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코브 (3) 카고 바이크, 물류 속 필요한 영역을 찾아라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9년 8월 설립한 에코브는 전기 화물 자전거(Cargo Bike, 이하 카고 바이크)를 개발,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경쟁력은 자동차 양산 기술을 적용한 자전거 모듈러 새시와 부품 제조 능력이다. 이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모빌리티 개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던 임성대 대표와 같은 기간 차체 개발 연구원, 모빌리티 개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던 최정남 공동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스킬이다.
쉽게 말해, 에코브의 자전거는 기존 자전거 대비 내부 골조가 튼튼하다. 또한, 주문자 요구에 맞춰 프런트/리어 모듈, 페달 및 서스펜션, 전동 모듈, 화물 짐칸(카고) 등을 다양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시장에 제공한다. 튼튼한 카고 바이크를 원하는 업체에게 그들의 입맛에 맞는 카고 바이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성도 검증했다. 시장조사업체 EMR에 따르면, 전 세계 카고 바이크 시장은 2020년 기준 5.5억 달러(한화 약 6,400억 원)으로 추정되며, 2026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은 기록적이다. ‘자동차를 대체하는 도심 물류 수단’, ‘구매/운영 측면의 경제성’ 등에 자전거를 사랑하는 유럽 특유의 문화가 작용한 결과다.
스케일업팀은 에코브와 함께한 지난 기사를 통해 카고 바이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에코브의 도전에 대해 소개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카고 바이크 시장에서 에코브가 차지하는 위치다.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는 에코브에게 카고 바이크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을 제안했다. 설계 및 제조 역량을 갖춘 공급자가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카고 바이크 물류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류기업과 플랫폼 서비스 업체에게 솔루션을 설계해 제공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스케일업팀은 에코브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로 ‘이동의 미래(모빌리티 빅뱅,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의 저자 차두원 박사를 모셨다. 차 박사는 과거 현대모비스 HMI 팀장, 제2기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회의 전문위원,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42dot 정책총괄, 모빌리티 혁신위원회, 서울시 미래교육 준비협의체 전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 국무조정실 신산업 규제 혁신위원회,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전문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전문위원(인간공학 및 안전 분야)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분야 전문가다.
카고 바이크, 시장이 필요로 하는 틈새를 찾다?
임 대표에게 “차 박사와 함께 곧 사무실을 방문하겠다”라는 소식을 전하자, 뜻밖에도 반가움을 먼저 표했다. 과거 차 박사가 에코브의 주요 협력사 중 한 곳인 만도와 함께 방문했었다는 것. 차 박사 역시 에코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 새시 기술을 자전거에 적용한, 어찌 보면 고생길 훤한 제조 시장에 도전한 보기 드문 스타트업”으로 에코브를 기억했다.
구면이었던 탓일까. 첫인사 후 늘 이어지던 약간의 어색한 시간은 어디론가 금세 사라졌다. 임 대표 표정 역시 편안했다. 스스로가 기업인지,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제조업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뛰어 들었는지 등을 설명할 필요 없는 홀가분함이었을까. 작은 자랑부터 시작했다.
임 대표: ‘왜 카고 바이크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나씩 찾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수요처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공유 킥보드 업체와 필드 테스트를 시작했다. 도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킥보드를 수거해 원하는 위치로 옮기거나, 킥보드 배터리를 교체하는 용도로 카고 바이크를 활용하고 싶다는 의뢰였다.
공유 킥보드 업체는 킥보드를 수거하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최근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인근에 세워져있는 킥보드에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했다. 인도 및 차도의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킥보드 1대로 얻을 수 있는 하루 최대 수익은 1만 원 정도인데, 신고받아 범칙금을 낼 경우 4~5만 원을 내야 한다.
차 박사: 여기저기 세워져있는, 도로 위 공유 킥보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합의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공유 킥보드가 추구하는 도심 내 이동의 효율성 추구는 공감한다. 분명 편리한 부분이 있다. 차도로 내려와 차 사이로 갑자기 달리는 킥보드, 인도 위 아이와 부딪히는 킥보드, 출퇴근 시간 사람 많은 인도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킥보드, 인도와 차도 사이에 걸치듯 세워져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킥보드 등… 아직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 같은 공유 킥보드 상황은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다. 규제와 기술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풀어야 할 숙제다.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카고 바이크를 킥보드 수거에 활용하면 좋은 점이 있는 건가.
임 대표: 빠른 현장 대응 때문이다. 공유 킥보드 업체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이용하고 세워 둔 킥보드를 위치를 바로바로 찾아가 수거하기 어렵다. 대부분 1톤 트럭을 사용하는데, 킥보드를 수거해오기 위한 최소 수량이 필요하다. 달랑 킥보드 1대 때문에 1톤 트럭이 매번 움직일 수는 없지 않나. 카고 바이크는 이를 해결한다. 1톤 트럭 대비 날렵하다.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도 편하고.
현장에서 다양하게 테스트 중이다. 킥보드 몇 대나 싣고 움직일 수 있는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도는 얼마나 되는지, 완충된 배터리를 몇 개가 싣고 다닐 수 있는지, 차도 가장자리에서 교통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주정차할 수는 있는지… 많은 경우의 수를 찾고 있다. 에코브의 카고 바이크 장점은 모듈화, 그리고 빠른 대응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찾아,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고, 성능 향상 방향을 고려하고자 한다.
카고 바이크의 위치는 어디인가?
