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낭하나 달랑 메고 인공지능 도시 광주 路
인공지능을 하고 싶은 많은 기업과 예비 기업
인공지능 기술은 IoT,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등과 함께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은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될 정도로 산업의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연일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전환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 하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 분야로 창업을 하여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원한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업을 융합하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는 산업은 아직 초기다. 미성숙 분야이다 보니 많은 정보를 가지기 어렵고, 이를 앞서 실행했던 멘토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난 2020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기업 숫자는 2018년 기준 26개, 2020년 기준 10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실리콘벨리는 벌써 인공지능을 기존 산업에 연결할 수 있도록 개발해주고 기존 도메인에 서비스를 컨설팅해 주는 기업이 나타나고, 이를 연결해주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시작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업을 위한 밀키트(Meal Kit)를 포함한 카페테리아 메뉴
광주광역시에 국가인공지능융합단지와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2020년 전 국민 1,000명 샘플 용역조사 결과 국민 80.5%가 인공지능 대규모 집적단지 조성에 대해 알고 있으며, 23.1%가 지역으로 광주를 지목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용역으로 매스씨엔지 수행) 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광주광역시의 모든 기관이 인공지능 기업 성공을 위해 '배낭 메고 인공지능 도시 광주 路' 라는 슬로건과 그에 맞는 실행을 진행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인공지능 기업을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인공지능은 기존 ICT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다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우리가 코딩 교육에서 늘 보고 배웠던 프로그래밍을 통해 나오는 ‘소스코드’를 콘텐츠로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델’과 이를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콘텐츠로 한다. 콘텐츠만의 차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는 초기 개발 단계 보다 이를 유지·보수 하는 단계에서 전체 비용과 리소스의 70% 이상을 소요한다(소프트웨어 공학의 각종 형태 유지보수 비용 총합 참고). 하지만, 인공지능은 초기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엄청난 자원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조금씩 다르지만, 심한 경우 초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약 90%에 달하는 비용과 리소스를 학습(초기 단계)에 들어간다(문체부 지능형 콘텐츠 수행과제 수행 기업 중 상용서비스 실시하는 기관 간담회 결과). 게다가 학습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다른 점이다. 물론 모델에 대한 학습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인식 분야의 결과는 다르다.
실제 인공지능 기반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 초기 학습을 위한 시스템을 인하우스(In-house)에 갖추지 않고, 인공지능 특화 클라우드를 임차해 사용한다면, 월 몇 백에서 몇 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창업 기업과 기존 기업의 인공지능 초기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학습 인프라를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과 학습용 데이터를 지원하는 사업을 부처별로 실시한다.
두 번째, 인공지능은 성숙되어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달리 기업간 실력차이가 너무 크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공지능을 본인의 도메인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기업부터, 데이터 확보나 자금이 더 이상 기업 성장의 베리어(Barrier)가 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기업들까지, 그 폭은 엄청나게 크다. 당연하다. 인공지능 산업융합 분야는 모두가 성장 분야로 예측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산업 생태계 형성 단계에 있는 미성숙 분야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이러한 실력차이를 인정하고 특정 수준에 도달한 기업만 지원하면 될까? 아니다.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에 융합해 사용할 만큼 산업의 촉매제다.
