄, 석유, 가스를 급격하게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20년 탄소 배출량 감소는 일시적인 것이고, 앞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21년 7월 기준 약 2,470만 대로 국민 2.1명당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습 정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고유가 시대, 환경 보호 등 자동차 사용을 줄여야 할 이유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데 왜 자동차 수는 줄지 않고 늘고만 있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이익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동차를 안 탈 수는 없으니 그나마 환경에 덜 해로운 친환경 자동차를 찾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친환경 자동차 사용을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죠. 장기적으로 환경 보호라는 가치 소비를 실현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차량 관리 유지비 등도 매력적인 부분이죠.
실제로 친환경 자동차 구매 비율은 2021년 7월 기준 전월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누적 등록 대수는 100만 대를 돌파했고요. 휘발유 자동차는 0.3% 증가했고, 경유와 LPG 자동차는 0.04%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연 기관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보다 약 23배 많죠.
앞으로 친환경 자동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겠네요.
가장 필요한 것은, 친환경 자동차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잠재적 사용자들이 굳이 내연 기관 자동차를 고집하지 않겠죠. 당장의 불편함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도 과거보다 충전소, 충전기 같은 인프라는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여요.
맞습니다. 전기 자동차 충전소도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기존 주유소에서도 쉽게 전기 자동차 충전기를 찾아볼 수 있죠.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도 생겼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켑코 플러그(KEPCO PLUG)’와 같은 충전소 탐색 앱을 제공하고 있고, 충전 인프라 사용을 편리하게 돕는 모바일 서비스도 있어요.
그런데 해결하기 어려운 불편함도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충전 단자와 충전기 디자인 때문인데요. ‘디자인이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입니다.
충전 속도나 성능이 아니라 디자인이요? 아름답고 예쁜 그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내연 기관 자동차의 주유구를 생각해 보세요. 보통 자동차 뒤쪽 좌측이나 우측에 위치하죠.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 차종별로 주유구 위치에 따라 주유기 왼쪽이나 오른쪽에 주차하고, 주유하죠.
그런데 전기 자동차는 조금 다릅니다. 충전구 위치는 브랜드나 차종별로 달라요. 어떤 전기 자동차는 자동차 앞쪽에 있고, 어떤 자동차는 뒤쪽에 있습니다. 내연 기관 자동차처럼 좌측이나 우측에 있는 자동차도 있죠. 그래서 전기 자동차는 충전할 때 브랜드 혹은 모델에 따라 전방 주차 또는 후방 주차 등 주차하는 위치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불편하죠. 일부 충전소는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충전구 위치를 사용자 편의에 맞출 수 있는 무빙형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설치되어 있는 충전 인프라를 모두 교체하기에는 무리 아닐까요?
맞습니다. 이제 막 인프라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설치한 충전기를 다시 교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어느 정도 불편함은 있지만, 개의치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한 번 전환해 보죠. 우리는 자동차에 연료를 넣기 위해서는 주유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고정 관념이죠. 때문에 전기 자동차를 충전할 때면, 당연히 충전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충전소가 이동한다면 어떨까요? 충전구 위치에 상관없이 알아서 말이죠.
물론, 충전소가 직접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하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이미 활발하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바로 ‘친환경 자동차 충전 로봇’입니다.
전기 자동차를 충전해 주는 로봇이라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폭스바겐이나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 주행 충전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글로벌 스타트업도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글로벌 PR 업체 ‘시전(Cision)’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전기 자동차 충전소 시장 규모는 약 22억 1,000만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2026년까지 36%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약 140억 달러(한화 약 16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죠. 참고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활발한 나라로 평가합니다. 무선 충전, 로봇 충전, 울트라 초고속 충전(Ultra-fast charging) 등의 기술 발전은 향후 세계 친환경 자동차 인프라 시장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죠.
자율 주행 로봇과 전기 자동차 충전기를 결합한 형태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사용하나요?
