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경진도 이제는 메타버스로··· 가상현실에 푹 빠진 대학가
[IT동아 남시현 기자] MZ세대에게 메타버스(Metaverse)는 그다지 낯선 개념이 아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적 측면이 현실과 비현실이 모두 연결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로 구현됨을 뜻한다. 처음 접한다면 이해가 어려운 개념임에도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익숙한 이유는 MZ세대가 인터넷 네트워크의 보급과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게임 시장이 성장한 것도 메타버스의 이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많은 게임이 특정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형태고, MZ세대는 이를 일상처럼 즐겨왔다. MZ세대가 메타버스에 빠르게 적응하는 이유다. 특히나 MZ세대가 앞으로 사회의 중추가 될 세대인 점, 그리고 코로나 19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 맞물려 메타버스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학가에서는 대화와 소통이 기반인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간에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참신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 대학 축제부터 온라인 강의까지 메타버스가 접목된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현실적 측면까지도 메타버스로 풀어나가고 있다. 경남대, 군산대, 동국대, 동명대, 연세대, 충북대, 한국산업기술대 7개 대학으로 구성된 초광역권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단의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전국 대학생들, ‘메타버스’에서 창업 아이디어 나눈다.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은 교육부(장관 유은혜)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이 주최하고, 동국대학교(총장 윤성이) LINC+ 사업단·창업원이 총괄 주관을 맡았다. 여기에 동국대학교를 포함한 전국 각지의 7개 대학으로 구성된 초광역권 LINC+사업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LINC+는 교육부 주도로 현재 전국 5대 권역, 11개 대학씩 총 5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산학협력 고도화 사업이며, 이번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은 신규 창업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산업화 지원과 창업혁신성장 플랫폼 발굴, 초광역권 LINC+사업단 상호 교류를 통한 산학협력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국내 최초로 전국 규모의 대학창업 경진 대회에 메타버스를 도입한 LINC+사업단의 황승훈 부단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황승훈 부단장은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며, LINC+사업단 부단장과 산학협력단 국책사업부단장을 겸하고 있다.
황 부단장에게 ‘메타버스’가 도입되고 있는 현재의 대학가 상황을 먼저 물어봤다. 그는 “코로나 19 이후 대학가에서는 사이버 강의나 화상회의 등을 활용한 비대면 수업이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다. 다행히도 MZ 세대의 디지털 적응력이 뛰어나서 가상현실을 통한 소통과 지식 전달이 빠른 진척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현재 대학 교육의 방향성은 공유와 협업이 키워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비대면 교육을 뛰어넘는 소통 방식이 요구되고, 그 시도로 등장한 게 메타버스”라고 말했다.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 역시 1년 이상 이어진 비대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가 계기였다. 지난 2월 19일, 동국대학교 LINC+사업단은 캠퍼스 리빙랩(대학 간 지역 사회 협업 활동)과 창업포럼을 개최하고, 권역별 7개 대학과 함께 ‘창업교육의 초광역 발전을 위한 권역간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황 부단장은 “당시 교육의 소통과 공유의 중요성에 공감한 7개 대학이 지역 간 경계와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협의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진행된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이라고 설명했다.
7월 8일 진행된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에서는 7개 대학에서 사전 선발된 학생예비창업팀 총 14개 팀이 가상 공간에서 직접 창업을 주제로 경쟁을 펼쳤다.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개발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가족 기업인 디지포레(Digiforet)가 맡았다. 디지포레는 VR, AR(증강 현실), MR(혼합 현실) 통합 솔루션 및 실감형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으로, 전시·공연·체험 등 다양한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동국대학교의 ‘인더오핑’ 팀은 집 교환 여행 중개 서비스, ‘집팅’을 선보였다. 인더오핑은 저비용, 고효율의 ‘교환 여행’이라는 새로운 숙박 형태를 소비자들에게 제안한다. 교환여행은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두 사람이 집을 교환해 숙박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상 수상자인 연세대학교의 ‘옴니스’팀은 3D 프린팅과 얼굴형 분류 AI를 통한 맞춤형 안경테 제작을 선보였다. 옴니스는 3D 스캐너를 통한 안면 계측과 인공지능을 통한 모델링 분석, 3D 프린팅 제품 출력으로 안경을 제작한다.
이 외에도 경남대의 창문형 스마트 환기 시스템이나 군산대의 군산VR시간여행관광사업, 동명대의 ICT 스마트 헬스케어 등 다채로운 주제의 창업 아이템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개됐다. 가상 공간에서의 발표지만, 실제 발표와 마찬가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심사위원과 소통하는 등 진중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특히나 코로나 19 이후 전면 중단된 지역 대학 간의 경진 대회가 메타버스의 형태로 부활했다는 점은 비대면 소통의 수준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평가할만하다. 8일 진행된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은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 유튜브 공식 채널을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
메타버스, 더 큰 방향으로 나아갈 것
‘2021 초광역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은 비대면 소통과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으며, 가상 및 증강 현실을 활용한 최초의 전국규모 대학연합행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례다. 특히나 코로나 19 이전이면 비중있게 다뤄졌을 규모의 대학연합 경진대회를 메타버스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황 부단장에게 메타버스 아이디어톤을 진행한 소회를 묻자 그는 “동국대학교는 이번을 시작으로 매년 창업 아이디어톤을 메타버스로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미진한 부분은 더 개선을 해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과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라며, 창업 아이디어톤 이외에도 다른 주제의 행사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메타버스를 적용해 공유와 협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려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덧붙였다. “메타버스는 결국 기술과 콘텐츠의 접점이다. 동국대학교의 경우에는 연극영화와 예술 계열이 강한데, 그런 특색을 문화 기술로 연계해 특성화하는 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창업 아이디어톤 이상의 청사진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LINC+ 사업단이 지원하는 창업과 혁신이 메타버스를 만난 것처럼, 지금의 대학가는 메타버스로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