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안전하고 편리해질 서민들의 ‘발’, 스마트 철도 시스템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열차, 불편한 점은?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지하철 안에서 자주 듣는 소리입니다. 지하철은 시간에 따라 꽉 막힌 도로 대신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 중 하나죠. 출퇴근 시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행하기에 약속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에도 편리하죠. 도로 위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 자동차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이렇게 지하철은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이죠.
다만, 그래도 개선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하철을 타면서 어떤 점이 불편했나요? 아마도 사람들 사이에서 끼여 가야만 하는, 매일같이 겪어야 하는 출퇴근/등하교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별칭도 있잖아요. ‘지옥철’이라고.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하철 운영사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차량 증설, 지하철 혼잡도 사전 예보제 도입 등이죠. 물론, 그래도 아직은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지옥철… 힘들죠. 많이 힘듭니다. 가끔 궁금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하길래 이런거죠?
서울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죠.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2019년 수송인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 일평균 이용객 수는 약 746만 9,180명입니다. 일본의 도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네요. 국가별 총인구수를 감안해 보면 정말 놀라운 통계입니다.
사실 지하철은 대표적 3밀(밀접, 밀집, 밀폐) 공간입니다.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조심할 수밖에 없죠. 다행히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하고, 승객들이 방역수칙을 잘 이행하고 있어 아직 지하철 이용객 간 감염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하철 내 혼잡도를 줄여 이용에 따른 불편함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세계 3위라니, 상당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어떻게 혼잡도를 낮추고 조절할 수 있나요?
맞습니다. 이용객 수를 줄인다는 건 쉽지 않겠죠.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덜 불편하고 안전한’ 이용만큼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13일부터 서울시와 서울도로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사가 지하철 이용객 증가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하철 혼잡도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각 단계별로 해당 지침을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혼잡도 80% 이하는 ‘여유’, 혼잡도 80~130%는 ‘보통’, 혼잡도 130~150%는 ‘주의’, 혼잡도 150% 이상은 ‘혼잡’ 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로 다른 조치를 취하도록 정했어요. 단계에 따라 승객 분산을 유도하거나,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탑승을 제한하고, 심한 경우에는 혼잡구간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는 등의 조치입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 마련, 많은 기업이 시행하는 재택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지하철 혼잡도를 줄이고자 노력 중인데요.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 속에서 ‘스마트 철도 기술’을 함께 접목한다면, 지하철 혼잡도를 더욱 빠르게 해소하고 보다 쾌적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 철도 기술? 생소한 단어네요. 어떤 기술인가요?
철도의 스마트화는 단순하게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보통신기술 융합,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지능형 교통 체계, 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 등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교량, 터널, 궤도, 전차선 등 철도시설이나 철도차량 상태를 자동으로 검사하고 측정할 수 있죠. 원격으로 감시하면서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철도역에서 이용객의 안전과 편리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아직 스마트 철도 관련 기술 상용화는 빠르지 않지만, 세계 여러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Research Netstar’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철도 시장은 2018년 143억 달러(한화 약 16조 9,000억 원)에 달라며, 2027년 약 487억 달러(한화 약 57조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무려 14.7%의 연평균 성장률이죠. 앞으로 주목할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선뜻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는데요. 스마트 철도 기술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철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용객의 불편도 줄일 수 있죠. 앞서 말했던 지하철 혼잡도 실시간 제공 서비스도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용객들이 사전에 혼잡한 곳을 피해서 이용할 수 있겠죠.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 넓은 지하철역 안에서 길을 찾아 주거나, 사람이 적은 길로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테러 및 범죄의 조기 감지 시스템을 더할 수도 있고, 공조 관리를 인공지능으로 제어해 안전한 공기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전력 수요 분석 관리, 역사 에너지 통합 관리 등도 가능하죠.
