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김보영 심바이오틱 대표 “압도적 성능의 로봇으로 농촌 미래 바꿀 것”

[IT동아 차주경 기자] 두 발로 걷는 로봇과 스스로 움직이는 트랙터가 논밭을 누비며 농작물을 심고 거둔다. 진흙에 발이 푹푹 빠지는 논도, 높낮이가 제각각인 산 속 밭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강원도에서 실증 실험을 마치고 실용 단계에 다다른 로봇들이 활약하는, 곧 우리 농촌의 현실이 될 장면이다. 김보영 대표가 이끄는 로봇 기업, 농업회사법인 심바이오틱이 10년 전부터 그려온 청사진이다.

김보영 심바이오틱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임직원들. 출처 = 심바이오틱
김보영 심바이오틱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임직원들. 출처 =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는 로봇이 우리나라 농촌, 농림업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 로봇은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한다. 생산성이 높고 어떤 곳 어떤 날씨에서든 일한다. 노령화 단계를 넘어 인구 소멸 단계에 접어든 농촌에 활력과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기술로 알맞다. 실제 심바이오틱의 목표는 ‘당신을 위한 농업 기술’이다. 농민이 로봇을 써 부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김보영 대표는 한국 농업 현실에 맞는 로봇을 연구하려 강원도에 둥지를 틀었다. 직접 논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궁리하고 체득했다. 이 노하우를 접목해 농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로봇을 연구개발하는데 애썼다.

험난한 여정이었다. 최고기술책임자인 남편과 단 둘이서만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다. 턱없이 부족한 개발 자금은 농사를 지어 농작물을 팔고 부업도 두세개씩 해서 충당했다. 고된 나날이었지만, 정작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심바이오틱이 만든 로봇 프로토타이핑. 출처 = 심바이오틱
심바이오틱이 만든 로봇 프로토타이핑. 출처 =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는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자금 마련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말한다. 청년 엔지니어 두명이 세운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의 총아이자 대기업도 만들지 못하는 로봇을 만든다니, 믿을 수 없다는 의심의 눈길이 쏟아졌다. 투자사의 시선도 냉담했다. 짧은 시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에 연구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로봇은 외면했다. 더군다나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을 보는 투자 업계의 시선은 더욱 차가웠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성공하는데 모험이 필요한 스타트업보다는 안정된 대기업 위주로 흘렀다.

하지만, 덩치 큰 골리앗은 결국 돌팔매를 가진 다윗에게 쓰러졌다. 김보영 대표는 스타트업이라 해도 기술과 의지가 있다면, 대기업을 제치고 로봇 사업을 훌륭히 해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10여년을 바쁘게 보냈다. 꾸준히 성과를 만들었다.

심바이오틱만의 로봇 특허를 속속 출원했다. 한국 대기업은 물론 외국의 내로라하는 농기계 기업조차 갖지 못한 특허를 여러개 개발했다. 강원경제진흥원 산하기관인 지식재산센터가 이 특허의 독보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중요한 기술을 국가가 보호하려 만든 제도인 국가정보원 기술보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심바이오틱의 기술을 다방면으로 보호받게 됐다.

연구중인 심바이오틱 직원. 출처 = 심바이오틱
연구중인 심바이오틱 직원. 출처 =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가 가장 우려하던 것, 기술과 제품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던 이유가 카피캣(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 때문이었다. 이중삼중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국가정보원의 보호를 업은 지금이 기술과 제품을 공개할 때라고 생각했다.

심바이오틱은 이내 시범 농장에서의 로봇 필드 테스트에 다다랐다. 자신 있었다. 농업을 겉핥기로만 체험한채 기술과 제품을 대충 만들어 팔던 기업과 달리, 김보영 대표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어떤 기술과 제품이 필요한지 체득했다. 농지에서 거듭 실험과 실험을 거쳤다.

애써 만든 로봇을 테스트하느라 수천번씩 부수고 고치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애정을 담아 만든 로봇이다. 부딪히고 부서지면 마음이 아플 법도 하지만, 로봇의 완성도를 높이고 성능을 개량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테스트를 거듭했다.

김보영 대표는 로봇 개발과 설계, 조립, 실험 등 모든 역사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이 동영상을 보며 의지를 다진다는 그녀는 로봇을 상품화한 이후 ‘심바이오틱의 역사’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 이 동영상을 공개할 생각도 있다고 한다.

심바이오틱이 선보일 무인 AI 트랙터 도면 일부. 출처 = 심바이오틱
심바이오틱이 선보일 무인 AI 트랙터 도면 일부. 출처 = 심바이오틱

이렇게 심바이오틱의 로봇 다섯종류가 탄생했다. ‘무인 인공지능(AI) 트랙터’는 기존 트랙터와 달리 바퀴가 아닌 트랙을 장착했다. 험지가 대부분인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덕분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고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심바이오틱이 자랑스레 여기는 안정화 시스템이 더해진다. 일반 트랙터는 15º 경사를 오르지만, 심바이오틱의 무인 AI 트랙터는 이보다 훨씬 가파른 급경사를 오른다. 뿐만 아니라 50cm 높이 턱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AI 트랙터는 인건비를 줄여주고, 만에 하나 넘어지거나 뒤집어졌을 때 인명 피해도 줄인다.