현재 로봇을 활용한 전기 자동차 충전은 자율 주행 로봇 기술과 자동 충전 로봇팔 기술을 활용합니다. 로봇팔 충전 방식을 먼저 알아보죠.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스네이크 봇(Snake bot)’과 현대자동차의 '전기 자동차 자동 충전 로봇(ACR)’이 있는데, 전기 자동차 충전기 측면에 팔처럼 생긴 로봇을 달았습니다. 차량이 주차하면 충전구에 자동으로 팔을 삽입해 급속으로 충전하죠.
여기에 자율 주행 로봇을 접목시키면, 자율 주행 충전 로봇으로 거듭납니다. 길이 복잡한 지하 주차장, 입체적인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알아서 이동할 수 있는 자율 주행 로봇은 주변을 감지하면서 자동차까지 유연하게 이동합니다. 운전자가 정해진 충전 장소에 주차하지 않아도 로봇이 알아서 차량 위치를 파악해 충전하는 거죠.
기존 충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겠는데요? 대표적인 기업은 어디인가요?
‘아이웨이스(Aiways)’입니다. 2017년 중국 상해에 설립한 전기 자동차 업체입니다. 지난 2020년, 전기 자동차 충전 자율 주행 로봇 ‘칼(CARL)’을 개발하고, 유럽과 중국 전역에서 7개 특허를 냈는데요. 꾸준하게 실증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로봇 충전 기술 보유 업체입니다. 아직 실증 단계이지만 회사나 공공장소, 집, 주차장 등에서 전기 자동차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근처에 대기 중인 ‘CARL’을 호출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없더라도 로봇이 스스로 GPS 정보를 이용해 자동차까지 찾아오죠. 충전 장치 연결, 충전 등 필요한 작업을 알아서 다 합니다. 충전을 완료하면 다시 기지국이나 다음 사용자에게 이동해요.
‘CARL’은 30kWh와 60kWh 배터리 용량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급속 충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 5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네요. 가만히 충전소에서 기다리기에 긴 시간이지만, 주차해 두고 용무를 보고 오는 동안 알아서 충전되는 것이니 효율적이죠.
우리나라도 자율 주행 자동차 관련 산업에 많이 투자하는 것 같은데요. 자율 주행 로봇 충전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과 더불어 친환경 자동차 관련 인프라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그만큼 빠른 친환경 자동차 인프라 구축, 성장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 마련 등에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20차 신기술‧서비스 심의 위원회’를 개최하고, ‘전기 자동차 무선 충전 서비스', ‘실내‧외 자율 주행 배달 로봇’ 등을 포함한 총 13건의 과제에 실증 특례를 승인했습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과 ‘로봇 산업 선제 규제 혁신 로드맵’을 통해 ‘전기 자동차 자동 충전 로봇’을 포함한 ’수요 기반 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보급 사업’ 분야를 육성하기로 했고요.
민간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에바는 자율 주행 이동형 충전 로봇으로 충전 사각지대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11월까지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출시하는 등 충전기 라인업을 완성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현재 에바의 충전 로봇은 내부에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주차장 내부에서 장애물 감지 기술과 자율 주행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위치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하네요.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자율 주행 전기 자동차 충전 로봇은 장소가 협소하거나 충전기 설치가 부적합한 장소에서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 주행에 대한 접촉 사고 및 보험, 법, 규제 등의 기준이 모호한 실정입니다. 즉, 전기 자동차 충전 로봇이 움직이다가 혹시 모를 접촉 사고를 내면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도 최근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샌드박스 허용 등 다방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차츰 해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미 실내에서 배달을 수행하는 자율 주행 로봇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실증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로봇팔 기술이 좀 더 정교하게 발전된다면, 곧 충전 시간이나 충전기 디자인에 구애받지 않고 주차만 해 두면 자동으로 충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인프라 구축으로 충전 걱정 없이 친환경 자동차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