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절벽을 출구 전략으로 승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접근법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마이뮤직테이스트(MyMusicTaste, 이하 마뮤테) 이재석 대표이사는 현재의 공연 산업이 흥행 산업이면서도 도박과도 같다고 말했다. 티켓 판매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수익성을 유추할 수밖에 없고, 공연의 성패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공연기획사도 수요가 확실한 공연만 진행하려고 하며, 소수의 대도시권에만 공연이 집중되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마뮤테는 ‘팬들이 있는 곳에 가수가 간다’라는 역발상으로 기존 공연 기획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마뮤테는 팬들이 직접 수요를 밝혀 콘서트를 만드는 공연 기획 플랫폼으로, 팬들이 모여서 콘서트를 요청한 다음 가수가 참여한다. 이렇게 되면 수요가 확실해서 매표 과정도 문제없고, 대도시권에 집중하는 지리적 한계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마뮤테는 1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50만 명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19로 전 세계 공연 수요가 9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마이뮤직테이스트는 2019년 매출 254억 원, 2020년 매출 192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AWS가 스타트업 고객을 위해 마련한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넥스트라이즈 2021 서울(NextRise 2021, Seoul)’ 내 부대행사 ‘AWS 스타트업 데이(AWS Startup Day)’에 패널로 나선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스타트업 마이뮤직테이스트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재석 대표를 만나보았다.
이재석 대표 “수요 오차범위 20%··· 기존 공연 흐름 바꿀 것”
이 대표는 넥슨 메이플스토리 초기 개발진 중 한 사람이며, 북미, 유럽 서비스를 론칭한 경험도 있다. 그런 그가 게임 업계가 아닌 공연 기획으로 뛰어든 계기는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0년을 전후로 많은 팬들이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를 무척 궁금해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콜드플레이의 에이전트를 타고타고 메일을 보내 직접 답장을 들은 경험이 있다. 비록 한국에 가기 어렵다는 대답이었지만, 그마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라며, “그 이후로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 팬들이 있다는 걸 알리는 창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공연 업계를 진단한 이 대표는 가수가 와서 팬들을 찾는 지금까지의 공연 구조를, 팬들이 찾아서 가수가 오도록 고안해냈다. 이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플랫폼은 가수가 팬을 찾아오도록 하는 구조다. 초기에는 팬들이 지불 가능한 금액과 참여 인원 등을 설문조사로 모은다. 설문과 추천을 받아 세부 사항을 정리한 다음, 요청 데이터와 GDP, 지니 계수 등 정성적인 요소를 취합한다. 최종적으로는 아티스트가 어떤 위치로 갔을 때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지 오차범위의 20%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계약이 이뤄지면 아티스트가 팬들이 요청하는 위치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시도했을 만한 아이디어지만, 의외로 글로벌 시장에서 마뮤테와 직접 경쟁하는 기업은 없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시장 특유의 진입 장벽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우리의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와 개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 개발 주도로 가면 공연 기획이 어렵고, 엔터 주도로 가면 글로벌 서비스와 개발이 어렵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두 분야의 높은 허들을 동시에 넘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마뮤테는 글로벌 회화가 가능한 개발진을 영입하고, 115개국 사용자 서비스에 대응하는 등 글로벌 DNA를 쌓고 있다.
코로나 19에도 선방한 이유? 오프라인에서 온·오프라인 전환 덕분
마이뮤직테이스트도 코로나 19로 인한 공연 수 급감을 피해가진 못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오프라인 공연의 90%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그나마 10%도 순수 예술에 가깝다. 마뮤테 역시 순식간에 매출이 10%로 폭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빠른 결단은 새로운 기회를 낳았다. 이 대표는 “코로나 19로 인해서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대표로서 큰 결단이 필요했다"라며, “빠르게 팀을 축소함과 동시에 7월부터 온라인 공연을 시작해 커머스의 고도화를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30여 회의 온라인 공연을 성사시켰고, 이달의 소녀, 드림캐쳐, 에이티즈, 원어스 등의 공연도 온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뼈아픈 과정을 겪은 끝에 2020년 매출 192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19년 매출이 254억 원인데, 코로나 19로 공연 수요가 90% 급감한 상황에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앞만 보고 달려오던 회사가 코로나 19를 계기로 변화하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코로나 19 극복 과정은 오는 6월 28일~29일 개최 예정인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클라우드 도입이 전환의 열쇠였다
마뮤테가 빠르게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클라우드라고 답했다. 마뮤테는 AWS가 국내에 진출하기도 전인 2011년 창업 시작부터 AWS 클라우드를 이용했는데, 도입 시기를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넥슨 개발자 당시 게임 서버를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옮긴 경험이 있다. 장비를 물리적으로 모두 옮기고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든 생각은 글로벌 서비스일수록 클라우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이뮤직테이스트도 클라우드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AWS를 선택한 이유 역시 “2011년 당시 AWS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이끌고 있었고, AWS가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가 아닌 클라우드를 선택한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갑작스럽게 몰리는 팬들, 입소문을 타고 오는 사람들, 예매 접속자 등 이용자가 항상 가변적인 것은 물론,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커머스에 대한 트래픽 수요나 빠른 신규 서비스 도입 등에도 대처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대상 서비스라서 24시간 관리해야 하는데, 전 세계에 리전을 둔 AWS 클라우드여서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말 진행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도 클라우드였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사례를 언급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이진혁 개발본부장은 “작년 말, 온라인으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여러 업체들이 시상식을 나눠서 송출하기로 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서버가 터져버렸고, 우리측이 모든 트래픽을 감당하는 상황이 됐다. 시청자들이 다소 불편을 겪긴 했지만 AWS 클라우드 덕분에 모든 트래픽을 받아낼 수 있었고, 시상식을 온전히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발견한 취약점을 개선해 이후로는 장애가 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 패러다임 시프트 꿈꾼다
이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목표를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말했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현상의 전환을 뜻하는 말로, 그 시대나 분야에서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인식이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콘서트가 가수가 가서 팬을 모으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팬들이 모여 가수를 부르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코로나 19로 새로운 기회를 찾은 이재석 대표가 향할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이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목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퍼블리셔다. 업계에서 성공할만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기회를 부여하고, 250만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티스트 알람 앱이나 맞춤 영상 메시지 제작 서비스인 크림, 아티스트 협업 화장품 등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