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전기차계의 F1 레이싱, 포뮬러 E(Fomula E)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모터스포츠의 꽃, 포뮬러 레이싱
모터스포츠는 경기장, 경주차, 경기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경기는 수백가지가 넘는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포뮬러가 아닐까 싶습니다. 포뮬러는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규정한 기준의 경주용 자동차를 이용한 레이싱을 말하는데요. 포뮬러도 ‘포뮬러1’, ‘포뮬러2’, ‘포뮬러3’ 등 경기 지역, 자동차 성능 등에 따라 분류합니다.
이 중 1950년부터 시작한 포뮬러1(F1)은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경기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모터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F1에 참가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매년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엄청나게 투자하며 기술을 개발하는데요. 엔진 개발에만 4억 원 이상을, 다른 부품까지 포함하면 수억 원을 투자합니다. F1은 첨단 기술을 집대성한 자동차(머신, Machine) 경주를 보면서 열광하는, 그야말로 모터스포츠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F1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는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이에 따라 최대속력 350km로 달리는 머신들이 내뱉는 엄청난 소음과 온실가스 배출 등을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자동차 패러다임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넘어가고 있죠. 때문에 F1 머신 연진 개발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아시아의 자동차 제조업체 중 많이 우승한 혼다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F1 엔진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그래서 일까요. 국제자동차연맹은 이러한 친환경화 흐름에 발맞춰 2014년부터 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하기에 이릅니다.
전기차로 자동차 레이싱하는 거네요. 기존 경기와 같은 방식으로 자동차만 바뀐 건가요?
F1과 포뮬러E 차이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동력원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F1은 주행시 발생하는 굉음 때문에 도심이 아닌 별도 서킷에서 대회를 진행하거든요. 하지만, 포뮬러E는 상대적으로 소음과 공해가 적습니다. 즉, 도심에서도 경기할 수 있죠. 그래서 뉴욕, 로마, 런던,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경기합니다. 게다가 F1에는 없는 직각이나 유턴 코너도 있어 색다른 코너링을 볼 수 있죠.
포뮬러E는 F1과 달리 머신에 제한을 둔다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포뮬러E에 사용하는 경주차는 국제자동차연맹에서 디자인한 ‘Gen2 EVO’ 모델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해당 차량 성능은 최대 출력 250kW, 최고 속도 280km/h, 제로백 2.8초입니다.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국제자동차연맹에서 정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구요. 그러다보니 포뮬러E는 자동차 성능이 비슷해 드라이버 운전 실력이 중요합니다.
2014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도 안됐네요. F1만큼 인기를 끌고 있나요?
포뮬러E 시작 전, 전망은 비관적이었습니다. ‘레이싱 관람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엔진 소리가 작다’, ‘드라이버를 육성하기 어렵다’, ‘스폰서 업체를 구하기 힘들 것이다’ 등 반대 주장이 많았죠. 그런데 막상 대회를 시작하니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엔진 소리를 키워 경기 재미를 더했고, 전직 F1 드라이버들이 포뮬러E에 참가하면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거든요. 게다가 F1에서 하위원을 전전하던 드라이버들이 포뮬러E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기존 F1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말하자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드라이버를 볼 수 있다는, 흥분이라고나 할까요.
포뮬러E는 F1과 비교했을 때, 연구 개발 비용이 굉장히 적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연구한 결과를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어요. 재규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등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니오 같은 전기차 업체가 참가하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포뮬러 E 대회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시즌 단위로 열리는데, 보통 11월 시작해 다음 해 7월까지 진행하는 12~14개의 ‘E-Prix(Electric + Grand Prix)’로 진행합니다. 현재 12팀이 참가하며, 각각 2명의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12~14개의 E-Prix에서 순위별로 점수를 부여해 시즌이 끝난 후 가장 점수가 높은 드라이버에게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수여합니다. 팀 챔피언십은 드라이버 2명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팀에게 수여하죠.
대회는 셰이크다운(shakedown), 연습주행, 예선, 본선으로 나뉩니다. 기존 F1과는 많이 다른데요. F1은 정해진 만큼 트랙을 돌아야합니다. 하지만, 포뮬러E는 경주를 시작한 뒤 45분이 지난 시점에 1위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그 때부터 마지막 한 바퀴를 통해 승부를 나눕니다.
포뮬러E의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는 출력 제한과 추가 부스트입니다. 연습주행과 예선 때는 최대 출력 250kW를 사용할 수 있지만, 본선 경주 중에는 최대 200kW로 제한하는데요. 추가 부스트를 사용하면 최대 출력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포뮬러E에는 두 종류의 추가 부스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어택 모드(Attack Mode)로 모든 드라이버가 사용할 수 있는 부스트인데요. 트랙을 3바퀴 돈 이후부터 발동 구간을 통과하면, 일정 시간 35kW의 추가 출력을 얻습니다. 하지만, 부스트를 얻을 수 있는 발동 구간 위치가 재미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돌 수 있는 라인, 그러니까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 있어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발동 구간 위치는 매 경기마다 다르고, 경기 직전 공개해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죠.
두번째는 팬 부스트(Fan Boost)입니다.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경기 전 팬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인기투표 보상’이죠. 득표수 상위 드라이버 5명에게 경기 시작 22분 후부터 단 한번 5초간 부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중요한 순간 팬 부스트를 이용해 역전하는, 짜릿한 모습을 연출하죠.
기존 F1은 국내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잖아요. 포뮬러E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있나요?
포뮬러E는 지정된 자동차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품도 지정되어 있죠. 타이어 얘기를 잠깐 할께요. 포뮬러E 초기에는 미쉐린 타이어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7월, 한국타이어가 3세대 경주차를 도입하는 2022/23 시즌부터 타이어 공식 업체로 선정됐습니다. 독점으로 말이죠.
그리고 2022/2023 시즌은 한국에서도 포뮬러E 경기가 열립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2/23 시즌이 아닌 2019/20 시즌 5월에 열렸어야 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연기한거죠. 오는 2022년 8월 13부터 14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경기 이후에는 한국에서도 주기적으로 포뮬러E 대회를 진행한다네요.
포뮬러E가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대회 직전 우려와는 달리 포뮬러E는 전기차 레이싱계의 F1으로 잘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원조 F1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하죠.
몇 가지 단점을 지적합니다. 포뮬러E의 최고 속도는 280km/h 제한합니다. F1과 차이가 심하죠. F1 하위 대회인 F2, F3보다도 느린 속도입니다. 때문에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내연기관차의 엔진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소리도 듣기 좋지 않다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팬 부스트가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답니다. 레이싱의 본질을 벗어난 인기투표, 불공정 등으로 평가한다는거죠.
반대로 장점도 분명합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 F1 대비 적은 예산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대회를 거듭할수록 기술 발전을 적용하고(배터리 성능 진화 등) 있다는 점, 가용 예산을 상향하고 있다는 점 등이죠.
원조 F1 보다 느린 속도가 문제다? 제한하고 있는 최고 속도를 풀 수도 있습니다. 즉, 앞으로도 포뮬러E는 주목 받을 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에서도 직접 관람할 수 있을텐데요. 여러 말 할 것 없이, 직접 관람하면서 재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