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박순탁 팀장, “스타트업과 함께 5년을 지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해 푸드테크 스타트업 141개를 지원했다. 지원한 입주기업은 누적매출액 645억 원, 투자유치액 220억 원, 일자리창출 526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2020년 기준).
참고로 지난 2020년 12월,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지난 성과를 인정받아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그린타워 8층과 9층으로 이전했다. 규모를 확대해 최대 70개 입주기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최근 트렌드에 맞춰 오픈키친을 영상 촬영에 용이하도록 재구성했다. 또한, 식품 기본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R&D랩실, 영상 촬영을 위한 미디어룸 등도 마련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다. 입주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회, 판매 행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외에도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 지원한다.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입주기업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박순탁 팀장과 최근 입주기업 라이브커머스 지원을 위해 노력한 임태희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5년, 먹거리 스타트업에 맞춰 변화한 공간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엊그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방문한지도 어느새 5년째에 접어든다.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이 이 곳에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순탁 팀장(이하 박 팀장): 올해로 4년째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거쳐갔다(웃음). 졸업한 기업도 있고,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새내기도 있다. 지금도 이 곳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는 다양한 상황에 처한 스타트업이 매 순간 도전을 이어간다. 스타트업마다 처한 위치는 모두 다르다. 몇십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과 이제 막 아이디어를 들고 사업 구체화를 위해 초기창업자금을 찾고 있는 스타트업이 함께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웃음).
IT동아: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가락몰에 있을 때도 시설과 설비, 주변 인프라와 연계하는 네트워크 등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안다. 이곳 강동으로 옮겨오면서 뭐랄까… 많이 세련되어 보인다(웃음).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랄까.
박 팀장: 하하. 아니다. 좋은 말씀에 감사하다. 음… 크게 달라진 것은 오픈키친과 입주 공간이다. 먹거리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음식을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오픈키친은 필수다. 여기에 조금 변화를 줬다. 방송 촬영을 보다 쉽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난 시간 동안 스타트업이 영상 촬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장도 그렇게 움직이며 발전했고. 영상이라는 콘텐츠는 빠르게 소비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MZ 세대뿐만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세대까지 영상을 즐긴다. 유튜브 링크를 서로 공유하고, 짤막한 페이스북 영상을 보며 웃는다. 글과 사진처럼 말이다.
가락몰에 있을 때도 입주기업에게 영상 촬영은 주된 일정 중 하나였다. 영상은 스타트업이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콘텐츠 중 하나였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오픈키친에서 조명을 켜고, 자신이 개발한 먹거리를 소개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상을 보다 쉽게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드리면 좋겠다’고.
오픈키친 앞 공간을 상황에 따라 회의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촬영 장비와 스태프가 오갈 수 있도록 꾸몄다. 이전에는 1개였던 오픈키친을 2개로 늘렸고. 서로의 소리가 섞이지 않도록 방음 차단막도 설치했고, 안쪽의 오픈키친에는 조명도 달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서로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면서 스튜디오처럼 활용하기도 했고(웃음).
IT동아: 입주공간도 확 달라졌는데.
박 팀장: 공간의 구분을 없앴다(웃음). 정확히는 벽을 없앴다. 스타트업이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는 취지다. 그렇다고 다른 스타트업끼리 한 공간에 모두 모여있는 모습은 아니고… 각각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파티션은 있다. 완벽히 차단하는 벽을 없애고, 오가며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으로 꾸몄다. 다행히 많이 좋아 하신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모습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입주기업 면면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먹거리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유통, 제조, 가공, 융복합 등 다양해졌다.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입주기업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정리’하는데 노력했다. 공용공간(오픈키친과 라운지 등)과 업무공간을 구분했고, 전반적으로 공간을 확대하면서 이전 불편함을 없앴다. 2개로 늘린 오픈키친을, 우리는 스스로 먹거리 촬영과 IR 발표에 특화한 공간이라고 소개한다(웃음). ‘다목적 쿠킹 스튜디오’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많이 즐겁다. 이 곳은 매순간 새로운 먹거리가 가득한 공간이다. 먹거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자극한다. 직관적으로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 맛을 볼 수 있다. 즐겁게 일하는 공간이다. 맛있는 시식 기회도 많고(웃음).
라이브커머스, 먹거리 스타트업 스스로를 알리다
IT동아: 최근 오픈키친을 활용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는데.
