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테사 김형준 대표, “미술 작품의 가치를 사용자와 공유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요즘 낯선 단어가 핫하다. NFT.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다. 토큰, 코인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NFT를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그거 비트코인 아니냐”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은 각각의 코인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1비트코인을 각각 소유한 A씨와 B씨가 지닌 가치는 동일하다. 다만, 거래하는 시점에 따라 현 가치를 판단해 판매가와 구매가가 달라질 뿐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상호교환할 수 없다. 의미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으로 발급한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다. 때문에 NFT는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해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얼마 전,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을 구매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뒤따랐다. 일론 머스크 CEO의 아내이자 가수, 팝 아티스트인 그라임스가 디지털 그림을 10점을 NFT화해 판매했고, 온라인 경매에서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5억 원)을 벌었다.
디지털 그림, 디지털 아트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만, 그라임스의 작품은 기존 디지털 아트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NFT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NFT를 적용한 디지털 아트 중 현재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 예명)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으로,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현존하는 작가 중 비플이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서 셋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
블록체인 미술 투자, 재테크로?
예상보다 고가의 거래 소식이 들려오는 NFT 관련 소식과 함께,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재테크 활용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그간 유명 미술품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주 소비층이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 그쳤지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할소유권 거래 방식의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늘어나며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술품 투자자 유입률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진품 여부와 거래 과정 등 미술품 시장의 정보 관리에 대한 신뢰를 높인 아트테크(Art와 Investment Technology의 합성어)에 대해 '변동률 높은 기존 투자 방식보다 안정적인 대체 투자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이를 활용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스스로 블록체인 재테크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는 ‘㈜테사(대표: 김형준, 이하 테사)’다. 테사는 고가의 미술 작품 소유권을 여러 명이 나눠 투자하고 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십, 수백명이 하나의 작품을 분할 소유하기 때문에 억대가 넘는 작품도 부담없이 투자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에 테사의 김형준 대표를 만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2019년 겨울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건 그렇고 최근 들려오는 테사 관련 소식이 상당히 뜨겁다. 유명 작가의 그림 판매 마감 시간이 연일 단축되고 있다고 들었다.
김형준 대표(이하 김 대표): 하하. 아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최근 NFT 관련 소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는 듯하다. 회원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많은 사람이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키스 해링(Keith Haring),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 제프 쿤스(Jeff Koons) 등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분할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아트테크, 그러니까 미술 작품에 대한 재테크 진입 장벽이 무너진 점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적게는 3,000~5,000만 원, 크게는 수억~수십억 원의 작품을 “내가 샀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테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그리고 이를 통해 부가 수익도 얻을 수 있고.
IT동아: 미술 자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김 대표: 맞다. 요즘 주말이면 미술관, 갤러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테사의 시작도 여기에 있었다. 유명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산다. 그저 소수의 몇몇 자산가 또는 법인이 그림을 소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서 고민을 시작했다. 크게 보면, 미술 시장에 동떨어진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관여하는 셈이다.
법률적인 문제부터 검토했다. 하나의 작품을 여러 명이 공유해 소유할 수 없을까? 공유지분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사용자 각각이 미술품의 가치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테사다.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것이고.
IT동아: 블록체인 관련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 대표: 블록체인하면 대부분 토큰, 코인을 떠올리는데 조금 더 넓은 얘기를 꺼내고 싶다. 테사는 흔히 얘기하는 가상자산의 코인이 없다. 테사코인이 없다는 뜻이다. 그 어떤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등록되지 않는다. 테사는 미술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하고, 이를 관리하는 업체다. 그 관리 방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을 뿐이다.
(테사코인이 없다?)
맞다. 코인이 아니다. 정확한 의미는 각 작품에 대한 분할 소유 권리를 블록체인으로 인증하고, 거래 내역을 추적 관리할 뿐이다. 테사는 이 거래 방법을 조금 더 쉽고, 간편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년 4월 처음 공식 판매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해당 작품은 464명이 분할 소유하고 있다. 즉, 실물이 있고 이를 분할 소유하는 권리를 블록체인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IT동아: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미술 작품을 거래하고 관리하는 하나의 기술인 셈이다.
김 대표: 맞다. 누구도 조작할 수 없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활용했을 뿐이다. 마치 거래소에서 수많은 사람이 주식처럼 사고 파는 코인과는 다르다.
그림을 사고 팔수 있는 장터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한다
IT동아: 가상자산이 아닌,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김 대표: 정확하다. 디지털 자산이다.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이 실물로 존재한다. 그리고 해당 소유 권리를 디지털로 전환해 여러 명이 공유한다. 그리고 소유 권리를 서로 거래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를 열었다. 마켓 플레이스는 미술품을 사고 파는 경매소 역할을 담당한다.
처음 판매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다시 한번 예로 들어보자. 해당 작품의 공식 판매가는 8,900만 원이다. 이를 1,000원 가치로 분할한 8만 9,000개의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1,000원을 주고 작품의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다. 그리고 이를 테사 마켓 플레이스 내에서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품 소유권자는 프리미엄을 붙여 1,050원이나 1,200원에 팔 수 있다. 혹은 1,000원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고. 마치 주식처럼 말이다.
IT동아: 그거… 재미있다. 마치 등락폭 같은?