임 대표: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 카고 바이크 시장성은 국내보다 유럽 시장에서 꽃피우고 있다. 유럽 현지 업체들과 유의미한 대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17년 창업한 독일 R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유럽에서는 도심 내 디젤 차량 진입 자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다방면으로 찾는다. 그중 선두에 있는 것이 카고 바이크다.
국내에서 카고 바이크 사용처를 찾는 것은 끊임없는 시도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불분명하다. 알맞은 도심 내 주행 속도(파워), 주정차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적절한 시장 가격, 필요로 하는 내구성(차체 무게) 등 명확하지 않은 기준도 찾아야 한다. 차 박사님과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차 박사: 공감한다. 다만, 규제와 관련된 영역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챙겨야 한다. 민간과 공공의 선도 찾아야 한다. 킥보드로부터 시작한 몇 가지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2021년 6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 법안심사 소위원회 주관으로 개인형 이동 장치 법률 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국토교통부가 2020년 8월 제112회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국무총리 주재)에서 ‘개인형 이동 수단 이용활성화 및 안전 관리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고, 2020년 9월 17일 홍기원 의원 등이 ‘개인형 이동 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2020년 11월 13일 박성민 의원 등이 ‘개인형 이동 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했었다. 상기 공청회는 위의 두 법안에 대한 공청회였다.
헬멧 착용 의무화와 미착용 시 벌금 부과 논란은 킥보드와 관련해 가장 논란되는 이슈다. 해당 조항을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결국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 올해 5월 13일부터 발효했다.
그런데, 상기 법안들은 헬멧 착용 의무화 내용을 포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 제안했다. 내용들은 지자체 및 기초지자체 노선 지정 및 통행 구간 제한, 무단방치 금지, 안전 요건 규정, 안전교육 실시, 대여사업 요건, 불법 개조 금지 조항 등이었다. 하지만 두 법안에는 헬멧 착용 등 안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규제라는 것은, 많은 것을 살펴야 한다. 하나하나 세밀하고 자세하게 챙겨야 하는데, 새로운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사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카고 바이크를 활용한 킥보드 수거 및 배터리 교체 수요는 틈새시장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상황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임 대표: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카고 바이크를 활용한 물류 영역이다. e커머스 C사와 준비 중이다. 1톤 트럭과 오토바이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다. 외부 차량 진입을 꺼려 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환경미화원을 위한 카고 바이크, 1톤 트럭이나 오토바이를 운용하기 애매한 지역 등 여러 영역에서 테스트하는 형태다.
사실 지금 당장 뭔가 카고 바이크로 ‘이게 정답이다!’라고 유의미한 결과를 향해 매달리지는 않고 있다. 현장 요구 사항에 따라 발로 밟는 페달 유/무도 변경할 수 있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하나의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 몇몇 지자체와 함께 전기자동차에서 사용하고 나온 폐배터리를 카고 바이크에 사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일종의 재활용 방안이다. 70% 사용할 수 있는 폐배터리를 모아 카고 바이크에 달면 충분히 원하는 파워를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카고 바이크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설득하는 단계다.
미래 물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임 대표: 업체, 지자체 등 민간과 공공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용처를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해외 사례? 국내와는 맞지 않는다. 카고 바이크는 국가, 지역에 따라 사용 편차가 극심한 제품이다. 지난 기사에 언급했던 ‘라이틀(Rytle)’의 활용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 않나.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능력, POC를 빠르게 대응하는 에코브의 장점을 활용하고자 한다.
차 박사: 한 가지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전 세계는 탄소와 싸움을 시작했다. 카고 바이크는 이 같은 현실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개체다. 앞서 규제 관련 이야기를 오래 나눴는데, 규제는 곧 인프라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한정된 도로 형태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규제가 유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차도와 인도로 빽빽한 상황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는 도로 인프라를 재편하기 위한 출발선에 들어섰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킥보드,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철, 택시, 버스, 개인 자동차 등이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달릴 수 있는 ‘멀티 모달 모빌리티(Multi Modal Mobility)’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물류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사람을 어떻게 이동시키는가에 맞춰 도로 인프라를 갖췄다면, 앞으로는 사람과 물류를 어떻게 이동시키는가에 맞춘다. 수많은 모빌리티가 도로에서 각각의 이동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반응하는 인프라다. 카고 바이크도 이러한 인프라에 한 영역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 대체 효과와 이산화탄소 감소는 카고 바이크가 가진 명확한 장점이다. 유럽은 도심에 디젤 차량 운행 금지와 함께 최대 속도 제한도 50km로 두고 있다. 이러한 제한이 지향하는 바는 여러 모빌리티가 혼합해 이동해도 안전할 수 있는 기준이다. 사람과 물류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지향한다.
현실적인 한계를 많이 얘기했지만, 미래 모빌리티는 더욱 다양하게 바뀔 것이다. 에코브의 카고 바이크는 그래서 눈에 띈다. 시선을 좁혀 국내 안으로 보면 확실히 독특하다. 고생길 훤한(?) 제조 스타트업이 도전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끈다. 그것만으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에코브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스타트업은 스스로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도전한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지만, 그 도전 정신이 스타트업 아닐까. 국내에 낯선 카고 바이크를 개발하는 에코브가 계속해서 활용처를 찾는 이유다. 에코브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틈새’를 찾는다. 하지만, 임 대표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틈새지만 또 다른 ‘문’으로 바뀔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