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배달 혁신의 시작, 똑똑하고 안전한 '뉴로'의 자율주행차
여기저기서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많이 들립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이동성'을 뜻하는데요.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많은 수가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이곳저곳에 쓰이지만 무슨 뜻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의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해드립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까지!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어떤 의미인지 알기 쉽게 전해드립니다.
고객과 만나는 지점, 라스트마일
라스트마일, 요즘 정말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단어죠.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바로 유통업계인데요. 유통업계에서 라스트마일(Last Mile)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마지막 거리이자,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 단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주문한 택배가 서브 터미널에서 고객에게 배송되는 구간, 배달음식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간, 주문한 식료품이 고객에게 배달되는 구간 등도 모두 라스트마일 단계라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의 고객불만은 고객과의 최접점인 이 라스트마일에서 발생합니다. 그만큼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요. 국내의 경우 이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라스트마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유통업체가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 경험을 향상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유통의 최종 단계가 당일배송, 새벽배송, 즉시배송, 편의점 픽업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택배시장은 매년 물동량 증가가 엄청납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20년에는 국내 택배 물동량이 20.93%나 증가해 총 물동량은 33억 7,000만 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해엔 국민 1명당 택배를 평균 65.1회 이용한 거죠. 그만큼 증가하는 게 바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입니다.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택배기사가 과로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립니다. 이미 많은 부분에 IT 기술을 도입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유통업계지만, 라스트마일 배달엔 여전히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다던데요?
그렇습니다. 현재 라스트마일 배달 혁신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바로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 자율주행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배송로봇 ‘디지트(Digit)’처럼 말이죠. 많은 유통, 모빌리티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서 배송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배달차량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는 거죠.
최근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유델브와 자율주행 배달을 위한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빌아이가 자율주행 시스템인 '모빌아이 드라이브'를 유델브의 자율주행차량(ADV) '트랜스포터'에 공급하겠다는 것인데요. 택배차량인 트랜스포터는 음식, 자동차 부품, 식료품 등 다양한 물품을 배송할 수 있어, 라스트마일 서비스의 효율성이 향상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상업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라네요.
또한, 독일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콘티넨탈AG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에서 자율주행차와 로봇 개가 함께 택배를 배송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소형 자율주행 자동차인 큐브에 있던 로봇 개들이 배송지에 도착하면 차에서 내려 각각의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닙니다. 개발 중인 제품의 컨셉을 보여준 것이죠.
이 외에도 벤츠, 아마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위한 제품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쟁쟁한 기존 기업 중에서도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지만요.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허가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자율주행 배달 스타트업 뉴로(Nuro)인데요. 뉴로는 지난 12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최초로 자율주행을 이용한 유료 배송서비스를 허가받았고,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배송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우선, 자율주행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뉴로와 협력하고 있는 곳에서 주문을 해야 합니다. 주문을 할 때 자율주행 배달을 선택하면, 문자를 통해서 실시간 위치와 비밀번호를 안내받게 됩니다. 도착한 배달차량에 있는 터치스크린에 해당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물품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뉴로는 지금까지 R1, R2 총 두 가지 자율주행차량을 출시했는데요. 그중 운전자가 없어도 스스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완전자율주행차량은 R2입니다. 뉴로의 R2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저속과 경량입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R2는 최대속도가 약 40km/h이며, 경차와 무게나 크기가 비슷합니다.
두 번째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안전규정 적용면제를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미연방 자동차안전표준에 따르면, 안전을 위해서 자동차엔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탑재돼야 하는데요. 2020년 2월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차량인 뉴로 R2에 저속 차량에 필요한 특정 장치들을 면제해주었습니다. 그래서 R2는 사이드미러나 윈드실드와 같은 장비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R2는 그만큼 안정성을 확보하는데도 신경을 쓴 차량입니다. 충돌 시 보행자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특수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인데요. 사고 발생 시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래서 뉴로는 12대의 카메라, 1대의 라이다, 14대의 레이더, 초음파 및 오디오 센서 등을 부착하여 주변 사물을 인식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보관과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인데요. R2를 이용할 때 물건을 받으려면 이용자가 직접 R2 측면에 있는 터치스크린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또한,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체 특성을 고려해 화물칸 디자인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뉴로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나요?
뉴로는 CVS, 도미노피자, 크로거, 월마트, 치폴레와 같은 업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주로 음식, 식료품을 중심으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죠. 다만 뉴로의 자율주행 배달차량이 완전히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상용화 허가를 받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R2는 최대 시속 25마일(약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으며, 안전문제로 인해 시속 35마일(약 시속 56km) 이하인 도로에서 날씨가 좋을 때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뉴로의 서비스는 R2가 아니라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를 주로 사용합니다. 프리우스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지만, 비상시에 대응할 수 있는 2명의 안전운전자가 탑승하는 차량입니다. 프리우스를 이용한 데이터 수집과 테스트가 완전히 끝난 후에야 완전자율주행차량인 R2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R2를 이용하여 테스트하고 있기도 한데요.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월마트, 도미노피자 등의 일부 매장에선 R2를 이용한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뉴로는 최근 미국의 물류 전문기업 페덱스와 손을 잡고 휴스턴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배배송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가 있나요?
국내에도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체국입니다. 정확하게는 우정사업본부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무인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죠. 디지털 뉴딜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된 무인 우체국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올해 10월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체국 앱에서 사전 접수를 한 뒤, 발급된 바코드를 무인 우체국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 인식시키면 됩니다. 그럼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지정된 보관함이 열립니다. 택배접수가 끝나면 수령인은 인증번호와 차량 도착 예정 시간을 전달받게 되는데요. 차량이 도착할 때 인증번호를 키오스크에 입력해서 물품을 받으면 됩니다. 현재 무인 우체국은 차량이 스스로 움직이지만, 비상시엔 탑승한 사람이 운전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지금은 대학교 같은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 서비스 지역을 넓혀 시범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집배원의 업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고중량의 우편물을 대신 싣고 집배원을 따라다니는 집배원 추종 로봇, 직접 돌아다니며 우편물을 배달하는 로봇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기술에서 보완돼야 할 점은 뭘까요?
뉴로와 우정사업본부의 자율주행 배달차량을 보면, 자율주행차량은 아직까진 저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교통량이 적은 공간에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변이 붐비고 복잡한 상황에서 서비스하기엔 지금으로서는 센싱 기술과 프로세서의 개발이 아쉬운 수준이죠. 도심지에서 자율주행차량으로 배달을 하려면 완전자율주행이 달성돼야 할 텐데요. 최근엔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이 나오면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많습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엔 택배를 직접 수령하기보단 지정장소에 놔두고 나중에 챙겨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취인이 직접 물건을 받아야 하는 뉴로의 방식과는 맞지 않죠. 이런 상황에도 대비해 물품 전달이 안전하게 되도록 부가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배송 인력의 부족이나 과도한 업무량, 무거운 물건의 배송 등을 고려하면 물류 분야에 다양한 기술 도입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안심할 수 있는 물류를 위한 더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선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