이처험 다양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 꾸러미(Package)를 갖추어야 한다. 마치 카페테리어 메뉴처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기 인공지능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습을 위한 리소스다. 국가인공지능데이터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이면서 세계적인 규모의 인공지능 특화 데이터 센터다. 오는 2023년까지 1초에 8경 번 이상 계산할 수 있는 88.5 PF의 연산용량과 107 PB 상당의 인프라를 갖추고, 인공지능 기업을 위해 지원한다. 올해와 내년은 전체 구축 규모의 10%인 8.85 TF, 10.7 PB 규모를 갖춰고, 각종 개발 도구와 프레임 워크를 모두 지원한다. 이를 자유롭게 활용해 원하는 결과의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해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재료에 불과하다.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신선한 재료만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먼저 맛있는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미리 준비된 맛있는 음식을 골라서 먹어보고, 만드는 방법을 알면 재료만 주어도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중간에 밀키트(Meal Kit)를 제공해서 만드는 방법을 여려 번 연습해 봐야 할지 모른다. 본인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피드백도 받아봐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지원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거나 일부 중간단계의 재료를 만들어 놓고, 최종요리를 만들게 하는 것은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AIaaS(AI Module as a Service)다. 아주 잘 학습된 모델을 기반으로 학습된 데이터와 함께 API 형태로 제공한다. 이렇게 지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익숙한 기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초기 학습에 대한 과정도 생략할 수 있다. 재학습을 통해 본인의 도메인에서 쉽게 제품과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AIaaS를 많이 갖추어 놓는다면, 인공지능 기업이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을 쉽게 선택해 마치 카페테리어에서 메뉴를 선택하듯 서비스를 진행하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AIaaS는 인공지능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고, 어떤 도메인에서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서비스를 실시해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글로벌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인 AWS, MS, Google이 국내 인공지능 기업에게 무상으로 인프라와 기술 등을 지원한다. 아니, 초기 교육까지 제공한다.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NHN은 이곳에 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고, AI 사업본부를 설립해 AIaaS의 AI Module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곧 인공지능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이다.
아, 한가지 더.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주고 이를 골라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아마도 밀키트 형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의 조사결과처럼 국내 인공지능 수준은 재료나 음식을 조리하는 기구가 아닌 음식을 만드는 법, 즉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실행이 주요 경쟁국 대비 상당한 열세다.
실증 지원은 단순히 개발한 결과를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증은 상용 수준의 레퍼런스 모델(Reference Model)을 기업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때문에 레퍼런스 모델이 워킹(Working)하고 있음을 보여주면 투자를 위한 기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센터는 여러 기관, 기업과 함께 광주광역시 주력 분야인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와 콘텐츠 분야에 필요한 장비를 구축하고 함께 실증 사업을 실행한다. 인공지능 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최초이면서 최대인 자율주행 자동차 시뮬레이터 설치다. 자동차가 통째로 들어가는 규모에 다양한 자율주행 시나리오를 시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7월부터 광주시내에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실제 도로주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시뮬레이터를 완성하면, 더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위험하게 도로를 주행할 필요도 없고, 허가를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도 없다. 연결된 소형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응을 비교할 수도 있다. 헬스케어 역시 광주광역시 보건소와 건강타운을 연계해 각종 장비를 활용한 실증을 실시된다.
꿈을 이루는 길(路) 배낭 메고 인공지능 도시 광주 路
이렇게 인공지능 기업을 위한 인프라부터 실증까지 지원하며, 국가와 지자체가 동시에 지원하는 곳은 광주밖에 없다. 또한, 인공지능 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 펀드와 인력 양성도 광주광역시 기관을 통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1인 기업부터 창업 초기 기업까지, 초기 스케일업을 위한 보육 시설과 멘토링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배낭 메고 광주로 가면 성공의 길(路)이 있는지?', '왜 꼭 광주여야 하는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을 학습하거나 서비스를 위해서는 ICT 최강국 우리나라 어디서든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사업하고자 한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고, 실시간 정보를 기반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성공의 시작이다. 실리콘벨리에서는 매주 해커톤이 열린다. 해커톤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해커톤 상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해커톤은 나와 함께 고민하는 전문가 집단을 가장 빠른 시간에 만나고, 가장 빠르게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향후 광주 전역이 그러한 장소가 되도록 모든 기관이 함께 변화 시키고 있다.
배낭하나 달랑 메고 인공지능 도시 광주 路 가면 인공지능 사업을 위한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함께 할 전문가도 있고, 멘토가 되어줄 기업과 기관도 있다. 이것이 '왜 꼭 광주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글 /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곽재도 사업본부장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