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이베이, SKT는 아마존··· 막오른 유통업계 지각변동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인수하기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한다. 인수가액은 3조 4,400억 3,000만 원이며, 나머지 지분은 미국 이베이 본사가 그대로 보유한다. 양사는 한국은행에 제출한 외국환거래 관련 신고가 통과하는 대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당초 인수전에서는 신세계와 함께 네이버가 10~20%의 지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신세계가 단독으로 인수하게 되면서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신세계가 가담하는 삼파전 시장이 됐다. 특히 당일 배송 등 오프라인 물류에 집중해오던 쿠팡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신세계, 이베이 인수로 이커머스 삼각 구도 그린다

출처=이베이
출처=이베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네이버-쿠팡 양극 체제였던 국내 전자상거래 유통 순위는 네이버와 신세계, 쿠팡으로 삼파전을 벌이게 됐다. 이베이코리아는 옥션, 지마켓, G9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가입자 수만 해도 2,100만 명, 유료 서비스인 스마일 클럽 가입자도 270만 명에 달한다. 이베이 본사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도 거래액은 약 15조 원에 매출 1조 6천억 원으로 쿠팡의 거래액 약 25조 원보다는 작다.

하지만 이마트의 온라인 채널인 SSG닷컴의 거래액 5조 원과 합치면 전체 거래액만 약 20조 원 규모로 쿠팡과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 여기에 신세계가 국내 오프라인 유통 1위 사업자로서 낼 수 있는 시너지를 감안하면 온·오프라인 통합 순위로는 신세계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2021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출처=신세계그룹 인사이드
2021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출처=신세계그룹 인사이드

신세계에 있어 이번 인수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베이코리아의 규모를 더할 경우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거래의 비율이 약 50%를 차지하게 돼 이마트, 신세계 등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사업 비중을 온라인 중심으로 가져가는 선택지가 마련된 셈이다.

인수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당장은 신세계와 이베이코리아가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옥션이나 지마켓, G9 이용자가 바로 체감할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신세계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함께 최근 인수한 SSG랜더스 야구단, 이베이, SSG닷컴 등이 포함된 온오프라인 복합 ‘360 에코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차근차근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아마존 국내 진출 여부

신세계가 전자상거래 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네이버, 신세계, 쿠팡이 삼각 구도를 형성할 분위기지만 아직도 변수가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전자상거래 사업 혁신을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아마존 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의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원’, 손바닥을 사용해 입력, 식별 및 지불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미국 내 7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출처=아마존
아마존의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원’, 손바닥을 사용해 입력, 식별 및 지불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미국 내 7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출처=아마존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400억 원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비중이 크진 않지만, 아마존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해외 직구 시장을 접수한다면 지금보다는 몸집이 커질 수 있다. 물론 2020년 전자상거래 전체 거래액이 161조, 그중에서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거래액은 2.5%에 불과한 4조 1천억 원이어서 해외 직구족 흡수만 가지고 네이버, 신세계, 쿠팡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1번가와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가 단순히 해외 직구를 넘어서 OTT(인터넷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론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 무인 식품 시장인 아마존 프레시같은 서비스부터,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원같은 첨단 기술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네이버, 신세계, 쿠팡 모두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유통 시장에 부는 온라인 바람, 어떻게 될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간한 ‘글로벌 이커머스 HOT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9.5% 증가한 1,410억 달러다. 이는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규모로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시장과 소비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달한다는 의미다.

2020년 4/4분기 온라인 구매 동향만 살펴봐도 국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4/4분기 온라인 구매 동향은 전년 동월 대비 26.1% 증가했고, 온라인 쇼핑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도 33.8% 증가한 11조 1,4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오프라인 매출이 다시 온라인 매출을 가져갈 순 있으나, 이미 시작된 온라인 시장의 확장세가 꺼지지는 않을 분위기다.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신세계가 이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점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미래 먹거리라서다. 이들 기업의 경쟁으로 우리나라가 새로운 글로벌 유통 시장의 요충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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