김 대표: 소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에 대해 권리를 부여하는 셈이다. 테사는 이를 관리해주는 역할이고. 예로 든 작품의 가격은 8,900만 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해당 작품을 2억 원에 구매하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고 가정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소유권자들에게 묻는다. ‘이 작품을 매각할까요?’라고 투표한다. 만약 판매하지 않는다고 51% 이상이 답변하면 제안을 거절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재테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미술 작품은 자주 거래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기준은 있다. 5억 원 미만의 작품은 1~2년 내, 10억 원~30 억원 사이의 작품은 3~5년 정도 걸린다.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단기간에 거래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다.
작품 정보를 공유하며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
IT동아: 이제 조금씩 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술 작품을 공유하는 목표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김 대표: 미술 작품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떤 데이터냐는 질문에)
각 미술 작품의 가치 평가를 경매 데이터에서 찾는다. 공개되지 않는 개인간 거래는 모르지만, 국내외 경매소의 데이터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개된 데이터 중 100번 이상 작품 경매를 진행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다. 다소 폐쇄적이었던 기존 미술 시장의 정보를 오픈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해달라.
테사 앱을 통한 공모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뤄진다.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최근 작가의 작품 경매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연간 예상 수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제공한다. 이 모든 정보는 테사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사’라는 이름도 이러한 우리의 의미를 담았다. 자산을 뜻하는 ‘Asset’ 스펠링을 뒤집은 것이 ‘Tessa’, 테사다.
IT동아: 테사의 공모는 미술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것인가.
김 대표: 아니다. 우리는 미술 작품 판매를 위탁받아오거나, 실제로 구매해와서 판매한다. 구매 자금을 구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법률적으로 보면, 미술 상거래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를 위해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과 같다.
2020년 4월. 테사 앱을 정식 런칭했고, 지금까지 총 10개 작품을 판매 완료했다. 첫 작품은 앞서 소개했듯,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와 ‘Focus Moving’이었다. ‘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는 4월 13일부터 판매를 시작해 6월 4일 판매 종료했고, ‘Focus Moving’는 4월 13일부터 판매를 시작해 8월 31일 판매 종료했다.
준비한 분할 소유권을 판매 종료하는 시점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 6번째 판매 작품인 카우스(KAWS) 작가의 ‘What Party’는 올해 2월 5일 시작해 10일 종료했고, 최근 판매한 작품 3점은 당일 모두 종료했다. 이제는 시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다. 바로 이전 판매한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작가의 ‘Pumpkin’은 10분만에 준비한 8만 7,000개의 소유권(8,700만 원)을 모두 판매했다.
사용자와 함께 하고자 하는 테사
IT동아: 요즘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김 대표: 사용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반영하고 싶다. 판매 완료 시간이 빠르게 종료되면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쏠림 현상이다. 몇몇 자산가가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는 일이다. 미술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참여하길 원한다. 이러한 부분을 지적받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반영하고 싶다. 이에 테사 앱에 사용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커뮤니티 기능도 넣고자 한다. 한마디 말이라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싶다.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사용자를 위한 ‘정액 상품’도 구상 중이다. 아직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고민하고 연구해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구매자, 그러니까 작품 소유자를 위한 혜택이 금전적인 재테크 이외에 무엇이 있을지.
김 대표: 얼마 전, 성수동 뚝섬역 인근 건물의 120평 규모를 임대했다. 빠르면 올해 4월, 늦어도 5월에는 테사 전용 전시관, 갤러리를 운영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테사가 구매한 작품을 모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다. 어떤 작품이든 분할소유권 1개만 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친구, 친척들과 방문해 “이거 내가 산 작품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다(웃음).
미술 작품, 특히 그림은 보관이 중요하다. 온도와 습도가 정말 민감하다. 태양빛과 같은 조명을 어떻게 받느냐도 중요하고. 그림을 보관하기에 좋은 최적의 장소와 환경을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 욕심이지만, 먼 훗날에는 작은 뮤지엄도 만들고 싶다. 해외의 좋은 작품을 국내에 들여와 관람할 수 있는 공간, 문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상상해보자. 유명한 화가 중 하나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내가 소유할 수도 있다. 반 고흐의 작품은 300억 원~500억 원에 이른다. 이걸 여러 사람이 분할해서 구매해 국내에 들여올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잭슨 폴락, 피카소, 고흐, 달리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같은 작품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IT동아: 앞으로 진행할 예정인 판매 작품은 무엇이 있는지.
김 대표: 2주에 한번씩 작품 판매를 진행하고자 한다. 여력이 된다면, 한번에 두 작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런던을 고려 중인데, 홍콩의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아, 오는 4월 9일 오후 12시부터 콜롬비아 출신으로 라틴 회화의 거장이자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의 ‘People Drinking’이라는 작품을 판매한다. 2015년에 선보인 이 작품은 다른 에디션 없이 단 하나만 제작해 희소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과거 보테로 개인 컬렉션과 함께 이탈리아 ‘Contini Galleria D’Arte’를 거치며, 단 한번만 전시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공개 판매한 적 없는 희귀작품이다.
일부 구매자에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식판매는 4월 9일과16일, 2번으로 나눠 진행한다. 1회 구매 한도도 정했다. 행여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우리 테사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다(웃음).
오는 5월에는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자국을 넣은 커팅작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시그니처 작품 20점을 국내에 약 2개월 반 동안 전시할 예정이다. 일부 작품은 분할 소유 판매도 진행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우리 테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영상 / 뉴미디어실 안지현(misoc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