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마우스 대신 떠오른 노트북 입력장치 - 터치패드 (Touchpad)
본 기사는 지난 2011년 6월 14일 게재한 ‘마우스를 대신하는 노트북용 포인팅 장치 - 터치패드 (Touchpad)‘를 2021년 현황에 맞춰 수정 및 보완한 기사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문자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작업을 하는 도스(Dos) 운영체제 기반의 PC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키보드만으로도 PC 사용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그래픽으로 표시되는 창과 메뉴를 직접 클릭하며 작업하는 윈도(Windows) 운영체제 기반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키보드와 더불어 마우스도 PC의 표준 입력기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입력 체계의 변화는 데스크톱뿐 아니라 노트북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휴대성이 강조되는 노트북의 경우에는 마우스를 따로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노트북에는 마우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본체 일체형의 포인팅(Pointing: 위치지정) 장치가 필요했다.
초창기의 노트북용 포인팅 장치 중에는 막대를 기울여 조작하는 조이스틱, 구슬을 직접 굴려 커서를 움직이는 트랙볼 등이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작게 설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리고 마우스에 비해 섬세한 조작이 힘든데다가 장치 자체에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고장의 우려도 컸다. 이러한 조이스틱이나 트랙볼의 단점 때문에 노트북 사용자들은 번거롭더라도 마우스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공간 활용성 높은 포인팅 장치, 터치패드의 등장
그러던 1994년, 미국 애플 사는 자사의 새로운 노트북인 ‘파워북 520 / 540’을 출시하면서 ‘터치패드(Touchpad)’라는 새로운 포인팅 장치를 달았다. 터치패드의 원리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의 조지 저파이드(George Gerpheide)로, 1992년에 미국 특허를 출원, 1994년에 이를 승인받았다. 터치패드는 노트북의 팜레스트(키보드 하단의 공간)에 위치한 직사각형의 판으로, 표면에 센서를 내장하고 있다. 터치패드에 손가락이 닿으면 그 부분의 센서가 전기용량 변화를 감지하여 이를 PC로 전달하고, 지정된 위치로 마우스 커서가 옮겨진다. 터치패드의 하단에 클릭 버튼이 있다면, 이를 누르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터치패드는 조이스틱이나 트랙볼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저렴하고 고장의 우려가 적다. 또한, 부피 면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소형화하는 데도 유리하다. 게다가 전기용량의 미묘한 변화를 이용해 커서를 움직이므로 마우스 포인트를 상당히 섬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애플은 파워북 520 / 540 이후에 나온 모든 노트북에 터치패드를 기본 장착하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HP, 컴팩, 델 등의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도 터치패드를 본격적으로 채용하게 되었다. 애플을 포함한 몇몇 제조사는 터치패드를 트랙패드라고 부른다. 이는 ‘터치패드’라는 이름이 터치패드 전문 제조사 ‘시냅틱스’의 상표이기 때문이다. 대표제품이 너무 유명해서 사실상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군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굳어져 버린 경우다.
터치패드의 응용 기능
터치패드는 기본적으로는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데 사용하지만 기술이 개발되면서 응용 기능이 하나둘 추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터치패드 표면을 톡톡 건드리면 마우스 클릭(혹은 더블클릭)을 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터치패드의 가장자리 부분(흔히 오른쪽 끝)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마우스의 휠처럼 문서를 스크롤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초창기의 터치패드는 한 번에 1개의 손가락만 감지할 수 있었으나, 이후 2개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감지하는 멀티 터치(Multi touch)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멀티 터치 기능이 있는 터치패드는 2개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대고 문서의 스크롤, 그림이나 글자의 확대나 축소, 또는 회전을 시키는 등의 특수한 조작이 가능하다.
애플 맥북의 트랙패드도 다양한 응용 기능을 제공한다. 터치 강도를 지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포스터치 (Force Touch)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포스터치 트랙패드는 사용자가 힘껏 누르면 강하게 반응하고, 살짝 누르면 약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누르는 강도에 따라서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 동영상 빨리 감기를 할 때, 포스터치 트랙패드를 살살 누르면 2배속 4배속으로 동영상을 감고, 세게 누르면 8배속 16배속으로 동영상을 감는 것처럼 말이다.
터치패드를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일부 노트북 중에는 터치패드와 클릭 버튼이 일체화된 제품도 있다. 이때는 클릭 버튼의 표면도 터치패드의 역할을 하므로 터치패드와 클릭 버튼이 분리된 경우에 비해 넓게 터치패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클릭 버튼의 표면을 만져도 마우스 커서가 이동하기 때문에 커서 이동과 버튼 클릭을 같이 하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거나 클릭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사용자가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여 익숙해짐으로써 극복하거나, 터치패드 기능을 끄고 사용하면 된다.
터치패드는 대부분 키보드 하단 부분인 팜레스트에 있다. 때문에 키보드 타이핑을 할 때 손목 부분이 터치패드에 닿아 마우스 커서가 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역시 사용 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터치패드를 팜레스트가 아닌 키보드 오른쪽에 위치시킨 제품도 있다. 마우스가 오른쪽에 있는 상황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다. 몇몇 노트북의 경우엔 별도의 마우스를 꽂아서 노트북을 이용할 때는 자동으로 터치패드의 기능을 끄는 옵션을 제공해 사용자의 불편을 덜어주기도 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터치패드는 표면의 전기용량 변화를 감지하여 작동하기 때문에 신체의 일부나 금속 같은 도체 물질이 닿아야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 혹은 나무나 플라스틱 막대와 같은 부도체 물질로는 이용할 수 없다.
터치패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은 대부분 터치패드를 갖추고 있으나, 터치패드 대신 중간에 포인팅스틱(Pointing stick)을 탑재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포인팅스틱은 초창기 노트북에 쓰인 조이스틱과 유사하지만 크기가 매우 작고 기울인 각도에 따라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는 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터치패드로는 불편한 드래그나 범위 선택 등의 커서 조작을 쉽게 수행할 수 있어, 문서작성이나 웹서핑을 편하게 할 수 있다.
포인팅스틱은 팜레스트 부분의 면적이 적은 초소형 노트북, 혹은 레노버(Lenovo, 2004년 이전의 IBM PC 사업 부문)사의 ‘씽크패드’ 노트북에 주로 있다. 최근엔 포인팅스틱과 터치패드를 같이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 이럴 땐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터치패드의 변화
터치패드에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를 탑재함으로써, 터치 기능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스크린패드(SCREENPAD)'라고 한다. 스크린패드를 통해서 터치패드에 다른 창을 열어, 이를 듀얼 모니터처럼 활용할 수 있다. 터치패드의 화면은 보조 모니터로 인식되므로, 작업 중에 창을 아래로 드래그하면 해당 창이 그대로 패드에 나타난다. 문서 작성 시 참고할 자료를 아래 화면에 열어놓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혹은, 터치패드를 숫자 키패드로 사용하거나, 손글씨를 인식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등의 다양한 앱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터치패드를 화면으로 사용할 경우 마우스 기능을 사용하기는 조금 번거롭다. 이때는 스크린패드에 표시되는 대상을 직접 터치해서 실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작업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마우스를 따로 연결해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정리·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