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포레 박성훈 대표 “메타버스 속 세계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그리고 이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까지 등장했다. 가상현실 등장 이후로 점차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확장한 세계관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현실, 현실에 가상현실을 덧입힌 증강현실, 현실 속 객체와 가상현실 속 객체가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 마지막으로 혼합현실 기술을 망라하는 초실감형 기술을 일컫는 확장현실까지. 우리도 모르는 현실이 뭐가 이렇게 많아졌는지 싶다.
용어 하나가 더 등장했다. ‘메타버스(Metaverse)’란다. 현실을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를 더한 합성어 메타버스. 현실처럼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에 제약에 생긴 요즘, 메타버스 속 세상은 실내에서도 시공간을 넘어 연결할 수 있기에 기대감은 더해졌다. 혹자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도 말한다. 메타버스를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상상 속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각각의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기에는 부족하다. VR, AR, MR 등 영역에 따라 분열된 세계에 가깝다. 또한, 해당 기술을 서비스하는 기업 또는 플랫폼에 따라 경계가 나뉜다. MS가 홀로렌즈로 구현하고자 하는 MR과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퀘스트로 구현하고자 하는 VR은 융합하기 어렵다.
디지포레(DIGIFORET)는 이렇게 분열된 메타버스 속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노력한다. 이에 디지포레 박성훈 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그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너무 많잖아요? 이걸 하나로 연결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일단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잖아요”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저도 한명의 개발자입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간단하게 디지포레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박성훈 대표(이하 박 대표): 수많은 가상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서비스로 구현해 각 서비스를 연결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VR 등장 이후로 전세계는 서로 다른 가상세계를 만들고 있다. 이후 등장한 AR, MR… 모두 마찬가지다.
(무슨 뜻인지 반문하는 기자에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MS 홀로렌즈 속 세상으로 접속할 수 있을까? 로블록스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제페토 세상으로 접속할 수 있을까? 없다. 그래서 고민했다. ‘각각 동떨어진 세상을 하나로 연결할 수는 없을까?’라고. 동떨어져서 실행하는 각 기기(HMD)를 연결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쉽지 않은 일인데.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세상 아닌가.
박 대표: 맞다. 쉽지 않다. 하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 아닌가(웃음). 무엇보다 한 명의 개발자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참고로 그는 위메이드, 웹젠,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EA, Seoul) 등에서 콘셉트 아트, 레벨 디자이너 등으로 일했다). 디지포레를 설립한 시기는 2014년이다. 정확히는 10월 13일, 아직도 기억한다. 초기에는 VR 교육사업으로 시작했다.
당시 사명은 ‘데브트리’였다. 게임, 건축, 디자인 등 VR의 활용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고, 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 역시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언리얼, 유니티 등 게임엔진을 활용해 VR 게임, 360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교육했다. 개발자를 위한 학원…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의 디지포레 모습은 2017년에 갖췄다. VR을 거쳐 AR, MR 등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파생되가는 가상세계를 연결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데브트리 시절 함께했던 강사와 학생이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지금도 디지포레에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고(웃음).
IT동아: 교육 사업을 하다가 전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박 대표: NIPA를 통해서 ‘VR 캠퍼스 교육’을 운영했었는데, 당시 현장에서 게임, 360 동영상 등을 개발하는 개발자와 PD를 많이 만났다. 이 때부터 조금씩 이야기가 나왔다. ‘가상현실을 연결하는 것은 아직 없다’라거나,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에는 360도 VR 콘텐츠는 명확한 선두주자가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각축장이었다. 업체마다 각각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실행해 연동할 수 없었고.
이 때부터 생각했다. 흩어진, 분열된 VR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처음 개발한 것이 ‘리얼커넥트+(RealConnect+)’다. 하나의 360도 VR 콘텐츠에 여러 명이 접속하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었다.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다.
서로 떨어진 가상세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면?
IT동아: 맞다. 지금은 오히려 더 흩어졌다. 특정 기기, 특정 서비스에 따라 서로 연동할 수 없다. 특히 VR, AR, MR 등 각각의 세계에 따라 연결하기도 요원하고.
박 대표: 모두들 혼자하고 있다(웃음). 정확하게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VR 시장이 예상처럼 크게 확대하지 못해 버티지 못한 기업이 스스로 도태되기도 했고. 우리도 열심히 노력했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접속해 교육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AR 플래닛’, 증강현실 박물관, 증강현실 우주 과학관 등 VR 콘텐츠와 플랫폼을 개발했다. 순천향대학교와 함께 할로윈을 맞이해 AR로 구현한 축제에도 참여했고.
IT동아: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한걸음씩 디지포레가 구현하고자 하는 ‘가상세계 연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진한 셈이다.
박 대표: 맞다. VR, AR 다음에 MR도 등장했다. 우리가 바라본 것은 ‘연결’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하나씩 등장했다.
만약 수술하거나 시술하는 가상세계 속에 여러 명의 의사 또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참여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데스크탑PC, HMD 등 원하는 기기로 접속할 수 있고. 실제로 스마트 헬스케어 협회를 통해 국립 암센터가 요구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SK텔레콤 5GX와도 인연이 닿아 4K 증강현실 방송 시스템을 개발해 CES 2020에서 시연하기도 했고.
IT동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찾는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박 대표: 많이 늘어났다. 특히, 필요로 하는 부분이 점차 세밀해지고, 명확해지고 있다. 자동차 개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자동차는 새로운 엔진이나 부품 등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해야 한다. 한두명이 한정된 공간에서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각자 서로 흩어져 개발한 부품을 하나로 만들어봐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셈이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XR 오토 스튜디오(XR Auto Studio)’다. 전국에 흩어진 개발사 연구원들이 각각 개발한 부품을 데이터화해 가상세계 속에서 맞춰보고,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울에 있는 연구원이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자동차 트랙에 직접 모델을 올려 테스트할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가상세계 속에 발표자와 심사위원이 동시에 접속해,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심사하는 ‘아이디어 해커톤’도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3D 뎁스 카메라로 촬영해 가상세계에 접속하고, 발표자는 HMD를 착용해 단상에 서서 발표했다. 이 과정은 모두 유튜브에서 실시간 라이브로 방송해 확인할 수도 있도록 준비했다.
메타버스, 하나로 연결해야 합니다
IT동아: …마치 흩어진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 같다. 스타트랙,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에서 사람들이 3D로 전송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박 대표: 하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구분 없는 연결이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증강현실과 혼합현실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한다. 그래야 사용할 수 있는 수요처가 늘어나고, 사용자가 참여하며, 하나의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사용자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용하기 불편한 기술은 필요 없다. 메타버스의 실질적 가치는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HMD 등 기기의 경계가 아니라 인터넷 웹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복잡한 부품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완성해 제공하는 산업용, 의료용 장비는 판매업체가 구매업체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이를 메타버스 속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 웹으로 연결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그만큼 도전할 영역도 많다.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시스템, 플랫폼을 찾는 수요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다양하다. 앞으로도 우리 디지포레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