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헬스케어 PR은 증거와 사용경험에 기반해야
홍보. PR. Public Relation.
‘조직체가 스스로의 생각이나 계획 ·활동 ·업적 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말합니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가지의 새로운 소식이 가득 찬 현대사회에서 홍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신문, TV 등 전통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SNS 등 수많은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관심사와 채널은 하루, 시간 단위로 빠르게 바뀌죠.
바쁘게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나온다고, 15초 사람의 마음을 잡으라고, 가장 좋은 광고는 개인 경험에서 나온다고…. 홍보, 마케팅과 관련된 많은 조언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 내게, 지금 우리 회사에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는 것이죠. 다르게 생각하라는 ‘Think Different’가 숟가락을 젓가락으로 말하라는 건 아니니까요.
"당사 인공각막의 엔드유저(end-user, 최종사용자)는 안과전문의입니다. 안과전문의는 기증각막과 인공각막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인공각막을 결정했더라도 여러 인공각막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공각막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우리 티이바이오스가 유일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과전문의가 우리 인공각막을 선택할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인공각막을, 자사 제품을 알릴 수 있을까요?"
티이바이오스의 요즘 고민입니다. 인공각막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누구에게 알려야 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알리긴 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했죠. 티이바이오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타트업 대부분의 고민이죠.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 또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몇 년씩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우리에게는 확실한 홍보 전략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힘든 일이죠.
“어떻게 하면 우리 인공각막을 알릴 수 있을까요?”라는 티이바이오스의 질문에 저희 스케일업팀도 답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조언을 구하고자 선배 기업을 찾았습니다. 바로 ‘Health for all, Hunger for none’이라는 비전 하에 사람과 동물, 식물 등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제품과 해결 방안을 개발한 바이엘입니다. 아스피린, 마데카솔, 인사돌, 카네스텐, 베로카 등으로 유명한 바이엘은 150년 역사를 지닌 의료와 농업 분야 생명과학 기업입니다.
참고로 바이엘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혁신과 지속가능성 가치 실현을 위해 전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그랜츠포앱스 액셀러레이터(Grants4Apps Accelerator)’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올해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설립 7년 이하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협력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바이엘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1. 안과전문의가 ‘티이바이오스 인공각막’ 제품을 믿고 사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헬스케어 PR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법적 제약부터 강력하죠. 일단, 홍보 관련 문구는 반드시 모두 증거중심(Evidence-based)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홍보 전략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할 수 있는 접근방식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현재 티이바이오스의 인공각막 제품은 올해 4분기 단상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품 허가를 받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제품을 언급하는 홍보활동은 불가합니다. 만약 허가 이전에 홍보하기 원한다면, 인공각막 시장과 티이바이오스 기술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은 가능할 것입니다.
*단상임상: 인공각막은 몸에 삽입하는 의료기기로, 제품을 검증하기 위해 3상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인간을 대상으로 유효성 평가를 1회 진행하고, 그것에 대한 추적관찰을 약 12개월간 진행한 뒤 효과를 검증한다.
허가 받은 이후 의료진 대상으로 홍보할 경우, 임상 데이터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상 데이터입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부각하고, 티이바이오스 인공각막이 ‘기증각막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라는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인공각막 치료에서 필요로 하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 장점을 메시지로 개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엘은 의료진 대상으로 ‘제약사 디지털 마케팅 활동’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아쉬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의료진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채널은 의료진 대상의 ‘의학 전문지’를 통해 학술적인 정보를 전달하거나,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임상 데이터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 방안 등에 대해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세션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의료진 접근성을 높였다면, 다음은 제품 또는 기술을 사용하는 ‘경험(experience)’을 제공합니다. 이 때 실제 사용 경험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아무리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일지라도, 축적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안전성 데이터가 없다면, 그저 하나의 신기술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품을 알릴 수 있도록 의료진 대상 심포지엄 등을 통해 안과전문의 대상으로 인증된 정보와 연구결과를 제공하고, 제품 사용을 협력할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해당 병원 전문의 중심으로 수술 방법 등을 에듀케이션(대면 또는 화상 컨설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파트너 병원과 함께 티이바이오스 제품 사용 경험을 늘려야 합니다. 전담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파트너 병원과 의료진을 홍보해 사용 경험과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2. 시각장애인이 인공각막을 사용하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시각장애인이 인공각막을 사용하겠다는 의사결정, 그러니까 수술을 결심할 때는 무엇보다 의료진(병원) 진단과 의견을 가장 중요시 할겁니다. 다만, 최근에는 각종 미디어 발달로 환자가 자신의 질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먼저 찾아보고 의료진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즉,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대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의 스토리를 눈여겨 볼 겁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사례를 기업이 미디어에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임상 데이터와 리얼월드데이터 등을 활용해 개발한 의료진 대상 메시지를 소비자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과정을 권합니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인공각막을 수술함에 있어 소비자가 우려하는 포인트를 모니터링하고, 그 포인트를 제품 특장점과 연결한 메시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기증각막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술할 수 있다는 점’, ‘복합 다공성 구조로 통기성(생체적합성)이 좋다는 점’, ‘일반 인공각막 수술은 거부반응으로 인해 기증 전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점’, ‘티이바이오스 제품은 조직 거부반응을 극복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점’ 등이 장점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러한 메시지는 어떤 채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소비자 의사결정 단계는 ‘문제인식→정보탐색→대안평가→구매결정→구매 후 행동’을 거칩니다. 하지만, 인공각막 수술까지 필요한 시각장애인이라면 위 과정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 자체 채널(웹사이트)을 통해 고관여타깃 유입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품정보, 인공각막 수술 및 수술 가능 환자 정보, 인공각막을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의료진) 찾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티이바이오스 인공각막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각막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옵션’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후천적인 시력저하자에 한해 수술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이처럼 인공각막 수술이 필요한 타깃 관련 키워드를 포함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직접 이용한다면 스크린 리더, 점자디스플레이 등을 연동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추가해야 합니다.
