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병 유발하는 이어폰? 올바른 사용 습관과 청결 유지가 최선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출시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를 사용하다 외이도염에 걸렸다는 피해 호소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외이도염이란 귀의 입구부터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가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되면서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외이도염에 걸리면 귀가 가렵고, 진물과 악취가 난다.

일반적으로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건 인이어 혹은 커널형 이어폰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졌다. 이어팁을 귓속에 밀어넣는 형태다 보니깐 귓속을 밀폐하면서 습도를 높인다. 습도가 높아진 만큼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지면서 외이도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버즈 프로만의 문제는 아니며, 다른 경쟁사 제품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외이도염 유발 논란이 불거진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출처=삼성전자)
외이도염 유발 논란이 불거진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출처=삼성전자)

실제로 애플의 인이어 타입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의 경우도 사용자가 외이도염에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애플 측은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발병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 자료를 받은 뒤 진료비, 치료비 등 비용을 지급하고 제품을 환불해주고 있다.

그러나 경쟁 제품에 비해 갤럭시 버즈 프로가 유독 외이도염에 취약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멤버스 등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보면 이전부터 인이어 이어폰을 꾸준히 사용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버즈 프로에서만 문제가 생겼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버즈 프로가 외이도염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볼록한 본체 형태가 문제라거나, 이어팁 형태가 문제라는 등 여러 가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버즈 프로 특유의 볼록한 형태가 원인이 아니냐는 가설도 있다 (출처=삼성전자)
버즈 프로 특유의 볼록한 형태가 원인이 아니냐는 가설도 있다 (출처=삼성전자)

희박하지만 제품에 포함된 특정 물질이 일부 민감한 사용자들에게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 모두 제품에 포함된 니켈과 아크릴레이트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

다만 니켈은 대부분의 스테인리스 스틸에 포함됐고, 아크릴레이트는 반창고 접착제 성분 등으로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이다. 평소 이런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게 아니라면 이어폰 사용으로 생긴 외이도염은 알레르기에 의한 것보다는 세균성 외이도염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 애플은 제품에 포함된 특정 물질에 일부 사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출처=애플)
삼성, 애플은 제품에 포함된 특정 물질에 일부 사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출처=애플)

전문가들 의견도 이어폰에 의한 외이도염 발병은 특정 제품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모인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종류를 불문하고 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그중에서도 헤드폰보다는 이어폰, 오픈형 이어폰보다는 인이어 이어폰이 외이도염을 유발하기 쉬울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폰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걸까? 귀 건강을 생각하면 그게 최선일 수도 있지만, 좋든 싫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이어폰을 쓰는 게 에티켓인 세상 아닌가? 그렇다면 이어폰을 쓰더라도 최대한 귀 건강에 ‘덜 나쁘게’ 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어폰에 의한 외이도염 방지하려면?

축축하고 따뜻한 환경은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적당한 환경이다. 젖은 상태에서 인이어 이어폰을 착용한 우리 귀가 딱 그런 환경이 된다.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은 직후, 귀를 제대로 건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폰을 착용하는 건 피해야 하는 이유다. 운동할 때 이어폰을 착용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 운동으로 높아진 체온에 땀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날씨가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이어폰 사용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귀에 물기가 있을 때는 이어폰 착용을 피해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귀에 물기가 있을 때는 이어폰 착용을 피해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장시간 착용도 피해야 한다. 무선 이어폰은 거추장스러운 선이 없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오래 끼고 있을 때가 많다. 이어폰을 오래 끼고 있다 보면 귀 내부가 환기가 안 되면서 습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어폰을 낀 채로 잠드는 것도 금물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이어폰 하루 사용을 60분 이내로 제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걸 지키기 힘들더라도 1~2시간마다 10분에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가능하면 인이어보다는 오픈형 이어폰, 오픈형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쓰는 것도 조금이나마 귀에 가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편이다. 물론 어느 경우건 오래 쓰면 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꾸준한 살균·소독은 필수

위생을 위해 매일 속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이어폰도 청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알코올 솜이나 살균소독용 티슈를 이용해서 주기적으로 이어팁을 포함한 이어폰 전체를 잘 닦아준 다음 물기를 충분히 말려주자. 잘 닿지 않는 부분은 면봉이나 이쑤시개에 소독 티슈를 감싼 뒤 조심스레 닦아주면 된다. 이어팁 내부에 달린 망은 너무 힘을 줘서 닦으면 찢어지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어폰이 닿는 충전 케이스 내부도 잊지말고 같이 닦아준 뒤 잘 말려주자.

일반 물티슈가 아닌 살균·소독 티슈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국내에서도 판매 중인 살균·소독 티슈 '크로락스' (출처=셔터스톡)
일반 물티슈가 아닌 살균·소독 티슈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국내에서도 판매 중인 살균·소독 티슈 '크로락스' (출처=셔터스톡)

자외선(UV)이나 열풍을 이용한 살균기가 있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마스크를 살균하는 용도의 저렴한 소형 살균기도 많이 나와 있으니 하나 구해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만약 이미 외이도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사용하던 이어폰도 이미 세균에 오염됐다는 의미이니 치료를 마칠 때까지는 사용을 자제하자. 다시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소독과 세척을 해줘야 한다. 이어팁을 새것으로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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