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박성혜 대표, "알렛츠 성장 비결? MZ세대 아닌 3040 프리미엄 시장 노렸죠"
[IT동아 권택경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죽어가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인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알렛츠’를 운영하는 인터스텔라(Interstella)가 이 영화와 영어 스펠링 하나 차이를 빼고 이름이 같은 건 우연이 아니다. 인터스텔라 박성혜 대표는 중앙M&B(현 JTBC 플러스)에서 본부장을 지낸 패션 업계의 거물이다. ‘쎄시’, ‘인스타일’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패션 잡지들이 박 대표 손끝을 거쳤다. 그대로 남아만 있었다면 대표 자리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2015년 회사를 떠나는 모험을 감행했다. 종이 매체라는 죽어가는 행성을 떠나,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떠났다.
2010년대는 모바일 콘텐츠가 한창 부흥하던 시기였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모바일 콘텐츠 중에서도 가볍고 말랑말랑한 콘텐츠들이 대세였다. 박성혜 대표는 여기에서 비어있던 틈새를 읽었다. 당시 가장 잘나갔던 콘텐츠 플랫폼인 피키캐스트로부터 제안을 받고 피키캐스트 안에서 디지털 패션 매거진 ‘스텔라’를 운영했다. 수년간 패션 잡지를 만들던 노하우가 담긴 결과물이었다.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높은 퀄리티로 주목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6년에는 자체 플랫폼인 ‘알렛츠’를 런칭했다.
인터스텔라의 콘텐츠 제작 능력은 광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남다른 콘텐츠에 주목한 광고주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신세계 그룹 이마트도 있었다. 인터스텔라는 광고 에이전시로서 2016년부터 이마트가 운영하는 채널 전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2017년에는 온라인상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됐던 웹드라마 형식 광고도 이 시기 나온 결과물이었다. ‘이마트 수입 맥주 광고’라고 하면 대부분이 떠올릴 바로 그 영상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런칭 캠페인 영상도 인터스텔라의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설립 2년 만에 2017년 매출 100억을 기록했지만 박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당시 인터스텔라 매출은 대부분 광고에서 나왔다. 콘텐츠 그 자체는 수익을 낳지 못 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소위 말하는 ‘J자 곡선’을 그리는 폭발적인 성장세는 아니었다. 유니콘으로 도약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박 대표는 당시 상황을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거 같았다”고 표현했다.
비슷한 시기, 모바일 콘텐츠로 재미를 본 다른 미디어들도 같은 고민을 품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인 전파력을 탄 콘텐츠들은 많은 트래픽을 끌어모으지만, 그 트래픽을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나마 가장 보편적인 수익 모델이었던 광고는 레드오션이 됐다. 한계에 봉착한 미디어들이 찾은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구독 모델로 가거나, 커머스(상거래)를 결합하거나.
인터스텔라는 여기에서 커머스를 택했다. 박성혜 대표가 콘텐츠에 커머스를 결합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박 대표는 “잡지에 있는 모든 콘텐츠가 결국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잡지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그 페이지를 접어뒀다가 백화점에 가는 것처럼, 온라인 콘텐츠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구매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패션 잡지와 뿌리가 같은 알렛츠의 콘텐츠도 결국 매력적인 패션, 쥬얼리, 리빙 상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다. 커머스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상품을 결제하는 과정만 붙이면 됐다. 그렇게 커머스를 품게 된 알렛츠는 2020년 커머스 정식 런칭 1년 반 만에 전체 회원수 30만 명, 앱 다운로드 50만 건, 재방문율 40% 이상을 기록했다. 총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6배나 증가했다. 불과 2년 차인 올해 400억 원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무서운 성장세다.
콘텐츠에 커머스를 결합한 사례는 많지만, 모두가 알렛츠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알렛츠 성공 뒤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타겟팅이 있었다. 대부분 콘텐츠 커머스는 MZ세대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에 집중한다. 그러나 알렛츠는 프리미엄과 3040이라는 조금 다른 타깃을 잡았다. 여기서 프리미엄은 단순히 가격이 비싼 물건을 뜻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비싼 명품만 프리미엄이 아니라 가치가 있는 게 프리미엄이다. 나이키, 크록스 같은 브랜드나 비건 화장품 같은 것도 다 프리미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프리미엄 시장에 가장 열렬한 소비자가 3040이다. 이들은 단순한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한다. 가격대가 높더라도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소비,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이들은 까다로운 소비자이기도 하다. 한두 푼 싸다고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지갑을 연다. 일종의 신뢰 관계가 필요한 셈이다.
사람들이 편집숍이나 백화점 명품관을 찾는 것도 신뢰 관계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내가 찾는 가치’에 맞는 브랜드들이 모여있다는 믿음이 있다. 알렛츠는 이러한 편집숍, 명품관 모델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알렛츠는 일찍이 플랫폼으로서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모아왔다. 타깃을 모은 뒤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상품을 줌으로써 신뢰를 쌓아왔다. 알렛츠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건 이처럼 철저히 타깃에 맞춰 큐레이션한 콘텐츠와 제품들 덕분이다.
알렛츠에는 패션, 라이프, 엑세서리, 리빙, 푸드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상품들이 다 모여있다. 그중 최근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리빙 분야다. 박 대표는 다른 분야와 달리 리빙은 프리미엄 시장이 비어있다고 봤다.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다.
물론 리빙 분야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커머스 플랫폼은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데 알렛츠에는 다른 이커머스에서 보기 힘든 프리미엄 명품 가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유독 알렛츠에만 러브콜을 보내는 데에는 여러 패션 미디어를 진두지휘한 박성혜 대표 이력이 한몫했다. 박 대표는 “하이엔드 브랜드일수록 얘기하고 싶은 브랜드 스토리가 있다. 그걸 ‘이해해 줄 수 있다’, ‘눈높이가 맞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브랜드들이 우리에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신문에서 잡지로, 종이에서 디지털로, 매스에서 프리미엄으로 항상 남들보다 반 발짝 앞서 움직였던 박성혜 대표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이어질까. 박성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건 리셀(Re-Sell) 시장이다. 프리미엄 리빙 시장이 활짝 열린 만큼 리셀 시장도 따라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하이엔드 가구는 중고로 팔고 싶어도 팔아줄 곳이 없다. 외국은 이 시장이 매우 크다. 그래서 이번에 투자를 받아 프리미엄 가구 리셀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