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해운 산업도 탄소 절감? 수소 선박 이야기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해운 산업에서도 탄소 절감이 필요해, 수소 선박
최근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 증가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죠.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내용을 법제화하는 등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국가 차원으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함께 민간 즉, 기업 차원에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로 탄소중립 100%를 달성하겠다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MS,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모빌리티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전기차, 수소차, 전기자전거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해운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운업의 탄소배출량은 전세계 3% 가까이 차지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10월 선박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는데요. 해운업계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았던 2008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선박 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까지 70%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LNG선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선을 수주하고 있지만, LNG선도 한계는 있습니다. 기존 벙커C유를 사용하는 선박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LNG선 국제해사기구가 목표로 하는 ‘2050년까지 70% 감축’을 달성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나 수소도 선박 연료로 사용할 수 있군요. 그럼 자동차처럼 전기 선박도 있나요?
네. 전기 자동차처럼, 전기 선박도 있습니다. 하지만, 육지를 이동하는 자동차와 달리 해상에서 이동하는 배는 효율성이나 충전 등의 이유로 전기 사용에 제약을 받습니다. 그래서 수소 선박을 주목하고 있죠. 수소를 이용하면,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국제해사기구가 발표한 목표도 지킬 수 있죠. 그리고 수소는 다른 연료와 비교해 쇼율이 좋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죠. 한 번 출항하면 대용량의 짐을 가지고 장기간 이동해야 하는 선박 특성상, 연료 효율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차처럼 선박도 자율운항기술을 도입할 예정인데요. 이 경우 제어의 용이성이나 추진체계 단순화 때문에 전기를 추진체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소 선박은 수소를 전기로 변환해서 사용하는 형태라 자율운항기술을 접목하는데 용이하죠. 선박은 충전 어려움이나 연료 효율 때문에 전기 대신 수소를 선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수소 선박 개발 수준은 어떤가요?
해외에서는 이미 실증 운항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독일은 2008년 ZEMships(Zero Emission Ships) 프로젝트를 진행해 승객 100명을 태운 수소 선박 운항에 성공했고, 영국,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등도 수소 선박 개발과 실증 운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U는 네덜란드 로테르담부터 이탈리아 제노바까지 탄소배출이 없는 배출 제로 루트로 화물운송망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힐 정도로 수소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의 선박회사 Sinot은 세계 최초로 슈퍼 수소요트 아쿠아를 공개했는데요. 액체 수소를 최대로 충전했을 경우 6,945km의 거리를 항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요트는 공개 시점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는데, 빌 게이츠가 구매했다는 루머까지 돌았었죠.
그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수소 선박이나 기업이 있나요?
Flagships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 11개 해운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데요. 올해부터 파리 센느강에서 수소선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 선박은 프랑스의 선박회사 Compagnie Fluvial de Transport(이하 CFT)가 만들었습니다. 길이는 약 50m 정도 되는데, 세계에서 최초로 운행하는 ‘상업용 수소연료선박’입니다.
올해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선박은 전기분해로 생성된 압축수소를 이용해서 움직입니다. 최대 300톤의 화물을 파렛트 혹은 컨테이너로 수송할 수 있다네요. 앞으로 18개월 동안 시범운행할 예정인데요. CFT에서는 시범기간 이후에도 운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네요.
자동차 분야에서도 수소차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나요?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소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기체 상태에서 고압으로 압축하는 압축수소 방식,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화하는 액화수소 방식 등이 있어요.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압축수소 방식입니다. 앞서 소개한 Flagships 프로젝트 수소 선박도 압축수소를 사용하고요. 압축수소는 수소를 연료전지에 바로 공급해서 전기를 생산합니다. 장점이죠. 하지만, 고압으로 압축해도 부피당 에너지 밀도는 낮아 대형 선박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한계점이죠.
게다가 압축수소는 저장에 주의해야 합니다. 2019년 강릉과학산업단지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즉, 압축수소는 저장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설계 탱크에만 저장해야 합니다. 뭐…, 업계는 수소연료탱크 폭발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수소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는 현대차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수소연료탱크의 경우 용광로나 수심 7,000m에서도 터지지 않고 안전하다고 밝히기도 했죠.
대형 선박에 사용하는 액화수소는 기체에 비해 저장 밀도가 약 2배 높고 운송효율도 7배 이상 경제적입니다. 다만, 현재 기술로 액화수소를 만들면, 수소가 가진 전체 에너지의 30% 정도를 소모해야 하고, 충전 이후 지속적인 증발로 인해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습니다. 단점이죠. 이에 전세계 많은 기업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액화수소 선박을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고, 2023년 선박건조, 2024년 시범운행할 예정이라요.
국내 수소 선박 연구 진행은 어떤가요?
해외 국가와 비교하면 시작은 늦었습니다. 다만, 수소 선박 기술 개발은 한창 진행 중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수소 밸류 체인 구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계획의 일부로 현대중공업은 수소 수송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까지 수소 선박 기초 기술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전주기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목표보다 빠른 2027~2028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구요.
수소 선박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후발주자에 위치합니다 지난 2018년에 ‘수소선박 지원방안을’, 2019년에 ‘선박 R&D플랫폼 구축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는데요.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해 12월 ‘2030 그린쉽-K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선박 체계로 변하고 있는 패러다임에 맞춰 나아가기 위한 실증 프로젝트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소형 연안선박을 건조해 기술성·경제성을 검증한 후 대형선박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인데요. 수소 선박 3척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선박을 포함하어 있습니다.
수소 선박 상용화를 위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다면 수소 선박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겠지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멉니다. 프랑스에서 운항 계획 중인 수소 선박은 내륙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압축수소를 이용해 선박 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글로벌 무역 대부분은 해상에서 대형선박으로 이뤄집니다. 대형선박은 액화수소를 필요로 하죠. 즉, 액화수소 관련 기술 발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소 선박이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국제해사기구 선박 규정에 따라 건조해야 하지만, 현재 관련 기준도 없습니다. 수소 선박과 같은 가스선의 경우 액화가스의 저장, 운용 등 관련 규정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 제정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죠.
문제는 더 있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친환경성 때문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사용하는 수소연료는 우리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때문인데요.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따라 ‘그린’, ‘그레이’, ‘블루’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그린 수소가 우리가 생각하는 친환경 수소와 가장 가까운데요. 태양광, 풍력 발전 등에서 발생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탄소 배출은 없지만, 생산 단가는 비싸죠.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생산한 수소입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죠. 그린 수소에 비해 생산 단가는 저렴하지만, 그레이 수소 1톤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10톤을 배출합니다. 블루 수소는 중간 단계 개념입니다.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저장(CCS)해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라네요.
현재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그레이 수소입니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생각하면…, 친환경이라고 하기 어렵죠. 그레이 수소를 그린 수소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0년은 지나야 그린 수소를 주로 이용할 것이라는데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남은 과제는 많습니다. 하나씩 해결해야만 하죠. 그렇다고 탄소 절감이라는 과제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이 노력은 지형을 가리지 않아요. 육지처럼, 해상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LNG선 강국인 우리나라도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 선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