또한 - 시각장애인이 언제 어디서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 타깃의 동선과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니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들으며 병원에 들른 후, 집에 돌아와 음성 독서 기계를 통해 책을 듣는다고 가정하죠. 그럼 벌써 복지관, 안내견 센터, 라디오, 병원, 음성 독서 기계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타깃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접점의 채널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티이바이오스가 선택할 수 있는 미디어는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TV, 라디오의 뉴스채널 또는 건강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만, 방송은 시의성이 중요하므로 주요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이 허가되었을 때’, ‘긍정적인 연구데이터를 확보했을 때’, ‘티이바이오스 제품을 사용한 첫 수술이 성공적으로 완료했을 때’ 등 주요 이벤트나 ‘눈의 날(11월 11일)’과 같은 시즈널 이슈가 좋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3. 시각장애인 지인도 주요 타깃 중 하나…,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시 그들의 삶과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역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을 겁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자체 채널(웹사이트)은 시각장애인 가족 대상으로도 적합한 홍보 플랫폼입습니다.
또한, 인공각막 수술이 필요한 시각장애인과 가족은 기증각막을 기다리는 것이 삶의 일부입니다. ‘기증각막만 기다리지 말고 인공각막으로 빛을 보라’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바이엘은 전달하는 메시지에 권위 있는 논문을 바탕으로 레퍼런스가 있는 내용을 활용합니다. 주의할 점은 우리의 장점을 하이라이트하되 경쟁사나 경쟁사 제품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각막이식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나 수술 전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파악해 해당 환자에게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캠페인도 좋은 방법입니다. 바이엘 코리아는 여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우리나라는 월경에 대해 언급하는 것,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합니다. 아파도 참고 숨기죠. 이에 산부인과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산부인과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산부인과 의료진 627명이 참여해 건강한 월경에 대한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고,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에 기부금도 냈죠. 이렇게 조금씩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공각막 치료에 대한 낮은 인식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Q4. 바이오벤처기업 입장에서 외부 투자자도 중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투자자에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IR 측면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하는 엑셀러레이터가 즐겨보는 매체를 활용하길 권합니다. 동아 DBR과 같은 비즈니스 전문지나 경제전문지를 활용한 CEO 인터뷰, 또는 투자자 혹은 투자사를 활용한 보도자료 등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언론홍보 개념으로 많이 접근합니다. 후자의 경우 2019년 기관투자자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사례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 다른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를 활용하는 것은 유명인일 때 효과가 크고,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CEO 인터뷰를 다각도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CEO가 어떤 비전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연구개발에서 어떻게 노력했는지, 회사의 잠재력과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알려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데이터를 확보했을 때,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인터뷰, 보도자료, 기획기사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미디어와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CEO 개인의 히스토리도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동기, 연구개발과정 에피소드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담아낸다면, 좋은 홍보 소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좀더 효과적인 채널 전략을 위해서는 (1)데이터 기반 인터뷰의 경우 의학 전문지에 임상연구 관련해 소개할 수 있는 코너를, (2)스토리텔링이 부각되는 인터뷰의 경우 경제지에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코너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스타트업 스토리에서 빠질 수 있는 부분은 창업동기입니다. 전 재산을 걸어서 인공각막에 투자한 확신이나 간절함은 무엇이었는지, 인공각막의 필요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메시지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글 / 바이엘 코리아 홍보부 이지연 총괄
이지연 총괄은 헬스케어 전문 PR 에이전시 마콜(Macoll)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자회사이자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삼성메디슨을 거쳐 2013년 글로벌 생명과학기업 바이엘 코리아 홍보부에 입사, 현재 홍보부 총괄로 재직 중이다. 헬스케어 PR 에이전시, 국내 대기업, 다국적 생명과학 기업 등에서 기업 홍보와 함께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제약 홍보의 솔직, 담백한 맛에 끌려 오늘도 ‘아무튼 출근’ 중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