주차하느라 열차 출발 시간을 놓칠 뻔했었나요? 로봇이 대신 주차해 주는 스마트 주차 서비스를 도입하면 됩니다. 자동차를 철도역 주차장 출입구에 위치시키면 차량 운반기가 자동으로 자동차를 빈 공간에 주차하고 출차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이죠. 이 서비스는 지난 2020년 10월에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를 통과하기도 해서 조만간 우리가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 측면입니다. 기존에는 철도의 시설물 운영과 유지 보수를 인력과 경험에 의존했어요. 아무래도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다 보니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작업자 사고 위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에 스마트 철도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다양한 시설물에 설치한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시설물 상태를 기관사나 운영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죠. 고속 운행 중인 열차에서도 실시간으로 위험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이 연구하고 있겠죠?
그렇습니다. 영국의 경우, 약 30년 전부터 지하철 혼잡에 대한 금전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혼잡한 열차 탑승으로 인한 승객이 느끼는 불쾌감과 육체적 피로 등에 대한 조사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은 지난 2017년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300억 원)를 스마트 철도 개발에 투자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도 지하철 혼잡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추정 연구하고 있어요. 스마트 철도를 활용해 지하철 혼잡을 해소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인 철도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비해 스마트 고속 철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주행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이 제어할 필요 없는, 무인 자율주행 고속 철도라고 합니다. 5G 신호, 지능형 조명, 무선 충전 시스템 등과 같은 편의도 제공할 예정인데요. 최고 속력은 시속 350km라고 합니다.
스마트 철도 사업에 뛰어든 대표적 회사는 어디인가요?
네덜란드의 ‘ES Mobility’가 있습니다. ‘에딘슈피커만(Edenspiekermann)’의 자회사로 지난 2013년부터 스마트 철도 사업에 투자했어요. 당시 ES Mobility는 네덜란드 국영 철도회사와 함께 ‘Dynamic Boarding Information Above Train Platform(기차 플랫폼 위에서의 다양한 탑승 정보)’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기술 개발 파트너사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열차 탑승 절차를 개선했어요. 열차 승강장에 약 180m 길이의 LED를 설치하고, 도착 열차 정보 표시, 혼잡도 낮은 열차 정보, 자전거나 휠체어 등 이동 수단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열차 정보 등을 안내했죠. 승객을 정확한 열차에 탑승하도록 유도하는 정보도 표시했고요.
또한, 인공지능 기반 생체 인식 기능 센서를 접목해 발열과 온도를 감지했는데요. 이를 통해 열차 혼잡도 분석 외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 탑승객을 추적해 공중 보건과 안전 모니터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 철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겠죠?
물론입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에스넷시스템은 지난 2019년에 사물인터넷 기술과 서울교통공사의 데이터를 접목해 지하철 2호선의 지속 가능 정보 관리 플랫폼을 구현하고, 관리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과학적 검수 업무 프로세스를 마련했습니다. 최근에는 5G,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융합하고 분석 모델을 확장해 스마트 열차 무인주행, 무인 영상감시, 커넥티드 바디캠 등 커넥티드 트레인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2월 ‘스마트 철도 안전 관리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스마트 기술을 철도 안전 관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스마트 기술 수요처인 철도 운영 기관이 스마트 기술을 이해하고, 공급처인 민간기업이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스마트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남아있을까요?
스마트 철도 시스템은 열차와 역사, 운영 시스템 등을 동시에 개선해야 합니다. 스마트 철도를 위한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하는 실정인데요. 특히, 정보통신 기술을 위한 인프라 부족은 스마트 철도 발전에 있어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숙련된 인력 부족, 스마트 철도에 알맞은 철도 인프라의 부족은 앞으로 꾸준하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기업이 스마트 기술에 대한 최신 동향과 철도 분야에 대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다만, 아직 상용화 수준은 아니어서 더 준비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의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교통수단 중 하나가 지하철을 포함하는 열차입니다. 언젠가 출퇴근 시간에도 쾌적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