‘AI 운반차’는 내장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사람을 따라다니는 협업 로봇이다. 농작물을 일정량 거두면 스스로 창고로 이동해 보관까지 하는 똑똑한 로봇이다. 김보영 대표는 AI 운반차에 적용한 기술을 응용하면 식당 서빙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용 운반 로봇으로도 활약한다고 귀뜸했다.

심바이오틱이 선보일 로봇 도면 일부. 출처 = 심바이오틱
심바이오틱이 선보일 로봇 도면 일부. 출처 = 심바이오틱

‘연무형 드론’도 돋보인다. 4KW 대용량 배터리와 20ℓ 대용량 농약통 두개를 탑재해 기존 농약 살포 드론보다 훨씬 오랜 시간 작업한다. 농약 살포 시 농작물의 잎을 뒤집어, 그 뒤에 숨은 해충을 효과적으로 박멸하는 특허 기술도 적용된다.

‘보행형 로봇’은 용도나 활동 공간에 따라 팔다리, 배터리 등 부품을 더하고 빼는 모듈 교체형으로 설계된다. 강원중소벤처진흥공단 연구 과제로 선정돼 개발 중인 보행형 로봇은 11월 30일 시제품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마트팜’도 연구개발한다. 강원도 평창 연구 과제로 진행하는 심바이오틱의 스마트팜은 기존과 다르다. 산비탈처럼 농사 짓기 힘든 땅, 버려진 농경지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기 시설 대신 태양열 발전을 쓰고 주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한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스마트팜, 그러면서도 설치 비용은 기존의 1/8 수준으로 저렴한 스마트팜이다.

심바이오틱의 로봇들은 10월 이후 차차 상품화된다. 농기계 구입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도 선정돼 구입 부담도 줄었다.

심바이오틱 연구실에서 만들어지는 로봇. / 출처 = 심바이오틱
심바이오틱 연구실에서 만들어지는 로봇. / 출처 = 심바이오틱

10여년 전 귀농해 로봇을 만들어온 김보영 대표의 행보, 그녀가 만들어 현장에 투입한 시험용 로봇을 본 강원 지역 농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이 왜 농촌에 와서 고생하냐며 안타까워하던 농부들이, 심바이오틱 로봇을 보고 나서는 언제 제품을 쓸 수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지역 농가가 농업 특화 로봇 제작을 의뢰하는 일도 잦아져 심바이오틱은 최근 공장을 확장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심바이오틱의 로봇 기술은 생산 단계에 다다랐다. 이번에도 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기술 구현과 실증을 마쳤지만, 정작 로봇을 대량 생산할 자금이 모자라다. 그럼에도 김보영 대표의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기술을 가지고 증명하면 일이 자연스레 풀릴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농업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문제를 해결할 로봇을 만들었다. 농부들이 다치는 것을 막고 생산성은 높일 로봇이다.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 정보통신기술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 농부들도 심바이오틱 로봇의 성능과 효용을 인정했다. 농업 혁명을 이룰 길을 천천히, 진중히 밟으면 인정 받는다는 것을 지난 10년간의 경험으로 아는 덕분이다.

김보영 대표는 인터뷰 내내 농부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보람 있던 일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심바이오틱의 로봇을 보고 ‘소나 트랙터가 하던 일을 이렇게 로봇이 대신 해주니, 나는 90세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며 함박웃음을 짓던 농부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그 순간 그에게 농부의 사명감을 이어받은 그녀는 심바이오틱을 농부에게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심바이오틱 연구실 내부. 출처 = 심바이오틱
심바이오틱 연구실 내부. 출처 =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는 여러 정부 기관과 논의해 곧 실용화될 심바이오틱의 로봇 보급 방안을 꾸린다. 농업중앙회 미래농업진흥센터,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과 논의해 농촌을 도울 기술 과제를 수행한다. 기술 인증을 취득해 농기구 보조금 규모도 늘린다.

장은 오래 묵힐수록 좋은 맛을 낸다고 한다. 심바이오틱도 그렇다. 지난 10년은 농촌에 필요한 기술과 로봇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현실로 이끌 연구개발에 매진한 시간이었다. 그 결실이 2021년 하반기 피어난다. 사세가 커지는 만큼, 2022년에는 제품을 만들 30여명의 테크니션도 모집한다.

김보영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농가는 수입 농기계를 사서 썼다. 가격과 유지보수 부담이 컸고, 무엇보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농기계가 많아 효율도 떨어뜨렸다. 심바이오틱은 한국 농가에 알맞은, 유용한 로봇을 공급해 농업을 살찌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 농기계 시장에 진출해 긍정 효과를 일으키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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