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 모든 고객은 CRM(고객 관계 관리)으로 통한다, 세일즈포스
[IT동아 남시현 기자] 고객 관계 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이하 CRM), 기업이 소비자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모든 경영 활동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의 목표, 신규고객 창출을 위한 판매, 고객 유지를 위한 서비스 같은 경영 방침이 CRM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고객 관계 관리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도구(소프트웨어) 자체를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CRM이 기업 경영에 등장한 건 1970년대부터지만, 지금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의 CRM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게 된 시점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확산한 1990년대 말부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기업이 전산화됐고, 이를 토대로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개별 마케팅과 개인 특성을 고려한 1:1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고객 정보 관리, 전사적 차원 관리 등 과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고차원적인 고객 관리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 CRM 도입은 혁신에 가까웠으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 모든 기업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았다.
영업과 고객 관계 관리의 마술사, 세일즈포스
오늘날 CRM은 고객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모든 체계다. 하지만 경영학과 마찬가지로 업종마다 활용 방안이 다르고, 동종 기업일지라도 적용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CRM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내외 대표 사례를 보자. 코카콜라는 하루 19억 개의 음료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2017년 이전까지는 국가와 지역별로 유통 기업이 모두 따로 활동해 영업과 서비스, 지역별로 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2017년에는 5년 이내 디지털 전환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세일즈포스의 CRM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그 결과, 영업과 서비스 부서 간의 고객 정보가 공유돼 고객만족도가 향상됐고, 현장 담당자들은 실시간으로 상품이나 운송 정보를 받아 더 빠르게 업무를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과정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전산화되며, 생산성이 약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들 역시 CRM 도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초기 계약 관리부터 입주 이후 AS까지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는 ‘아이파크 통합 고객 관리 플랫폼’을 통해 대면 접수 처리 시간을 약 75% 단축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딩 기업인 한경기획은 모든 전국 가맹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경영 환경을 구축해 과학적인 의사결정과 매장관리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코카콜라와 HDC현대산업개발, 한경기획 모두 분야가 다르지만, 핵심을 관통하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한 다음 CRM을 적용했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세 기업 모두 ‘세일즈포스’ 기반의 CRM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세일즈포스는 1999년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가 창업한 클라우드 기반의 CRM, 영업 관리, 마케팅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서비스를 시작한 최초의 기업이다.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는 애플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해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며, 오라클에서 13년을 근무하며 최연소 부사장을 지냈다. 서비스 가입 및 이용 하나로 세일즈포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도입, 모든 서비스를 API 형태로 공개해 각 기업들이 자사 ERP에 세일즈포스의 CRM을 도입할 수 있게 한 전략,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 3년이나 빠르게 등장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마켓 ‘앱 익스체인지’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세일즈포스는 매번 시대를 앞서가는 마크 베니오프의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포천 100대 기업 중 96%, 500대 기업의 87%가 세일즈포스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CRM 업계에서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세일즈포스의 전략, 그리고 주목할만한 서비스는?
세일즈포스의 전략과 방향을 살펴보자. 올해 4월, 세일즈포스는 언제 어디에서든 협업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3.0 시대가 도래했다고 공언했다. 클라우드 3.0은 지난 20년간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브라우저로 제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클라우드 1.0, 휴대폰과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소프트웨어 세계를 재정의한 클라우드 2.0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준이다.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3.0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CRM이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인 ‘하이퍼포스’를 준비하고, 슬랙(Slack)과 줌(Zoom)을 서비스에 통합함으로써 디지털 기반의 협업 환경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제품군은 커스터머 360으로 통칭한다. 모든 비즈니스 활동의 중심에 고객을 두고 고객에 대한 360도 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주력 제품군으로는 세일즈 클라우드, 마케팅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커머스 클라우드 등이 있으며, 코딩 없이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도 앱 개발을 지원하는 로우코드 플랫폼 또한 제공하고 있다.
커스터머 360은 B2C 및 B2B 고객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세대 고객 데이터 관리 플랫폼으로, 데이터 통합 능력과 고객의 정보제공 동의 관리, 목표 고객 세분화 및 최적 전략 수립, 인공지능 기반의 고객 접점 확대 및 고객 응대를 통해 효율적인 고객 응대를 돕는다.
세일즈 클라우드는 비대면 영업 환경에서도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과학적인 영업 활동을 돕는 플랫폼이다. 세일즈 클라우드에 포함된 ‘세일즈포스 미팅’은 미팅 중 고객 및 팀원의 영업 내역, 프로필, 과거 미팅 내역 등을 곧바로 제공하고, ‘아인슈타인 컨버세이션 인사이트’는 화상 회의 중 언급되는 제품명, 경쟁사, 시장 현황 등을 키워드로 분석해 요약을 제공하는 등의 기능이 포함돼있다.
마케팅 클라우드는 개인 맞춤형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 및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참여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를 끌어내는 서비스다. 데이터 통합 뷰를 통해 구성원과의 협업이나 마케팅의 ROI(투자수익률), 영업 체계화 등의 과학적인 마케팅을 돕는다. 아울러 서비스 클라우드는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하는 고객 데이터를 중앙 집중하고, 재택·현장 담당자들이 신속하게 고객과의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비스 클라우드 보이스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스크립트를 작성해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워크포스 인게이지먼트는 고객 문의량을 예측해 최적의 인적 자원을 배치 및 활용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세일즈포스를 통한 CRM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세일즈포스가 공개한 세일즈 클라우드 도입 기업의 영업 생산성은 35%, 매출은 37%나 상승했고, 마케팅 클라우드는 캠페인 실행력을 27% 증가시키는 등 관심 있는 고객군(리드, Lead)은 27%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서비스 클라우드 역시 고객만족도와 중개 생산성, 사건 해결 속도와 고객 유지가 모두 27~34%까지 증가했다. 실적으로 드러나는 세일즈포스의 효과 덕분에 세일즈포스는 전 세계 CRM 시장 점유율 19.8%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CRM 넘어 디지털 시대의 구심점 노린다
세일즈포스의 다음 목표는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 구심점 역할이다. 그랜드뷰리서치가 발간한 CRM 시장 규모에 따르면, 전 세계 CRM 시장 규모는 2020년 437억 달러(한화 50조 2천억 원)에 달하며, 2021년부터 28년까지 매년 10.6%의 CAGR(연간 복합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클라우드를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확산과 비대면 시장 성장에 힘입어 2025년에는 1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전망이다. 세계 1위 CRM 기업인 세일즈포스 입장에서는 커지는 시장 규모에 걸맞은 역량을 확보해야 할 시기인 셈이다.
지난 7월 22일, 세일즈포스가 글로벌 1위 협업 툴 기업인 슬랙(Slack) 인수를 끝낸 것도 역량 확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돼있다. 슬랙은 포천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활용하고 있는 협업 툴인데, 세일즈포스의 솔루션과 결합해 고객사가 영업, 마케팅, 서비스, 전자상거래, 앱 개발 등 업무에 필요한 활동을 더욱 생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슬랙 인수를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직원의 성공을 실현할 수 있는 ‘디지털 본부(Digital HQ)’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 근로자들이 더 이상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반대로 비대면으로 인해 소홀해질 수 있는 고객에 대한 관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세일즈포스 역시 코로나 19 이후 기업 및 공공 부문 리더들이 직면한 조직 구성원 재교육,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워크닷컴’과 고객경험 향상에 초점을 맞춘 원격 근무 지원 솔루션 ‘세일즈포스 애니웨어’ 등을 공개하며 코로나 19에서 시장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해왔다. 코로나 19에서 다시금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이 온다면, 세일즈포스의 CRM 역량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성장해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