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광학 업계에 투자 늘린 바이텍 그룹, 노림수는 '동영상'
[IT동아 차주경 기자] 디지털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 주변기기 등 광학 기기 시장 규모는 2010년 정점을 기록한 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20년 광학 기기 판매량은 2010년의 ¼ 수준에 불과하다. 광학 기기 제조사 대부분이 제품군 정리,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폈다. 사업을 포기한 곳도 있다.
이 가운데 광학 주변기기 제조사 이탈리아 Vitec(바이텍)그룹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자구책 대신 적극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다. 맨프로토와 짓조 삼각대, 조비 촬영 보조기기, 로우프로와 NG(National Geographic) 가방, 라스토라이트 조명 등이 모두 바이텍 그룹 소유 브랜드다.
업황 악화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친 2020년, 광학 기기 제조사들의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바이텍 그룹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도 2019년보다 20%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투자와 시장 개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동영상, 특히 고부가가치 전문 영상 촬영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 부분에 집중한다.
바이텍 그룹은 최근 2020년 연간 경영보고서를 냈다. 매출은 약 2억9000만파운드(한화 약 4599억원), 영업이익은 약 990만파운드(한화 약 157억원)다. 2019년보다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무려 81.1% 줄어든 수치다.
바이텍 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광학, 주변기기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화질 중계를 비롯한 B2B 영상, 유튜브 혹은 브이로그 크리에이터의 필수 장비 영상 촬영 키트의 수요는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텍 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곧 끝날 것이며, 이에 따라 줄어든 광학 기기 수요가 2019년 수준으로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전문 영상, 영상 생중계 시장이 유망하다고 언급하며 이 부문 투자와 개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텍은 2021년 4월 게임 동영상 중계 기술을 가진 기업 라이트스트림(Lightstream)을 인수했다. 6월에는 라이트스트림과 촬영 보조기기 브랜드 조비와의 협업도 발표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더 작고 가볍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전문 영상 촬영 장비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체할 수 없다. 촬영 주변기기도 마찬가지다.
OTT(Over The Top,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 콘텐츠 제공사)도 전문 영상 시장을 주목한다. OTT는 저마다 자체 제작 콘텐츠(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열심이다. 신규 구독자를 유인할때 가장 유용한 것이 그 OTT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라서다.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다. 자연스레 촬영 인력, 이들이 사용할 전문 영상 촬영 장비 수요도 늘어난다. 따라서 업계는 전문 영상 시장의 미래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밝을 것으로 내다본다. 바이텍 그룹은 맨프로토, 라스토라이트 등 전문 영상 촬영 장비 브랜드를 많이 가졌다. 수요가 늘 수록 수혜를 많이 받는 구조다.
전문 영상 촬영 장비 기업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기업, 콘텐츠 제작사들이 조명과 시네마 렌즈 등 고성능 영상 촬영 장비를 자주 찾는다. 전문 영상 촬영 부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악영향을 그리 많이 받지 않았다. 촬영 보조 기기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