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00억 투자한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산업 경쟁력도 쑥↑
[IT동아 남시현 기자] 9월 29일,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Netflix Partner Day)’ 미디어 온라인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 특수분장 ▲ 색 보정 및 음향 ▲ 특수 시각 효과 ▲더빙 및 자막 분야 등 콘텐츠 관련 산업 전문가들이 나서 관련 산업의 발전사를 전파하고, 국내 창작 생태계와 넷플릭스의 동반 성장 사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넷플릭스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한국 창작자 생태계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80여 편의 한국 작품을 전 세계 190개 이상 국가에 소개했다”라면서,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자들이 함께 빚은 한국 콘텐츠는 한류의 기존 무대인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즐기는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얼마 전 공개한 한국시리즈 ‘D.P.’의 경우 콘텐츠 업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를 던지며 큰 울림을 전했다. 또한 최근 공개한 ‘오징어 게임’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로는 최초로 미국 오늘의 상위 10개 드라마 항목 1위에 올랐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배경에는 한국 콘텐츠 업계의 소프트파워가 있다”라며 넷플릭스와 협업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을 연이어 조명했다.
특수 분장 분야,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제 무대 서다
특수 분장 분야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옥자’부터 ‘킹덤’, ‘스위트홈’, ‘고요의 바다’까지 폭넓은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특수 분장 전문 기업 ‘셀’의 황효균 대표가 나섰다. 셀은 2003년 설립 이후 200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제작한 기업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는 물론 영화 ‘기생충’, ‘반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영화 작품들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황 대표는 “한 콘텐츠를 190개 국가에서 동시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많은 전 세계인들이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라면서 ‘킹덤’을 예시로 들었다. 황 대표는 “킹덤만 하더라도 조선 사회의 신분 계급을 표현하기 위해 좀비의 피부색을 다르게 표현했다. 킹덤 아신전에서는 150일간 총 3천여 명의 좀비를 작업하며 1톤 이상의 가짜 피를 사용하는 등 한국형 좀비 구현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셀에서 작업한 킹덤의 한국형 좀비는 해외 좀비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을 구현했으며, 한국 특수 분장의 저력을 알린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황 대표는 “넷플릭스는 체계적인 제작 환경을 제공하며, 물리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일정 및 예산 관리를 통해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을 확보한다. 덕분에 시간에 쫓겨서 품질을 낮출 필요가 없고 각 단계마다 창작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라면서,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매 작업마다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다”라며 제작 환경을 설명했다.
후보정 및 음향 분야도 넷플릭스 콘텐츠와 동반 성장
영상 콘텐츠의 감칠맛을 더하는 영상 보정과 음향 관련 분야에서는 덱스터 스튜디오 색 보정[Digital Intermediate, DI] 본부 박진영 이사와 음향 관련 자회사 라이브톤의 최태영 대표가 나섰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사냥의 시간’, ‘승리호’ 등 다양한 작품을 맡았고, 현재 연간 개봉하는 국내 영화 디지털 보정 작업의 40%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라이브톤 역시 17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옥자’, ‘킹덤’, ‘승리호’, ‘고요의 바다’ 등의 작품에서 역량을 입증했다.
최 대표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라이브톤의 세계적인 음향 기술에 넷플릭스의 높은 기술 가이드라인이 결합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면서, “기술적으로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박 이사 역시 “최신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덱스터의 기술력에 UHD, HDR, 4K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한 넷플릭스 가이드를 반영해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창작자들로 하여금 더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다”라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덱스터 스튜디오나 라이브톤같은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촬영 완료 후 편집, 컴퓨터 그래픽(CG), 음악 등의 후반 작업 및 검수를 담당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는 원활한 작업 환경을 위해 촬영 현장 및 스케줄, 예산을 관리하는 ‘피지컬 프로덕션 팀’을 투입해 현장 촬영을 돕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라이브톤과 덱스터 DI 본부는 넷플릭스와 향후 2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스튜디오를 증설하는 등 함께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수 효과 분야, “한국 콘텐츠 흥행에 창작자들도 함께 조명”
특수 효과와 관련해서는 웨스트월드의 손승현 대표가 참여했다. 웨스트월드는 2018년 10월에 설립한 VFX 전문 기업으로, 영화 ‘서복’, ‘영웅’, ‘자백’과 드라마 ‘보이스 4’, ‘악마판사’, ‘더 킹: 영원의 군주’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넷플릭스와는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고요의 바다’ 등의 특수 효과를 맡았다. 웨스트월드가 주력하고 있는 VFX는 ‘특수 시각 효과’라는 뜻으로, 촬영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작업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과정을 뜻한다.
손 대표는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협의를 기반으로 진행하며, 제작 기간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이어서 체계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라면서, “결국 이는 콘텐츠의 품질 향상과 안정적인 비즈니스 운영과 연결된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협력 덕분에 설립 당시 10명 미만이었던 웨스트월드의 임직원은 현재 약 170명까지 늘어났으며, 매출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웨스트월드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가와 소통하는 등 지속적인 기술 교류를 받고 있으며, 독특한 시점을 표현하는 N캠과 새로운 VFX 장비를 도입하는 등 국내 VFX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전달력과 호소력을 위한 작업, 자막 및 번역
콘텐츠 제작의 품질과 완성도는 촬영과 제작 과정에서 마무리되지만,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더빙과 자막의 품질도 중요하다. 2002년 창립한 ‘아이유노 SDI 그룹’은 더빙 및 자막 전문 미디어 그룹으로, 현재 전 세계 34개국 67개 지사에 2,300여 명의 정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인연은 2015년부터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BTI 스튜디오와 합병하고 글로벌 기업 SDI 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아이유노 SDI 그룹 오혜석 글로벌 고객 디렉터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자막 및 더빙 업계는 규모적인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처럼 190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온라인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영상 번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라면서, “현재 아이유노 SDI 그룹이 1년에 작업하는 자막은 재생 시간으로 60만 시간이며, 더빙은 9만 시간이다”에 달한다고 답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우리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이에 있는 기업이며, 그들의 성장과 함께 커 나가는 서비스 기업이다”라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성우 및 번역가들과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뛰어난 전문 인력들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기본으로 현지화 작업의 품질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며,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다국어 작업, 후반 작업, 콘텐츠 관리에 더 많은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에 기여하는 바 분명해
올해 2월 넷플릭스가 주최한 ‘See What’s Next korea 2021’ 행사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 콘텐츠에 약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 5년 차까지 투자한 금액이 약 7,700억 원인 상황에서 1년 안에 5,500억 원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유례없는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투자는 한국 콘텐츠 산업 경쟁력과 창작자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약 5조 6천억 원, 일자리 창출 효과를 약 1만 6천 명으로 발표했고, 이는 지난 5년간 7,700억 원을 투자한 데 따른 결과다. 분명 앞으로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부가적인 가치는 이전의 결과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D.P.’와 ‘오징어 게임’의 흥행과 별도로 올해에만 ‘마이 네임’, ‘지옥’, ‘신세계로부터’, ‘고요의 바다’ 등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만한 콘텐츠들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