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 V.C 탐방] 애니작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통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큐베이팅’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서울시에 있는 우수한 중소기업을 ‘하이서울기업’으로 인증해 지원하고 있다. 2021년 기준 985개사가 하이서울기업으로 활동 중이다.
SBA는 무엇보다도 우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을 서로 연결해 협업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대면 네트워킹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BA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하이서울 V.C(Virtual Cluster)를 마련했다.
하이서울기업을 한곳에 모은 하이서울 V.C에서는 누구나 기업 정보를 확인하고 협력이나 제휴 제안을 할 수 있다. 영어 페이지도 제공해 해외 바이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인 만큼, 공간과 시간의 제약도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클러스터인 셈이다. 이에 IT동아에서는 하이서울 V.C에 입주해있는 기업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이번 시간에는 ‘좀비덤’, ‘시간여행자 루크’ 등 TV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키즈 애니메이션 제작사 애니작을 만나봤다.
창의성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다
IT동아: 애니작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이병준 대표(이하 이 대표): 애니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담은 콘텐츠를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공연, 출판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는 기업이다.
2013년 대한민국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획력과 제작력으로 글로벌 무대에 나가보자는 취지로 전문 제작진을 모아 설립했다. 2000년대 들어 아동용 3D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성공하고, 그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으로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지 않았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무됐다. 개인적으로도 어렸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동경했었고, 영화를 전공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재미에 빠졌었다.
애니작이라는 사명을 듣고 흔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이구나’라고들 생각한다. 실은 그보다 광의적, 중의적인 이름이다. 애니메이션의 ‘애니’는 ‘ANI’지만 애니작의 ‘애니’는 ‘어느’, ‘어떤’을 뜻하는 ‘ANY’다. 포맷, 장르, 길이,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창작 콘텐츠든 모두 잘 만드는 제작사라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IT동아 : 주요 작품은 어떤 게 있나
이 대표 : 애니작의 첫 작품은 ‘좀비덤’ 시리즈다. 꼬마 좀비들과 인간 아이 ‘하나’가 만나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얘기다. 시즌1을 2014년부터 제작해 2016년에 런칭했고, 시즌2는 2016년부터 제작해 2018년에 런칭했다. 현재까지 세계 192개국에 서비스됐고, 유튜브에서도 80만 구독자를 모았다. 좀비덤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게임, 공연 등이 만들어졌다. 특히 할로윈 시즌에 강세를 보인다. 현재 시즌3를 제작 중이다.
좀비덤으로 우리 기회력과 제작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2020년 런칭한 ‘시간여행자 루크’는 KBS1TV에서 방영될 수 있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총 52편이 방영됐다. 프랑스 대표 방송사인 ‘CANAL+’와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불어권 국가에서 오는 12월부터 방영된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국산 키즈 애니메이션 중에 프랑스에 진출한 사례는 ‘시간여행자 루크’가 처음이다. 그만큼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기획에서부터 캐릭터 디자인까지 모두 우리가 진행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프랑스 외에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그리스 등 20여 개 국가에 배급되고 있다.
IT동아: '좀비덤'이나 '시간여행자 루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콘텐츠 하나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의 핵심은 원천 콘텐츠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물질적인 재료가 아닌 사람의 창의성을 다루는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의성이 생명이고 무기다. 누구도 생각 못 한 좋은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 콘텐츠로 만들고 대중에게 선보인 후 그 피드백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팬덤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의적절한 기획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좀비덤은 전 세계적 좀비 열풍을 예상하고 2014년 맞춤형 기획을 한 콘텐츠다. 요즘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청 환경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그에 맞는 콘텐츠 포맷도 중요하다. ‘좀비덤 시리즈’는 3분 30초 무언극 슬랩스틱 코미디, ‘인앱’은 7분 판타지 액션 코미디, ‘시간여행자 루크’는 11분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로 기획했다. 다양한 길이와 장르로 제작해 차별화했다. 작품마다 마케팅 포인트와 사업 방향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어필 포인트를 찾아내 캐릭터 사업에 유리한 반복 노출과 이슈 생성으로 계속 대중의 뇌리에 남아있으려고 노력한다.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꿈꾼다
IT동아: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최근에도 코로나19로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한데
제작사는 늘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인이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러 지원과 투자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제작 환경 변화와 수익모델 연구도 시급한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업무다. 확실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 전환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위기 대처 능력이 생겨 일상 업무에는 지장이 없게 됐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대면 미팅에 지장이 있으니 네트워킹이 잘 안 된다. 사업 진행에 많은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
IT동아 : 애니작의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 대표 : 우리는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작품을 완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작품을 더 많은 채널에 방영해 알리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상품과 같은 OSMU 콘텐츠 비즈니스로 연결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애니작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의 스타워즈 같은 걸 보면 수십 년 동안 사랑받으면서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능력을 배양해 OSMU 비즈니스를 실현하고자 한다. 애니작하면 다들 ‘재밌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잘 만드는 기업’이라고 떠올리는 그런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연결고리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키즈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