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포스터 "MR TIME, 세계 제일의 디지털 시계방 될 것"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던 시계 산업이 스마트워치의 열풍을 타고 부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 IDC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웨어러블 시장은 전년 대비 50.7%나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 가민 등의 글로벌 업체들은 연이어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워치용 워치페이스(시계화면)와 시계줄(스트랩, 밴드) 시장이다. 특히 스마트워치는 다운로드를 통해 워치페이스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앱포스터(APPOSTER, 대표 경성현)는 스마트워치 시장 초기부터 이 점에 주목, 관련 산업에 꾸준한 투자를 지속한 기업 중 하나다. 그들의 스마트워치 솔루션 전문 브랜드인 ‘MR TIME(미스터 타임)’은 이미 워치페이스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으며, 여세를 몰아 시계줄을 비롯한 스마트워치 액세서리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세계 제일의 ‘디지털 시계방’을 노린다는 앱포스터 경성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스마트워치 관련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Q1. 본인 및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앱포스터는 스마트워치 관련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MR TIME’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본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석사 학위를 딴 가구 디자이너였으나 2010년 한국에 돌아와 앱포스터를 세웠다. 처음에는 ‘톡송’이라는 모바일 노래방 서비스를 출시해 2011년 대한민국 스마트앱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파트너사와의 관계 문제로 서비스를 정리하는 등 다소 부침도 있었다. 스마트워치 관련 사업에 진출한 건 2014년 즈음 부터다.
Q2. 스마트 워치 관련 사업에 본격 참여하게 된 계기는?
그 후 다른 사업 아이템을 궁리하다 2014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첫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의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어 제품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본 워치페이스(시계 화면)가 참 투박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직접 워치페이스를 만들어 지인들과 함께 쓰기도 하고, 또 일부는 갤럭시 스토어에 올리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당시의 스마트워치는 기능적으로 미흡했고 단순히 스마트폰에 종속된 액세서리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나는 이 기기가 이를 뛰어넘어 언젠가 시계 산업을 바꿀 것이라고 봤다. 기존의 시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된 적이 없었지만 이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스위스의 스와치(Swatch)가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스마트워치 역시 중요한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했다.
Q3. 앱포스터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한다
: 갤럭시 스토어에 우리가 올린 워치페이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요청사항이 너무 많아서 대응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들이 직접 워치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저작(콘텐츠 제작) 도구인 ‘MR TIME’ 앱을 만들어 2017년부터 배포하기 시작했다. 인앱 결제나 구독 등을 통한 수익도 수익이지만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워치페이스의 누적 다운로드는 1000만이 넘었고 저작도구도 반응이 좋다. 사실 처음부터 마냥 잘 나갔던 건 아니고 2017~2019년 사이에 다소 정체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스마트 워치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고 투자를 계속했는데 2019년 겨울부터 스마트워치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 즈음부터 애플 워치를 필두로 패션 시장과 스마트워치가 협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저작도구가 우리의 주요 사업이 되었는데 이는 마치 워치페이스를 만드는 ‘포토샵’과도 같다. 이를 통해 요즘은 매일 1000여개에 이르는 워치페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MR TIME 앱 다운로드 수는 주당 6~7만여회, 누적 총 120만회에 이른다. 향후 앱 내에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서로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도 추가하고자 한다.
Q4. 워치페이스 외에 다른 사업은?
: 워치페이스 사업을 하다 보니 시계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그래서 2017년 즈음부터 시계줄 사업도 본격화했다. 그런데 시계 산업이 축소되면서 국내에 시계줄을 만드는 업체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는 성수동이나 상봉동 등지의 가죽 공방을 돌아다니며 몇 업체를 섭외해 1년여 정도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2018년 하반기에 첫 제품을 출시했는데 우리의 워치페이스와 잘 어울린다며 반응이 좋았다. 2019년부터는 시계줄에도 MR TIME 브랜드를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Q5. 타사 제품과의 차별점은?
: 우리의 워치페이스와 시계줄은 정말로 잘 어울린다. 디자인은 물론, 생산까지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싸게 팔리는 중국산 제품 중에는 내구력도 부실하고 피부에 알러지 반응을 유발하는 것도 적지 않다. MR TIME 시계줄은 생산 여건이 되지 않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에서 직접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스누피, 매종키츠네, 듀카티, SK텔레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우리와 함께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2015년 삼성전자 기어 S2 출시 당시 진행한 이탈리아의 거장급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그 분과는 이탈리아 유학당시부터 친분이 있었는데 워치 페이스를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주어 놀랐다.
본래 회사 내부적으로 추진하던 계획이었는데 삼성전자 측에서 이를 알고 우리를 찾아왔다. 2015년 IFA쇼에서 기어 S2의 발표와 함께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콜라보레이션이 소개되었는데 이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도 큰 전환점이었다. 스마트워치가 테크(기술)를 넘어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Q6. 향후 계획이 있다면?
: 기술의 전환 주기는 짧지만 디자인의 수명은 영원하다. 우리가 내놓은 워치페이스 중에는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잘 팔리는 것이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스마트워치 플랫폼이 통합된 만큼, 우리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애플 워치도 점차 일부 디자인 요소를 바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9월에서 10월 사이 MR TIME의 애플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워치페이스와 시계줄 부문의 매출이 거의 반반 수준인데 이마트 에이스토어, 프리스비 등에 입점했으며 이달 27일 즈음부터 광화문 교보 핫트랙스에서 2주간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오프라인 비중도 높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콘텐츠와 제품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는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워치페이스와 시계줄을 함께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구독 모델을 구상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버클이나 링, 보호필름 등의 다양한 액세서리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스위스의 시계관련 기업들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확장할 수 있게 파트너십을 맺는 등의 구상도 하고 있다.
Q7. 고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워치페이스를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겠지만 의외로 몇 번씩 사는 분들이 많다. 한 번도 안 산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그만큼 가능성이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의미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끈질기게 버티며 시장을 키웠다. 그러다가 올해 중순에는 처음으로 시리즈 A 투자를 받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스마트워치에 대한 모든 것을 취급하는 세계 제일의 ‘디지털 시계방’이 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