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심 재단용 ‘유심 커터’, 1회용이지만 괜찮아?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현대인이 이용하는 휴대전화에는 대부분 유심(USIM) 칩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이용자의 식별정보가 담긴 작은 IC카드로,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에선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선 심(SIM, Identity Module) 카드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선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때문인지 유심(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이라는 명칭이 더 일반적이다.

유심 사이즈를 변경하는 유심 커터
유심 사이즈를 변경하는 유심 커터

사용 단말기를 바꾸고 싶을 때, 기존 단말기의 유심을 빼서 새 단말기에 꽂기만 하면 되니 매우 편리하다. 다만 단말기에 따라 꽂을 수 있는 유심의 규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 시장에서 주로 쓰는 건 카드의 크기에 따라 25 x 15mm의 미니 유심, 15 x 12mm의 마이크로 유심, 그리고 12.3 x 8.8mm의 나노 유심으로 나뉜다.

미니 유심과 마이크로 유심, 나노 유심
미니 유심과 마이크로 유심, 나노 유심

스마트폰의 기능이 향상되고, 제조사들은 제한된 크기에 최대한 많은 부품을 넣기 위해 신형 제품일 수록 한층 작은 유심을 채택하곤 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의 경우, 갤럭시S2(2011) 까지는 미니 유심을 적용했으나 갤럭시S3(2012) 부터는 마이크로 유심을, 그리고 갤럭시S6(2015) 부터는 나노 유심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구형 단말기를 가진 사람이 새 단말기로 옮겨가고자 할 때 유심 역시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에서 파는 유심 가격은 개당 6000~8000원 남짓인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새 유심에 가입자 정보를 옮기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지점이나 고객센터를 방문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번거롭다.

칼이나 가위로 직접 유심 사이즈 변경도 가능하지만

그래서 몇몇 사용자들은 새 유심을 사지 않고 기존 유심의 테두리 부분을 잘라내고 재단하는 식으로 크기를 조절해 새 단말기에 끼우기도 한다. 유심은 테두리 부분이 잘려 나가더라도 가운데 부분의 IC와 접점만 남아 있다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곳곳에서 유심을 잘 자르는 법을 소개하거나 정확하게 재단 하기 위한 도안을 공유하는 페이지를 적잖게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유심 재단용 도안 (출처=고소프트웍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유심 재단용 도안 (출처=고소프트웍스)

다만 유심을 직접 칼이나 가위로 자르는 과정은 실패할 위험도 있다. 불과 1~2mm 정도만 잘못 잘라도 유심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며, 깔끔하게 자르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단말기에 꽂으려 하다가 단말기의 유심 트레이 부분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몇 천원 아끼려고 하다가 그 이상의 수리비를 날려야 할 수도 있다.

제품 값보다 배송료가 더 비싼 ‘유심 커터’

그래서 요즘은 유심을 정확하게 자르는 작업을 돕는 도구, 이른바 ‘유심 커터’도 팔리고 있다. 여기에 유심을 넣고 스테이플러(호치키스) 찍듯 쥐기만 하면 미니 유심이 마이크로 유심으로, 마이크로 유심은 나노 유심으로 정확하게 잘려 배출된다. 판매하는 브랜드는 여러 곳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TE’사에서 제조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2000~3000원에 살 수 있는 2 in 1  유심 커터
2000~3000원에 살 수 있는 2 in 1 유심 커터

실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유심 커터를 주문해봤다. 제품 가격은 매우 저렴한데, 불과 2,000~3,000원 남짓이다. 제품 자체보다 배송료가 더 비싸다는 점을 고민하게 할 정도다. 아무튼 이렇게 배송된 유심 커터를 이용, 마이크로 유심을 나노 규격으로 사이즈 변경을 시도했다.

유심 꽂고 ‘찰칵’ 쥐니 1초 만에 끝

하단 슬롯에 재단할 유심을 끼운다
하단 슬롯에 재단할 유심을 끼운다

이번에 주문한 제품은 2 in 1 규격으로 미니 유심을 마이크로 유심으로, 마이크로 유심은 나노 유심으로 변경할 수 있다. 하단의 유심 슬롯에 유심을 꽂고 손잡이를 강하게 쥐니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노 규격으로 변신한 마이크로 유심이 튀어나왔다. 소요 시간은 불과 1초 정도다.

빠르게, 그리고 단숨에 누르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게, 그리고 단숨에 누르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유심 커터를 좀 더 잘 이용하기 위한 팁도 있다. 하단 트레이에 유심을 끼울 때 최대한 끝까지 밀어 넣을 것. 그리고 유심을 자를 때 천천히 쥐지 말고 힘을 쥐서 빠르게, 그리고 단숨에 잘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깔끔하게 테두리가 잘려 나간다. 참고로 잘려 나간 유심 테두리는 버리지 말고 보관해 두자. 나중에 새 전화번호를 넣어 유심 재활용을 하고자 할 때 거기에 적힌 유심 인식 번호가 나중에 필요해질 수도 있다.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재단을 끝낸 유심을 새 단말기에 꽂아 전원을 켠 후, 이동전화 신호가 잘 잡히는 지를 확인하자. 만약 첫 부팅에서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2~3번 정도 단말기를 재시작하면 신호가 잡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외로 높은 만족도, 1회용이라는 딜레마

유심 커터는 값이 저렴한 데다 사용법도 간단하고, 작업 결과물도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국내외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 TE사의 제품을 팔고 있는데 저렴한 제품이지만 100% 금속 재질인 데다 견고하다. 다만 어지간해서 이런 제품은 평생 1회 이상 쓸 일이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빌려준다고 해도 2~3회 사용이 고작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심 커터를 판매하는 몇몇 온라인 쇼핑몰에선 ‘반품 불가’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유심 커터 제품 자체는 기대 이상으로 쓸 만한데다, 한 번 쓰고 버리기는 아까울 정도로 만듦새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용도의 특수성 때문에 1회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딜레마를 가진 물건이기도 하다. 아직도 구형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어르신이나 어린이가 주변에 많다면 하나 정도 구비해 둘 만은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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