박 팀장: 올해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이 현실, 코로나19 때문이다. 조기 종식되기를 희망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의 많은 것이 변화했다.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이전과 다른 생활 방식에 접어들었다. 이는 스타트업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먹거리 스타트업은, 전시회와 박람회 등에 참여하며 스스로를 알려야 한다. 어필이다. 새로운 음식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맛’이다. 맛을 보려면, 음식을 들고 고객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수백, 수천 명이 모여야 하는 전시회와 박람회는 어떤가. 거의 전무하다. 철저한 방역 여건을 갖추고,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효과는 예전만큼 못하다. 행여나 전시회에서 코로나19가 감염되기라도 했었다면…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스타트업에게 코로나19는 치명타였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개발을 마쳤는데, 소개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작년 온라인 전시회에도 참여해보고, 온라인으로 해외 투자사에게 IR 발표를 해봤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라이브커머스’였다.
임태희 매니저(이하 임 매니저): 이전에도 라이브커머스는 새로운 채널로 주목하고 있었다.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자체적으로도 시도하고 있었고. 일단, 전시회나 박람회 참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참가 등과 비교해 저렴한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전하는 발표 현장이자, 비대면으로 고객과 만나는 장터다.
박 팀장: 어떻게 하면, ‘라이브커머스를 잘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린 결론,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배고픈 자에게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하지 않나. 라이브커머스 준비부터 기획, 실행, 운영, 결과까지. 스타트업이 전 과정에 참여해 결과까지 내기를 희망했다.
작년부터 준비해, 올해 상반기 30개 기업이 라이브커머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무리했다.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를 불러 기획, 시나리오 작성, 큐시트 작성, 방송화법, 마케팅 방법, 쇼호스트 연계 등을 진행했다. 그렇게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입주기업이 라이브커머스에 참여했다. 4월 한달 동안 건강선생, 룰루요거트, 초블레스, 엔앤비푸드, 디스이즈, 뉴트리그램, 다피나, 로렌츄컴퍼니, 와이바이오틱, 효상HS 등이 참여했고, 6월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IT동아: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말. 맞다. 필요하다. 모두가 공감할 정도로.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박 팀장: 당장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다. 실제로 참여하신 입주기업 대표님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먹거리 스타트업은 대부분 오프라인만을 바라봤다.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팝업 스토어에 참여하고, 국내외 바이어가 참여하는 전시회나 박람회에 제품을 들고 나가는 형태에 집중했다. 어찌보면, 유일한 채널이고 창구였다.
그런데, 오프라인 행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만약 일주일 정도 행사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자. 해당 기간 동안 소개할 제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고, 행사 주최측과 장소와 진행 방식, 기간 등을 조율해야 한다. 최소 2명 정도는 행사장에 계속 나가 있어야 하고, 하루 종일 서서 방문하는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 이 준비 기간과 행사 참여 기간 동안 다른 일은 대부분 멈춰야 한다. 인력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에게 오프라인 행사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라이브커머스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와 비교하면 들어가는 비용도 저렴하고.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과 홍보를 직접 기획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에 나오지 않는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빠르지 않지만, 채팅을 통해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매출이 나온다(웃음). 1시간, 2시간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바로 제품을 판매하고 매출을 확인할 수 있지 않나. 먹거리 스타트업이 진출하고 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로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IT동아: 쉽지 않은 도전인데.
박 팀장: 맞다. 쉽지 않다. 라이브커머스는 경쟁의 한복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라이브커머스 채널이 열리고 있다. 유명한 방송인부터 인플루언서가 즐비하다. 기업들도 자체 채널을 열면서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한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괜찮은 방법을 찾았다. 그럼 도전해봐야 한다. 어렵다고 외면하면, 바뀌는 것은 없다. 오히려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함께한 5년, 그 이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IT동아: 올해 서울먹거리창업센터가 집중하는 바가 있다면.
박 팀장: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스타트업에게, 입주기업에게 지원해드릴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사업하면서 어려워하는 점을 도와주고, 상담해드리는 역할이다. 그걸 우리 센터가 직접하지는 않는다. 전문가가 따로 있다.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VC를 연결하고, 제품을 완성해 판매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유통 전문가를 소개한다. 그게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대비하는 한해다. 작년부터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했다. 입주기업들이 시장에 안착하고,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단계, 스케일업할 수 있는 단계를 가속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5년 전과 비교해,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손님이 종종 센터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입주기업 대표님들을 소개하는데, 얼버무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대표님이 없다. 다들 영어로 바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깜짝 놀랐다.
(기자도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얼어붙는다는 말에)
하하. 마찬가지다. 그렇게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 5년 전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리던 초창기의 모습이 아니다. 내실을 갖추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설립한 먹거리에 특화한 보육형 창업센터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가 최초다. 쉽지 않았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우리 센터 스스로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찾아다녀야 했는데, 이제는 좋은 스타업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봐주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우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그리고 함께하고 있는 입주기업에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