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로 끝난 네이버 '오늘일기' 챌린지 해프닝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네이버가 2주간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는 이용자에게 최대 1만 6000원에 상당하는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가 3일 만에 조기 종료했다. 부정 참가자가 너무 많았다는 이유인데, 이벤트에 참여했던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졌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달 27일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에 ‘오늘일기’ 챌린지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5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였다. 3일 차에는 1,000원, 10일 차에는 5,000원, 14일 차에는 1만원이 지급돼 2주를 모두 채울 경우 최대 1만 6,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2주를 다 채우면 총 1만 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출처=네이버)
2주를 다 채우면 총 1만 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출처=네이버)

오늘일기 이벤트 내용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널리 퍼지며 화제가 됐다. 일기라는 주제와 맞으면 단 한 줄이라도 인정돼 참여 문턱이 낮은 한편, 보상은 1만 6,000원으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은 곧바로 열광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이벤트 참여 조건이었던 ‘블챌’, ‘오늘일기’ 태그를 쓴 블로그 글은 1일차에만 60만 건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작심삼일, 노노!’라는 문구까지 써가며 꾸준한 일기 작성을 독려했지만, 정작 3일 만에 끝난 건 이벤트 그 자체였다. 지난 3일 네이버는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에 “부득이하게 #오늘일기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네이버 취지와 다른 어뷰징 형태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이유다.

네이버가 지난 3일 올린 조기 종료 안내 글 (출처=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 캡처
네이버가 지난 3일 올린 조기 종료 안내 글 (출처=네이버 블로그팀 공식 블로그 캡처

네이버가 말하는 어뷰징 참여자란 보상만을 노리고 이벤트 취지를 벗어난 글을 남기는 부정 참여자들을 말한다. 여러 아이디로 같은 글을 복사·붙여넣기 한다던가, 무의미한 내용을 적는다던가, 일기가 아닌 글에 이벤트 참여 태그를 거는 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뷰징 글 패턴이 다양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조기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참여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블로그 공지 글에는 수만 건에 달하는 항의 댓글이 달렸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허탈함과 분노를 드러내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참여자들은 이에 항의하는 카페를 개설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네이버는 다음 날인 4일 다시 공지를 올리고 재차 사과하면서 조기 종료 결정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 측은 글에서 “14일 완주를 유지하며 성실하게 참여한 사용자분께 혜택을 드리는 것 또한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사용자에게만 혜택을 드릴 경우 14일간의 포스팅 중 유효한 응모 글과 유효하지 않은 응모 글을 판별하는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 분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일부 참여자는 '예상보다 참가자가 많아서 비용이 감당이 안 되니 어뷰징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펼쳤다. 실제로 1일 차 참가자 약 60만 명 중 어뷰징 참가자, 중도탈락자를 제외하고 그 절반인 30만 명 정도만 챌린지를 완주한다고 해도 네이버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50억 원에 가깝다

이에 관해 네이버는 예산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참가자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전에도 꾸준히 블로그 챌린지를 진행했는데, 유독 이번에 참여자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이벤트로 이용자 신뢰를 잃긴 했지만, 얻은 게 전혀 없지는 않다. 네이버페이나 블로그 활성화라는 소기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벤트 조기 종료 공지 글 댓글도 처음에는 항의성 댓글이 주를 이루지만, 나중에는 블로그를 홍보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는 오늘일기 챌린지를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글도 눈에 띈다.

반면 참여자들은 약속과 달리 3일 차 보상인 1,000원씩만 받게 됐다. 네이버는 추가 보상이나 향후 이벤트 재개 여부는 현재까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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