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간 소송 결과의 의미와 배경은
[IT동아 김대은 기자] 망 사용료 지급 여부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소송에서 SKB가 승소했다. SKB 관계자는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6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이처럼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가 SKB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놓고 갈등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11월 SKB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여 관련 절차가 진행되던 도중, 넷플릭스가 2020년 4월 망 사용료를 내거나 협상에 나설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년이 넘는 소송과 3차례의 변론이 이어지면서도 양측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KT·LG 유플러스·네이버·카카오 등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넷플릭스 측)와 법무법인 세종(SKB 측)이라는, 거대 법무법인 간 대결이라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넷플릭스는 SKB가 이미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지급받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이를 추가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SKB가 인터넷망 품질 향상을 위해 설비 등에 투자하는 비용은 이용자에 대한 SKB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일 뿐,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에 그 대가를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KT와 LG 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에 지급한 것은 망 사용료가 아닌 파트너쉽에 따른 수익 분배일 뿐이며, 해외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 사례는 회사 간 합의에 의한 것일 뿐 의무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반면에 SKB에서는 고화질 영상으로 인해 트래픽 부담이 크게 늘어났으므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 또한 네트워크 설비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면 당연히 그 동영상이 이용자에게 최상의 품질로 전달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SKB 측은 네이버·카카오·왓챠 등 국내 기업이 이미 망 이용료를 납부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또한 여기 동참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2020년 12월에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이라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했다. 이 법은 콘텐츠 사업자가 서비스 오류나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제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령이 정하는 일정 기준(최근 3개월간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 국내 트래픽량의 1% 이상 발생)에 따라 적용 대상이 결정되며, 현재 해외 기업 3개사(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및 국내 기업 3개사(네이버·카카오톡·웨이브)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 법 시행 이후 몇몇 기업에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으나, 4시간 이상 장애가 지속되지 않았고 장애 여부를 사용자에게 바로 고지했기 때문에 실제 과태료 부과나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해당 개정안이 ‘넷플릭스법’이라 불리는 것과는 다르게, 정작 넷플릭스에서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넷플릭스가 곧바로 SKB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계약 체결 여부와 어떤 대가(망 사용료)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 간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이지,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망 사용료 지급 여부나 금액 등은 이후 넷플릭스의 항소 여부 및 SKB의 반소 제기 여부, 양사 간 협상 진행 내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측은 "판결 이후에도 국내 인터넷 업체와의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글 / IT동아 김대은 (daee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