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배율 접사에 배경흐림까지, 캐논 RF 100mm F2.8L Macro IS USM
[IT동아 차주경 기자] 접사 렌즈는 사물에 가까이 접근해 큰 사진으로 담을때 쓴다. 꽃술이나 곤충처럼 작은 사물, 음식이나 정교한 무늬를 찍을 때 유용하다. 드물게 특수 촬영 기능을 가진 접사 렌즈도 있다. 캐논 RF 100mm F2.8L Macro IS USM(이하 RF 100mm F2.8L M)이 이런 렌즈다. 이 렌즈는 100mm 초점 거리를 가진 준망원 접사 렌즈다. 접사는 물론, 멀리 있는 사물을 확대 촬영할 때 좋다. 여기에 SA(Spherical Aberration, 구면수차, 빛이 한데로 모이지 않아 사물이 흐리게 묘사되는 현상) 조절 기능도 가졌다. 사진에 화사한 느낌을 주고 배경흐림, 빛망울의 모습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캐논 RF 100mm F2.8L M의 겉모습은 일반 망원 단렌즈와 비슷하다. 크기는 81.5 x 148mm에 무게는 730g이다. 거울이 없는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는 SLR 카메라 렌즈보다 빛을 모으기 더 쉽다. 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 렌즈는 SLR 카메라 렌즈보다 작고 가볍다. 본체 옆에는 성능 조절 스위치가 세개 있다. 맨 위 초점 영역 조절 스위치는 자동 초점 범위를 지정한다. 접사 렌즈는 자동 초점 범위가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아주 넓어, 자동 초점 조절 시간이 1초 남짓으로 오래 걸린다.
접사 촬영 시에는 0.26~0.5m 설정으로, 망원 촬영 시에는 0.5m~무한대 설정으로 두면 자동 초점 범위를 제한, 자동 초점 조절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F/MF 스위치는 각각 자동/수동 초점을 지정한다. Stabilizer 스위치는 흔들림 보정 기능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캐논 RF 100mm F2.8L M과 EOS R6 미러리스 카메라의 조합을 이틀간 써 봤다. 예제 사진은 모두 보정 없이, 원본 혹은 원본 일부를 잘라내기만 했다. 접사 렌즈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은 ‘고화질’이다. 화질이 나쁜 렌즈는 사물을 선명하게 담지 못한다. 이 렌즈의 화질은 접사 렌즈 중에서도 인상적이다. 셔터 속도를 확보하고 최단 촬영 거리만 잘 조절하면, 탁월한 접사 촬영 성능을 누리게 된다. 캐논 RF 100mm F2.8L M의 접사 배율은 1:1.4배다. 일반 접사 렌즈의 배율은 1:1인데, 이는 사물 크기 그대로 이미지 센서에 기록한다는 의미다. 1:1.4배율 접사 렌즈는 1:1배율 접사 렌즈보다 사물을 더 크게 담는다.
최단 촬영 거리로 보면, 이 렌즈는 1:1배에서 11.2cm, 1:1.4배에서 8.6cm까지 접근해 사진을 찍는다. 모두 렌즈 끝에서의 거리다. 초점 거리가 100mm로 긴데다 배율도 높아 음식, 곤충 등 여러 접사 촬영 환경에 대응한다. 이 렌즈를 일반 100mm F2.8 준망원 단렌즈처럼 써도 된다. 개방 조리개가 F2.8로 밝아 망원 촬영 시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좋다. 자동 초점 속도가 빨라, 날아가는 새도 움직임만 예측하면 손쉽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접사 촬영은 사물에 근접해 사진을 찍는 기법이므로 흔들림에 취약하다. 카메라가 조금만 흔들려도 사진 전체가 흔들려버린다. 캐논 RF 100mm F2.8L M은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으로 이를 완화한다. 흔들림이 일어나는 반대 방향으로 내부 렌즈를 움직여 상쇄하므로, 접사 촬영때 사진이 흔들릴 걱정을 덜었다.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셔터 속도 약 5단~8단의 흔들림을 줄인다. 1/4초 셔터 스피드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흐리게 나오기 쉽다. 여기에서 흔들림을 5단 감쇄하면 1/4->(1단)1/8->(2단)1/16->(3단)1/32->(4단)1/64->(5단)1/128초 셔터 스피드로 사진을 찍은 것처럼, 8단 감쇄하면 (6단)1/256초->(7단)1/512초->(8단)1/1024초 흔들림이 줄어든다. 캐논 RF 100mm F2.8L M은 자동 초점을 조절할 때 조용하고 빠르게 동작하는 초음파 모터를 쓴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지원하는 콘트라스트 자동 초점은 동작 원리상 초점이 빗나가지 않는다. 단, 접사 촬영 자체가 아주 작은 사물을 찍는 기법이므로 초점을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 여의치 않으면 미러리스 카메라의 수동 초점과 라이브 뷰 화면 확대 기능을 쓰는 것도 좋다. Lock 스위치로 SA 조절 기능을 켜고 끈다. SA는 - 혹은 +로 조절 가능한데, -로 두면 초점이 맞는 곳의 앞부분을 부드럽게, 뒷부분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배경흐림은 윤곽은 희미해진다. 반대로 +로 두면 초점이 맞는 곳의 앞부분을 선명하게, 뒷부분을 부드럽게 묘사한다. 배경흐림은 원형 윤곽이 뚜렷해진다. SA 조절 기능을 쓰면 배경흐림과 빛망울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단, 소프트 필터를 쓴 것처럼 사진 전체가 살짝 흐리게 묘사되므로 접사 촬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인물이나 야경 촬영 시 더 쓸만하다. 자동 초점 기능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곤충의 겹눈처럼 아주 작은 사물을 촬영할 때에는 수동 초점 기능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더 정밀하게 초점을 조절 가능하다. 조리개를 조여 화질을 높이고 초점이 맞는 범위를 넓힌다. 이어 전자 셔터를 써서 셔터 쇼크(셔터가 움직일 때 카메라에 미세한 흔들림을 일으키는 현상)를 없애고, 연속촬영으로 사물을 여러 번 포착하면 선명한 접사 사진을 얻기 유리해진다. 캐논 RF 100mm F2.8L M은 여러모로 돋보이는 렌즈다. 화질이 우수해 100mm F2.8 준망원 단렌즈로 쓰기 좋고, 접사 배율은 1:1.4로 경쟁 접사 렌즈보다 우월하다. 빠르고 조용한 초음파 자동 초점 모터 덕분에 초점을 조절할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SA 기능을 활용해 배경흐림이나 빛망울도 조절 가능하다. 접사, 일반, 준망원(인물) 촬영을 모두 해내는, 재주 많은 렌즈다. 하지만, 이 렌즈는 다루기 까다롭다. 접사 렌즈인 탓에,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오가며 촬영할 경우 자동 초점 속도가 아주 느려진다. 아주 작은 사물을 찍으려면 초점을 아주 미세하게 조절하고,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초점이 어긋날 우려를 줄여야 한다. 흔들림 보정 기능은 강력하지만, 흔들림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격은 일본 기준 18만엔(183만원쯤)으로, 이전 EF 마운트 모델(12만엔, 121만원쯤)보다 비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