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오늘 하루만 반값 '소셜커머스', 앞으로는?
본 기사는 지난 2015년 9월 23일 게재한 ‘[IT강의실] 오늘 하루만 반값 - 소셜커머스‘를 2021년 현황에 맞춰 수정 및 보완한 기사입니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소비자들은 바빠진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이 일제히 새로운 딜(deal)을 선보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상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에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고민할 시간조차 사치스럽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상품은 매진되고, 한발 늦은 소비자들은 다음 날에 올라올 매력적인 딜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진광풍과도 같은 구매 경쟁이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매일 반복된다.
소셜커머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일정 수 모이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품을 홍보하게 된다. 소셜커머스 사업자는 사업 초기에 요식업, 공연, 미용, 여행 등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소셜커머스 상품으로 판매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소셜커머스의 시작
소셜커머스라는 용어는 2005년 야후(Yahoo!)가 처음 제안했다. 야후는 소셜커머스가 소비자들이 상품에 별점을 매기거나 장바구니(pick lists) 및 관련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쇼핑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개념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SNS가 인기를 끌면서 보다 발전했는데, 소비자들은 칭찬 일색의 홍보성 댓글보다 SNS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의 상품평을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셜커머스는 상품평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과 더불어 주요 SNS와의 연동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그루폰(Groupon)은 소셜커머스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루폰의 설립자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은 구매량이 일정 수 충족되지 않으면 거래가 취소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판매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만일 거래가 취소되면 판매자는 그루폰에 단 1센트의 비용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마침내 그루폰은 입주 건물 1층의 피자가게와 ‘피자 2판을 1판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첫 번째 딜을 성사시켰고, 20여 명의 사람들이 이 상품을 구입했다. 이후 그루폰을 찾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줄을 잇게 되면서 그루폰은 무섭게 성장했다.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전 세계 44개국, 500여 개 도시에 진출했고, 매출액은 매년 수십 배씩 껑충 뛰어올랐다. 2010년에는 구글이 60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에 나섰지만 그루폰이 이를 거절하면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0년부터 소셜커머스 시대가 열렸다. 국내 대표 사업자로는 티몬, 쿠팡, 위메프 등이 그루폰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하나의 딜을 올리되 일정 수에 미치지 않으면 거래가 취소되는 방식을 취했다. 일정 수가 모여야 거래가 성사되는 소셜커머스의 판매방식은 과거 공동구매 사이트들이 사용하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하루에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는 쇼핑몰도 2004년 우트닷컴(Woot.com)이 먼저 사용했다. 원어데이몰(one-a-day mall), 원딜어데이(one-deal-a-day), 반짝세일(flash sale) 등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국내에서도 일찍이 인기를 끈 바 있다. 사실 상당수의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기존의 원어데이몰 업체들이 소셜커머스로 이름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의 공동구매 사이트와 원어데이몰이 공산품을 주로 판매했다면,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야 하는 음식점, 공연 등의 서비스 상품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서비스 상품은 공산품과 달리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품질을 가늠할 수 없고, 매장 분위기나 친절도와 같은 부수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를 통해 발생하는 입소문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소셜커머스를 ‘소셜’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다.
소셜커머스, 남는 장사인가
소셜커머스에 올라오는 딜을 보면 30%에서 많게는 90%까지 할인을 한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은 박리다매로 이익을 얻긴 하지만, 수용인원이 제한적인 대부분의 영세업소는 밑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소셜커머스 업체에 떼어주어 생기는 손실은 판매자가 떠안는다. 말 그대로 팔면 팔수록 손해다.
그런데도 소셜커머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입소문 때문이다. 영세업소들은 전단지를 제외하고는 딱히 홍보 수단이 없다. 하지만 전단지의 홍보 효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전단지를 제작할 비용으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마찰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마사지 10회 이용권을 구입한 소비자는 업소를 방문할 때마다 더 비싼 서비스를 결제할 것을 권유받는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다른 서비스를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판매에 나선다. 이 과정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중에는 마사지 10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소셜커머스의 변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셜커머스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는 공동구매 제품을 직접 선별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저렴한 제품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종류도 한정적이다. 공동구매는 구매확정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한, 산업연구원(KIET)이 2015년에 발간한 ‘소셜커머스, 성장과 명암’ 보고서는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지난 2010~14년 연평균 360%씩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에선 오히려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했으며, 물류 및 배송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오픈마켓 대비 소셜커머스는 관리 비용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나타나면서 소셜커머스 사업자는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최근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사업자는 오픈마켓, 직매입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오픈마켓은 온라인상에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가 개설한 점포를 통해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뜻한다. 소셜커머스는 중간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소셜커머스 사업자가 아니라 판매자가 재고현황이나 배송일정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어렵다.
쿠팡의 성장 비결인 직매입은 소셜커머스 사업자가 유통되는 상품을 매입해서 물류센터에 재고를 구비한 뒤, 이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직매입을 통해서 소셜커머스 사업자가 배송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쿠팡의 당일·익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도 등장할 수 있었다. 시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배송서비스는 새벽배송에서 당일배송뿐 아니라 분 단위 배송에까지 이르게 됐다.
더욱 치열해질 경쟁
이젠 ‘쇼핑’ 서비스만 제공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는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기만 하는 ‘오픈마켓’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소셜커머스 경쟁에선 할인·적립 등 기존 멤버십 혜택뿐 아니라 동영상·웹툰 등의 콘텐츠 혜택도 소비자 지갑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규모 1·2위를 다투는 쿠팡과 네이버 등이 킬러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은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첫 시작은 2019년 5월에 시작한 음식 배달업인 쿠팡이츠다. 쿠팡이츠는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전략으로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쿠팡은 2020년 12월부터는 넷플릭스처럼 온라인상에서 영화, TV시리즈 등의 영상 콘텐츠를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는 OTT (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 서비스 ‘쿠팡플레이’도 런칭했다. 한 달 이용료 2,900원인 쿠팡 와우 멤버십(로켓와우) 회원이라면 추가 결제 없이 쿠팡플레이를 시청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 구독형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처음 선보인 이후로, 멤버십 회원을 위한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월 4,900원을 지불하면 쇼핑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로 적립 받을 수 있고 웹툰·웹소설·영화·음원·클라우드 등의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생태계를 확장해 더 많은 고객을 포섭하기 위해서, 멤버십 혜택에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 (tving)이용권도 추가했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다. 바로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인 라이브커머스(Livecommerce)다. 라이브커머스는 오픈마켓과 마찬가지로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통로이며, 소셜커머스처럼 접근성이 높다. 판매자는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실시간으로 판매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가 다양한 질문을 하면서 판매자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정착되고 있다.
네이버는 대표 뷰티 신상품 론칭쇼 '김해나의 클로즈업 뷰티', SME(중소상공인)의 상품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서경환의 99특가쑈' 등 카테고리에 적합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기획·운영하면서, SME 기반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라이브커머스 툴'을 제공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툴'을 통해서 오프라인 판매자는 실시간 라이브 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과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다. 또한, 라이브쇼핑 전용 교육 페이지를 열어, SME를 위한 라이브커머스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은 차별화에 힘써야 한다. 좋은 상품과 파격적인 할인가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플랫폼에 머물게 할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어야만 소비자가 플랫폼 생태계를 떠날 수 없도록 잡는 ‘락인(lock-in)’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