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사랑받는 브랜드 당근마켓
[IT동아 정연호 기자] ‘중고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구매자는 물건을 중고로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잉여 물건 판매로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중고거래가 활발해진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자, 중고거래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그 중 동네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해 1억 2,000만 회의 이웃 간 거래/나눔/소통을 이루는 등 ‘당근 열풍’의 한 해를 보냈다.
모바일 앱 시장 분석 서비스 와이즈 앱이 만 10세 이상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조사한 결과, 지난 4월 기준으로 당근마켓 월 이용자 수(MAU)는 1,4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당근마켓은 2015년 후발주자로 중고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국내 중고거래 앱 월 이용자 수 기준으론 독보적인 1위다.
당근마켓은 ‘최대 반경 6km’라는 원칙으로 전국을 6,500개 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별로 이웃 간 중고거래를 중개한다. 동네 주민과의 직거래를 통해서 중고물품을 안심하며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거래 시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직거래를 통해서 택배비/포장비를 아낄 수 있고, 식자재처럼 소소한 물건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전화번호를 통한 쉬운 가입과, 약속 장소를 1 : 1 채팅으로 정하고 거래하는 간편한 방식으로 고령자를 비롯한 디지털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중고거래에도 신뢰를 구축
하지만, 당근마켓이 ‘편리한 이용방식’만으로 업계 1위 중고나라의 아성을 위협한 것은 아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서 발생하는 ‘신뢰’라는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공략했다. 비대면, 택배거래로 이뤄지는 기존 방식은 거래 상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매년 발생하는 중고거래 사기는 이런 불신을 심화했다.
신뢰할 수 있는 중고거래를 위해서, 당근마켓은 반경 4~6km 안의 '동네 사람'끼리 직접 만나 물건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서비스를 설계했다. 당근마켓에서 거래하려면 휴대폰으로 본인동네 인증과 위치등록을 해야 하며, 직거래 특성상 그 자리에서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거래를 결정할 수 있다. 동네에서 다시 볼 수도 있는 이웃과 거래하는 만큼 택배거래에 비해서 중고거래 시 사기당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이용자마다 표시되는 매너 온도계로 판매자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도 있다. 매너 온도계는 개인별 신뢰 등급제로 신규 가입자는 36.5도를 가리키는 파란색 매너온도를 부여받으며, 거래 상대방의 평가에 따라서 온도와 아이콘 색상이 변한다. 온도가 높다는 건 신뢰할 만한 사람이란 뜻이며, 이 온도계를 참고해 상대방이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 신뢰를 더함으로써 이용 장벽을 낮췄다.
소셜 커뮤니티가 된 당근마켓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근마켓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따뜻한 커뮤니티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당근마켓은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바꿨는데, 이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닌 소셜 커뮤니티에 방점을 찍겠단 의지로 보인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동네 생활’ 탭을 추가한 뒤로, 동네 기반 커뮤니티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동네 생활 탭엔 ‘동네의 생활 이야기, 동네 사건/사고, 동네 분실센터’로 구성된 기본주제 게시판과 관심주제별 게시판이 있다. 이곳은 이웃들이 동네 곳곳의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무료로 나누기도 하는 ‘사랑방’이 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생활 탭에서 공유된다.
생활 탭에선, 강아지 산책을 대신해줄 사람을 구한 뒤 수고비를 주거나, 동네에서 같이 밥 먹을 친구 구하기, 코로나 19 이후로 마스크 무료 나눔하기, 맛집/미용실/헬스장 및 생활 정보 공유하기 등 다양한 일들이 행해지고 있다.
따뜻한 커뮤니티라는 브랜드는 당근마켓이 소상공인 지킴이로 나서면서 완성됐다. 당근마켓은 ‘내 근처’ 탭을 추가하면서, 주민들과 코로나 19로 피해받은 동네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일을 해왔다.
내 근처 탭은 인테리어, 카페, 헤어샵, 용달 이사 등 동네의 가게 정보와 가게 방문 후기, 가격, 위치, 할인 혜택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동네 가게에 찾아가 소비를 하며, 동네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다. 이웃끼리 서로를 보살펴 주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당근마켓 앱은 체류 시간이 하루 평균 20분, 평균 방문일 월 22~24회로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람 간 관계는 단절됐지만, 이들은 단절을 이웃 간의 정으로 회복하길 바라는 듯하다.
당근마켓의 미래
당근마켓의 수익 모델은 소상공인 광고뿐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의 광고만 받으며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물품 외에도 부동산, 구인/구직, 모임 및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 같은 기능을 추가해 이커머스 산업에 나설 수도 있다.
이처럼 당근마켓은 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통합 플랫폼이다. 다만 네이버 카페에 추가된 이웃과 대화할 수 있는 '이웃톡' 기능처럼, 지역 기반 커뮤니티는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근마켓은사업 확장과 더불어 '따뜻한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현재의 자리를 지키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