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2년 차 맞이한 5G, 내실 다지며 도약 준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9년 4월 3일 23시, 이통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동시에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개통을 시작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당시 업계는 4월 5일에 공식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았지만, 이미 2018년 12월부터 5G 전파를 송출한 데다가 기업 대상을 5G 단말기 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등 상용화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 당초 예상보다 상용화가 앞당겨졌다. 뒤 이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4일 새벽 1시(한국시간)에 두 번째로 5G 상용화를 개시했고, 우루과이,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5G 서비스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상용화 2년 앞둔 지금, 우리나라 5G의 현주소는?

5G 상용화 2년 차에 접근하는 지금, 우리나라 5G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동통신 분석 기관인 오픈시그널(OpenSignal)이 선정하는 ‘2021년 글로벌 모바일 네트워크 경험 어워드 2021’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통신 위상을 알 수 있다. 비디오 경험, 게임 경험, 음성 앱 경험, 다운로드 스피드, 업로드 스피드, 4G 가용성 6개 항목을 시상하는데, 이중 SK텔레콤은 전 세계 통신사 평균 다운로드 속도 부문에서 평균 74.9Mps로 1위를 달성했고, LG유플러스는 4G 가용성과 음성 앱 경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가 전 세계 음성통화 앱 경험 1위를 차지했고, SKT와 KT도 최상위권에 올랐다. 출처=오픈시그널
LG유플러스가 전 세계 음성통화 앱 경험 1위를 차지했고, SKT와 KT도 최상위권에 올랐다. 출처=오픈시그널

SK텔레콤이 1위인 다운로드 속도는 이전 우승자인 캐나다의 탤러스(Telus)보다 6.3Mbps나 앞서는 수치며, 전 세계 평균 속도인 23.6Mbps보다 3.2배 높다. LG유플러스가 1위인 4G 가용성은 LTE 네트워크의 가동률, 접근성을 나타내는 수치며, LG유플러스가 획득한 점수는 만점 대비 0.3% 차이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5G NSA(Non-Standalone, 비단독 모드)로의 연결성이 좋다. 또 다른 1위 항목인 음성 앱 경험은 페이스북 메신저, 스카이프, 왓츠앱 등 음성통화 앱의 경험으로, 100점 만점에 83.3점으로 일본의 소프트뱅크보다 0.3점 앞선다.

2026년 1,161조 시장, 왜 LTE는 안됐지만 5G는 가능한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5G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LTE 네트워크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산업적 숙제를 5G 네트워크로는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5G 경쟁력 확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진보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글로벌 5G 시장 전망 추이. 출처=혁신성장 실현을 위한 5G+ 전략 브로셔
글로벌 5G 시장 전망 추이. 출처=혁신성장 실현을 위한 5G+ 전략 브로셔

5G 네트워크의 핵심은 ▲초고속 ▲ 초저지연 ▲초연결성이다. 기존 4G 네트워크의 전송속도가 1Gbps였던 반면, 5G는 20배 빠른 20Gbps까지 전송할 수 있어서,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명령이나 범위가 광대하다. 입력 지연 역시 LTE는 100분의 1초 수준인 반면, 5G는 10배 빠른 1,000분의 1초 속도라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와 함께 단위면적(1k㎢) 당 연결 가능한 장치 수도 10배 많은 백만 개에 달한다. 이런 장점을 종합하면 5G는 LTE보다 20배 많은 데이터를 10배 빠르게 전달하며, 연결 가능한 장치도 10배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제주특별시도 C-ITS 실증사업으로 구축한 C-ITS 통합 관제센터. C-ITS가 교통신호를 통제하여 응급차량의 이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출처=KT
국토교통부 제주특별시도 C-ITS 실증사업으로 구축한 C-ITS 통합 관제센터. C-ITS가 교통신호를 통제하여 응급차량의 이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출처=KT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활용한 기술은 이미 실생활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월 21일, KT는 전국 최초로 제주도의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구축을 완료하고, 연내에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서울시와 C-ITS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C-ITS 서비스는 위치기반 정보 수집 및 제공, 도로 위험상황은 물론,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과 관광·기상 정보 등을 차량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접목해 사고 방지, 돌발 상황 대응 등에 사용된다. 만약 C-ITS가 적용된 자율주행 차량을 탑승하고 있다면, 5G의 초저지연 특성을 바탕으로 1/1000초 속도로 차량이 제어되고, 전 범위의 차량이 연결돼 사고 위험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SKT가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고객 시연을 하고 있다. 출처=SK텔레콤
SKT가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고객 시연을 하고 있다. 출처=SK텔레콤

아울러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비접촉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시장의 파이도 커졌다. 특히 사전에 제작된 VR·AR 콘텐츠 범위를 넘어, 여행지를 방문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감상하는 등 실시간으로 VR·AR을 경험하는 수요는 점차 늘고있다. 코로나 19로 여행 수요가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기술을 이용해 대리만족하려는 심리가 작용해서다.

