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유통 솔루션 강자 클레브론, 한국상륙준비
[IT동아 김영우 기자] 어떤 기업이건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건비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거의 상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상식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AI 및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자율주행 자동차나 챗봇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식당에서도 점원이 아닌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무인화 기술의 진전으로 인해 완전히 연중무휴 무인으로 운영되는 자동화 무인 물류 시스템이 등장, 북미 및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스토니아의 기업인 ‘클레브론(CLEVERON)’이 있다. 작년 기준 이들의 제품은 전세계 30여개국에서 이용하고 있으며 4000여대 이상이 보급된 상태다.
클레브론 솔루션은 개별 가정용 우편함으로 쓸 법한 소형 모델부터 자동 판매기 수준의 중형 모델, 그리고 40ft 컨테이너 수준의 대형 모델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 제품에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내부에 적재용 로봇을 적용할 수 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정교하게 물건을 배치하는 퍼즐링(puzzling) 적재 기법이다. 전면에 부착된 콘솔을 이용, 정보를 직접 입력하거나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원하는 물건이 나온다. 이용자가 가진 물건을 맡기고자 할 때도 방법은 비슷하다. 물건을 넣으면 규격을 자동 인식해 내부의 적절한 곳에 가져가 보관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소포 배달 및 보관용 라커, 외부에서 주문한 제품을 매장 방문 후 수령하기 위한 픽업 머신, 무인 판매 부스 등으로 이용 가능하며, 결제 시스템 부착을 통해 점원이 필요 없는 무인 편의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냉장 및 온장 기능을 갖춘 모델도 있어 이 경우에는 식료품의 취급도 가능하다. 이미 해외에선 월마트(Walmart), 자라(ZARA), 아스다(ASDA), 앨버트슨(Albertson) 등의 굵직한 기업들이 클레브론 솔루션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제한된 공간에 많은 물건을 적재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높다는 점, 스마트한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관리자의 도움없이 물건의 입하나 출하, 판매가 가능한 무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편이나 택배 등의 물류업, 이커머스나 편의점과 같은 판매업, 픽업이나 창고 등의 고객서비스 용도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높은 잠재성을 갖췄다.
시스템 개발사인 클레브론은 자사의 솔루션에 무인 차량 및 드론을 결합, 완전한 무인 로봇 배송 시스템을 구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클레브론 솔루션이 설치된 각 거점을 배송용 무인 차량 및 드론으로 연결, 빠르고 안전한 비대면 배송망을 구축한다면 물류비 및 인건비 역시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위 무인 로봇 배송 시스템은 아직 시험단계이지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에스토니아는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다소 생소한 북유럽국가다. 하지만 전 국민이 전자 ID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디지털 친화도가 높은 나라이며, ICT 기술 수준 역시 높다. 인터넷 기반 전화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한 스카이프(Skype)가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난 대표적인 IT 브랜드다. 클레브론 역시 유럽 및 북미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는 협력업체를 거쳐 올해 내에 제품이 도입될 예정이다.
클레브론을 한국에 소개한 애니온넷(AnyOnNet)의 김주혁 대표는 “주문한 물건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의 과정까지 챙긴다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완전 무인 물류 및 판매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클레브론 솔루션은 높은 활용성이 기대된다”라며 “국내에 클레브론 솔루션이 본격 도입된다면 한국 기업들도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