LTE 시대 역시 VR·AR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5G 시대가 되어서 가상/증강 현실이 뜨고 있는 것 역시 초고속, 초저지연 특성 덕분이다. 가상현실의 경우, 정지 화면을 기준으로 7억 2,000만 개의 픽셀 정보가 초당 120회 재생되어야 영상이 끊기지 않는다. 5G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와 저지연성이 있어야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LG유플러스가 협력해 독일 뮌헨 전시장에서 8,500km 떨어진 인천의 굴삭기 조종에 성공했다. 출처=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와 LG유플러스가 협력해 독일 뮌헨 전시장에서 8,500km 떨어진 인천의 굴삭기 조종에 성공했다. 출처=두산인프라코어

5G 네트워크는 실감 콘텐츠 분야 외 산업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드론은 화물 수송이나 농업, 화재 진압, 지적 조사나 건설, 에너지 관리 분야까지 산업 전반에 활용된다. 여기에 5G 네트워크 기반의 실시간 영상 전송과 초저지연을 활용한 즉각적인 명령 입력, 그리고 초연결성 기반의 다중 기기 제어가 결합되면, VR 헤드셋 하나만 쓰고 수 천Km 떨어진 곳에서 드론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19년 두산인프라코어와 LG유플러스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건설기계 전시회에서 8,500km 떨어진 인천에 있는 굴삭기를 5G 원격제어 기술로 실시간 운전하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사진). 5G 기술이 대중화되면, 더 이상 사용자 위치에 대한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게 된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언어, 국내 상황도 순항 중

정부는 2017년 12월 5G 상용화 이행계획을 제시한 이후 차근차근 5G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우리 정부가 5G 이동통신에 힘을 싣는 이유는 5G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이끄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고,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5G 발전에 유리한 상황인 점도 있다. 우선 정부는 5G 발전에 필수인 5G 주파수 확보/공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중/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고, 2.4GHz 고대역에서도 추가로 주파수를 공급하며, 이를 정비하는 전담 기관인 '클리어링 하우스'도 구축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에서 통신사 대표들과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화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에서 통신사 대표들과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화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이통사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 통신 4사(이통3사+SK브로드밴드)는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 2022년까지 24.5~25.7조 원을 잠정 투자하기로 했으며, 5G 단독모드(SA)와 비면허 대역 주파수의 5G 고도화로 체감 성능을 한 차원 더 높일 예정이다.

정부 정책 이외에도 SKT는 대만 타이완 모바일이나 미국 괌/사이판 통신사인 IT&E, 필리핀 나우텔레콤 등 이통사에 5G 기술을 전수하고, 5G MEC(모바일 에지 컴퓨팅) 협력체를 구성해 전 세계 소규모 기지국 기술 표준화에 나선다. 또한, 도이치텔레콤(독일), BT(영국)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와 함께 운영 중인 NGMN 얼라이언스를 통해 5G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 역시 스페인, 호주, 중국 이통사와 협력해 5G로 MEC를 검증하는가 하면, 베트남 VNPT 통신사의 5G 네트워크 설계방안 컨설팅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사의 5G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상호 협력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중국, 홍콩, 대만, 태국 등에 5G 콘텐츠를 수출한데 이어, 전세계 전자/통신/콘텐츠 사업자와 함께 5G 콘텐츠 국제연합회(글로벌XR얼라이언스)를 창립하고 초대 의장사로서 활약하고 있다.

1,300만 넘어선 5G 가입자, 앞으로의 방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1월 말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5G 이동통신 가입자는 1,286만 명을 돌파했다. 4월 3일을 기준으로 만 2년을 채우는 시점에는 약 1,400만 명이 5G 서비스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 3사 역시 이전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요금제를 내놓으며 5G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SK텔레콤은 월 3만 원대에 9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G언택트 요금제를 공개했고, KT 역시 월 4만 원대에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세이브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가족은 물론 지인까지 자유로운 결합을 통해 5G 무제한서비스를 최저 월 3만 원대로 이용가능한 투게더 결합할인을 올해 초 선보였다. 망 확대와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요금제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따라 B2C뿐만 아니라 B2B(산업 부문)의 5G 영향력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KT 융합기술원 5G 연구소에서 KT 연구원들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KT
KT 융합기술원 5G 연구소에서 KT 연구원들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KT

우리나라에 있어 5G 네트워크는 이동통신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통신 사업이 주력인 텔코(통신회사)를 넘어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외 1등 기업과 협력해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모빌리티, 온라인 플랫폼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고, KT SAT는 2024년에 5G 주력 위성인 무궁화위성 6A호를 쏘아 올려 국내 5G 네트워크 환경을 극적으로 진보시킬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최초의 5G 콘텐츠 수출을 계기로 게임,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실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우리는 LTE에서 5G 네트워크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서 있다. 3G 네트워크에서 LTE로 전환되며 스마트폰을 마치 PC처럼 쓰게 됐는데, LTE에서 5G로의 전환은 이보다 더 큰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과거로 들여다보는 분명 지금보다는 한층 윤택하고 진보된 일상이 되리라 예상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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